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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6. 9. 8. 01:12



그산 그사람 그개 Huo Jian Qi, 1999

우리나라에서 개봉하지 않은걸로 알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호평을 얻었고 중국의 서정적인 영화역시
우리 정서에 맞지않을리 없는데도 왜 이렇게 숨은 보석과 같은 영화를 관객들에게 선보이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중국영화제가 아니었다면 스쳐지날 뻔 했기에, 영원히 이렇게 좋은 영화가 있는줄 모르고
지냈을 것이라서 화가 나려고 한다. 수려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것이 김기덕 감독님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봄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우편배달을 하는 40km의 여정속에서 나는 눈을
떼지 못했다. 중국의 후난성. 수려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물빛은 빛나는 옥빛이요 카메라의 시선은
친절하게도 후난성 전체의 수려한 경관을 높은 곳에서 한 눈에 비춰준다. 여기가 도대체 어딜까 궁금하여
찾아보니 역시 '장가계'이다. 중국 여행에 대한 로망으로 나를 들끓게 한다. 안그래도 티벳을 무조건 가야지
하는 마음에 인도에서 네팔로 가 안나푸르네 트레킹을 하고 육로로 티벳으로 넘어가려고 계획세웠는데
중국도 이참에 조금 돌까 하는 주체할 수 없는 욕심도 생긴다. 사실 티벳라싸쪽에서 인도 동북부 시킴지방
국경이 40여년만에 개방됐는데 아직 외국인들에게는 허용이 될지 안될지 확실치 않다. 나투라 고갯길이
개통만 된다면야 인도에서 근접하기 힘든 시킴지역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긴 한데 아무튼 허용이
안된다 해도 예전에 쿤밍에서 베트남 라오까이로 넘어갔을때처럼 윈난성으로 가서 라오스를 돌아보고
태국으로 넘어가면 된다. 후난성과 윈난성 그리 멀지 않기에 그 때 상황봐서 고민을 좀 해봐야겠다.

한번 더 보면 찬찬히 한 장면 한 장면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으로 끝내버리기엔 아쉽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자식의 화해하는 스토리에 대해 공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최근 비슷한 내용의 영화를
본것이 빔 밴더스 감독의 '돈컴노킹'이다. 감독의 작품중에서 수작으로 불리웠음에도 나는 쉽게 공감할 수
없었고 가족의 갑작스런 화해가 오히려 당황스러워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적이 없기에 서먹한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아들은 '아버지가
두려운걸까' 하고 되뇌인다. 아버지가 노쇠해져 우편배달일을 그만두게 되었고 아들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이 처음으로 함께 길을 나서면서 둘은 서서히 화해하게 된다.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던 부자관계가 눈이 녹아내리듯이 사르르 풀리는, 특히 아들이 아버지를 업어주며 강을 건널때는
정말 가슴이 뭉클할 정도였다. 아버지의 눈물을 보았으니까.. 나는 언제쯤 아버지에 대한 응어리진 감정의
실타래들을 하나씩 풀어나갈 수가 있을까? 아버지가 두려운 걸까 이 대사에서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하나밖에 없는 딸. 아버지는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할 수 밖에 없음이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아버지의
넓은 품 안에 안겨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딸, 지극히 가깝고 살가운 사이지만 우리 부녀사이에서는 예외다.
서로를 아끼고 생각을 많이 하고 있음에도 꽤 오랜 시간의 공백아닌 공백으로 상대와 마음을 나누는 법을
우리는 못하고 있다. 가깝지만 마음에서 가장 멀게만 느껴지는 존재가 바로 우리 아버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대성통곡을 하고 잘해드리지 못함에 통탄할 나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이들 부자가 진정으로 부러웠다. 적어도 이들은 화해라는 과정을 거쳤으니까..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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