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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6. 10. 18. 01:08

여름궁전 / Ye Lou 감독 / China, France

우리 헤어지자.
영원히 널 떠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유홍의 친구 리티가 자살을 하게된다. 그녀의 무덤에는 이렇게 적혀져있다.

사랑을 하건 하지않건 죽음은 만인앞에 평등하다.
부디 죽음으로 이르지 않기를 바란다.
빛을 동경하면 어둠은 두렵지 않다.

그녀는 사랑에 관해, 사랑은 상처라고, 상처가 없어지면 사랑도 사라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등장인물들의 격한 심리적, 육체적 움직임을 따라잡기 위해 거의 들고찍기로 일관하며,
그들의 사랑과 좌절과 퇴폐에 동참하려는 카메라의 에너지를 드러내려 애쓴다. 관객을 탈진할 듯한
심리적 극점 상태에 몰고 가는 이 영화가 결국 남겨주는 여진은 뭐라 형언하기 힘든, 모든 것이 장렬하게
타버리고 만 재의 흔적을 본 듯한 기분이다
- PIFF 김영진


오랜만에 새벽같이 집을 나서서 표를 구하러 나간 것이 아닌, 전날 취소분 좌석을 운좋게 사게되어서
최적의 컨디션으로(충분한 수면+ 여유로운 마음) 영화를 보게됐다. 그래서였을까? 내겐 꽤나 인상적인
영화로 기억될 듯 하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들의 격렬하고도 퇴폐적인 모습을 끊임없이 비춰준다.
19금의 수위를 넘어선, 모자이크 처리하나 되지 않은, 무삭제로 여과없이 보여주는데도 그 모습을 통해
우리가 느끼게 되는 것은 퇴폐스러움이라는 감정이 아니었다. 2시간 10분이라는 탈진한 듯한 시간속에서고요히 숨죽이며 카메라의 흐름에 몰입되어 동참하게 만드는, 뭐라 설명하기 힘든 복합 미묘한 감정으로
이끄는 힘이 내재되어 있었다. 로우예 감독의 전작, 자주빛 나비도 이와 비슷한 느낌이라 하니 또 한번
보고싶어진다. 로우예 감독만의 독특한 색이 분명이 있다. 조금 다른 느낌이겠지만, 왕가위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왕가위만의 특유의 색이 있기 때문이다. 왕가위와 로우예, 어쩐지 모르게 둘은 닮아있는 듯.
퇴폐적인 영화를 보고 전혀 퇴폐스럽지 않다라고,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났다고 느껴버리게 만드는 것도
로우예 감독의 힘이다. 후훗~
하나더, 사랑에 관한 넘쳐나는 대사들이 왜 이렇게 가슴 깊이 와닿는지.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영화였다.
'유교주의' 대한민국 영화관에서는 개봉하기 힘들겠지? 아마도?
이번 11회 PIFF 작품들 중에서 강도높은 섹스씬으로 화제가 된 영화가 두 작품있는데 그 중의 하나다.
영화보기 전엔 정말 몰랐어요. 믿어주세요 :D

여담,
정사씬이 격렬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숨죽인 고요한 영화관에서 침 한번 삼키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고
대낮부터 높은 수위의 영화를 소화하느라 영화보고 나니 기운이 다 빠지더라 -_-;;;

한마디 또 덧붙이자면, 섹스를 통한 의사소통은 고독한 인간을 아무도 없는 밀실에 스스로를 가두는
형상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외롭지 않기 위해, 소통하기 위해라는 거창한 꼬리표는 떼자.
섹스를 통해서 본능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언정, 소통은 불가능할 수 밖에 없다.
물론, 섹스의 좋고 나쁨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섹스를 통해서만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경우에
한해서 말이다. 외롭지 않기 위해 몸부림쳐도 결국 낭떠러지로 자신을 몰고가게 되어버리니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오직 공허와 허무라는 감정만이 남을 뿐이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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