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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7. 6. 2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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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 왕가위 감독님

왜 진작에 왕가위의 진가를 알지 못했을까.

영화감독에게 반드시 있어야할 감각적인 재능을 그는너무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이다.
관객들에게 드러내놓고 보여주지 않는다.
철저히 절제 시켜놓고 시를 읊는것처럼 함축된 영상을 우리에게 던진다.
직접적인 것 보다 더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간접적인 소통을 택한다.

다시 그의 대표작들을 보고싶다.
아비정전.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3편의 이야기들이 진행되지만 왕가위의 작품만을 놓고 말하고 싶다.
다른 두 분의 작품들. 물론 훌륭함은 인정한다.
그러나 전혀 이해되지 않고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벽에다 대고 이야기 하는 기분.
영화는 내 감정들 깡그리 무시해버리고 막무가내로 혼자서 진행해버린다.
난 왕가위의 영화를 본 그 여운이 가시질 않았는데...
아직 그네들의 영화를 내 심장으로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구요.

*
줄자 대신 손으로 그녀의 몸을 재는 그.

마음이 느껴졌다. 줄자는 필요없다며.
내 손이 당신의 몸을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라며.
그녀의 어깨 허리를 부드럽게 조금씩 감싸는 그의 강렬한 마음이...

*

그녀의 옷과 하나되는 그.

몇년이 지난후 그녀는 다시 그에게 연락을 해왔고그녀가 부탁한 옷을 만들어서 여관으로 간다.
그러나 콜걸인 그녀는 살기위해 남자와 낡아빠진 침대에서 섹스를 한다.
그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도 야속하게 오늘따라 유난히 삐그덕 삐그덕 소리가 격렬하게 난다.
결국 그는 뛰쳐나가고 옷을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고 누워있는 그녀에게 섹스하듯 그녀를 느낀다.
절대 변태적이지 않았다.
얼마나 그녀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을까. 그런 그에게 연민이 느껴지기에 앞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
그와 그녀의 마지막 섹스

죽어가는 그녀는 그에게 미안해한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한적 없고 몸뚱아리는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괜찮다면 손으로 해주고 싶다고...

내가 어떻게 글로 표현해야 이 장면이.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최고조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상상하게 될까...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 장면에 난 눈물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숨이 막힐듯이 너무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내가 죽을것만 같아서.
하지만 눈물을 더 쏟아내면 낼수록 그 슬픔은 더 극대화되어서.
가슴이 아프다...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에로스의 '장'과 '후아'를 기억하는 한...

+ 예전 야후 블로그 시절에 썼던, 2년 전 감상문이다. 얼마나 그 영화가 절절했는지 글만 봐도 느껴지는구나.
최고의 영화였던 듯 싶다,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현들을 보니.
다시 보면 그 때 보다 더 절절할 듯 싶구나.
갑자기 지난 글을 찾아서 올리는 이유는 그 시절에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해져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
몇 번을 봐도 슬프도록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에로스 이 영화, 어쩔 거야.......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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