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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1. 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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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최근 작품들 중에 재미난 영화 찾아 삼만리 중이다.
웃음 코드도 남들과 다른 듯 싶고 원체 좀 퇴폐적이고 심각한 영화에 눈을 반짝 반짝 거리는 터라.
아무튼 '리틀미스선샤인' 개봉했을 때 부터 재미있다고 소문도 자자한데다 포스터를 보면 노란 고물버스에
올라타려고 콩가루 집안 식구들이 헐레벌떡 뛰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미국식 코미디는 우리네 정서와 맞지 않은 것이 많았기에 웃음의 요소가 다분한 저 영화를
뜸들여 이제서야 봤다. 로드무비 형식을 취하고 있는 저 영화를 택한건 노란 고물버스 덕분이리라.
로빈윌리암스 주연의 가족코미디 RV를 재미있게 보았으니까 저 영화도 비슷한 느낌이겠구나 해서 말이다.
코미디 영화를 보고나서 시간이 지났는데도 영화를 떠올리며 한참을 킥킥 거리고 웃는 것은 웃음코드가
나와 일치해서 이다. 내가 생각하는 코미디 영화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일관되게 코미디만 지향하던지
아니면 적절하게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것. 둘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버리면
욕만 먹을 뿐이다.개인적으로 후자의 것을 유쾌하다는 이유로 더 선호하긴 한다.
보통은 내용이나 장면이 재밌으면 웃기도 하지만 하나의 캐릭터라도 개성이 강하고 엉뚱한 매력을 갖고
있으면 나는 그 캐릭터에 몰입되고 하나 하나의 대사와 동작에 연신 웃음을 터뜨린다.
유쾌하고 재미난 영화였다고 기억하는 건 나를 사로잡는 엉뚱한 캐릭터가 있어야만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주목했던 캐릭터는 올리브의 오빠 '드웨인'과 마지막에 가서 폭소를 터뜨리게 했던
'올리브'다.
스포일러가 될까봐 더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정말 드웨인의 캐릭터는 보는 내내 엉뚱하고 재밌었다.
Wellcome to Hell에서 얼마나 자지러졌던가. 저 무표정한 얼굴을 보라 후훗.
올리브는 장기자랑 시간에 감히 여덟살 꼬맹이가 춰서는 안될 야시시한 춤을 어찌나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표정으로 최선을 다해 추던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감동의 요소.
우리 드웨인이 좌절하고 있을 때 그저 말없이 올리브가 어깨에 손을 얹고 위로해준다. 열 마디의 말보다
정말 한 번의 포옹 혹은 손을 잡아준다는 것이 얼마나 상대에게 힘이 되는가를 알 수 있었다.
저 장면을 볼 때 어찌나 마음이 찡하던지. 가장 기분이 좋았던 장면중의 하나이다.
마르셸 푸르스트는 자신이 고통받았던 날들이 인생최고의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 시간을 통해 자신을
만들었고 지겹고 힘겨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면 네가 놓친 고난의 시간들이 얼마나 많겠냐고
하면서.행복은 거저 얻어지는게 아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졌지만 굴하지 않았던 사람만이 진정한 행복의 참 맛을 음미할 자격이 있는 거라고
나도 늘 그렇게 생각한다. 고통도 즐길 줄 알아야 일어설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
이 영화 진짜 괜찮았다. 내일은 수면의 과학 보러 가야지. 내일까지 영화 상영하는 구나.
posted by 딸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