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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6. 9. 19. 02:14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송해성 감독님

영화를 보기전까지는 죽음을 기다리는 사형수와 자살기도하는 여자와의 눈에보이는 '죽음'이라는 소재로
관객의 눈물샘을 억지로 자아내는 영화인줄로만 알았다. 뻔히 보이는 스토리에 내놓으라는 충무로 배우인
이나영과 강동원의 스타플레이어를 제대로 활용해서 관객의 시선잡기에 성공한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송해성 감독님의 깊숙이 파고드는 인간 내면의 본연의 모습, 거짓이 섞이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처절한
감정들의 나열을 영상으로 보고있으려니 나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단순히 체루성 멜로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이 영화에 대한 배반이라는 느낌이다. 적어도 내게 있어서 이 영화의 울컥 코드는
윤정과 윤수의 플라토닉 사랑이 아닌, 윤정이 증오라는 감정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죽어도 용서하지 못할
엄마라는 존재에게 죽지말라고 살아달라고 울부짖던 장면이다. 열다섯부터 얼어붙어있었던 미움이라는
감정에서 '용서할게' 라는 말과 함께 마음의 화해를 시도하던 윤정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윤정과 함께 서글프게 가슴아프게 울었다. '용서'라는 말 결코 쉬운 말이 아니다.
당신을 용서한다는 것, 당신을 마음으로 진정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미움은 사랑과 함께 공존한다.
사랑이 없다면 미움도 없다.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내 사람, 내 가족에게서 지독스럽게 철저하게 배신당하게
되면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마음의 응어리가 조금씩 자라나게 된다. 자신의 감정적 치부에 대해
자신은 증오와 분노라고 말하고싶겠지만 진실 너머에는 사랑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 뿐..
나도 지난 과거의 시간을 절절히 가슴아파하며 이야기하면서 당신을 용서할게 라는 말 내뱉을 수 있을까?

파이란에 쇼크를 먹었었기 때문에 또 울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모두가 우는데 나만 울지 않으면
뭐 어때 하고 씩씩하게 말하긴 하지만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건 사실이다. 나이들면서 감수성도 또 메마른
건가 하는 철없는 생각때문에. 참 많이 울었다. 너무도 서럽게 울었다. 울컥코드가 맞아 떨어져서 그렇겠지?
이나영이라는 여배우에게 새삼 놀랬다. 지금껏 역을 잘 맡아서 조금 특이한 캐릭터가 많았으니까 그래서
그녀가 지금껏 톱배우의 자리를 영위한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섬세한 감정처리에 함께 울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연기 자체에 공감해서 원없이 몰입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원작에서의 윤수는 절절하게 느껴졌는데 영화에서는 2% 부족했던 느낌이다.
마지막 교수형 장면에서 울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슬퍼서라기보다는 '우리 강동원이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더 강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윤수로서의 이미지가 아닌 그저 잘생긴 배우 강동원이었다.

이 영화에서 나는 용서라는 감정의 깊은 의미를 배웠고 이나영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했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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