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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7. 10. 12.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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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집을 가진 남자, 추이즈언 감독님


솔로스 GV를 놓친 휴유증으로 퀴어영화 봐야하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으로 볼까 말까 고민했던
이 영화를 선택했다. 영상으로 보여주는 '철학 에세이'라는 소개 문구는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번 PIFF때 관람했던 작품들이 하나같이 무난하고 잔잔했던터라 조금 심심했다.
며칠 전에 본 도와줘 에로스가 그나마 평이했던 관람의 틀을 살짝 어긋났을 뿐이지 다른 작품들은 너무 편하게
관람을 해서 그런지 색다르게 와닿는 작품들은 없었다.
영화제 영화 특유의 난해함에 당혹스러워하는  '이게 뭐야' 혹은 '헉'하는 작품이 많이 그리웠달까.

실토하나 합니다. 솔직히 제목에서부터 기대하고 봤었다 퀴어영화다운 뭔가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고.
감독님도 말씀하셨지만 이 영화는 감독님이 만들고 있는 영화들의 시리즈 중의 한 편이고 이번 작품은 퀴어영화
라기보다는 그저 물질 만능주의의 화려함과는 동떨어진 순수한 언어로서 소통하는 말그대로 철학적 이야기들을
주고받는 내용이었다. 기대한 것과 차이가 꽤 컸지만 색다른 느낌에 끄덕끄덕 거리며 본 듯 하다.
유리병에 자신만의 철학을 담는다. 펜, 모유, 꽃.. 유리병은 우주, 즉 공간을 의미한다.
감독님이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말씀을 해주셨는데 시간은 영원하니 변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영원한 시간을 즐기라고 해주셨다. 生이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니..
영화 대사에도 '아직 존재하지 않은 내일에 대해 걱정하지 말자' 고 했었으니까. 끄덕끄덕.
독특하고 신선해서 의외로 즐기면서 본 작품이다. 그들의 철학적 이야기들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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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의 다른 작품들은 내가 기대하는(?) 내용에 확실히 부응하는 작품들로 보였다. 이 영화도 좋았으니 :D

한가지 말할 게 있다. GV가면 이상한 사람들이 한번씩 꼭 있다는 건 알겠지만 오늘 심해도 너무 심했다.
개념삶아먹은아저씨왈: 영화가 볼거리가 있어야지 볼거리도 없고 돈도 거의 안들여 너무 무성의한거 아니냐?
이렇게 묻더라. 영화 볼 때 나랑 같은 줄에 앉아 영화도 껄렁껄렁하게 보던 아저씨인데 말투도 완전 삐딱해선
정말 통역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기에 망정이지 감독님과 배우분이 우리말을 알아들으셨다면 얼마나 기분이
상하셨을지.. 내가 당황해서 땀이 삐질삐질 나려고 했다. 질문이 떨어지기 무섭게 GV 진행하는 사회자분도
당황해서 통역하시는 분에게 '자신은 볼거리가 있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볼거리가 좀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통역부탁한다고 거듭 말씀하셨다. 진짜 그 아저씨가 무대인사 끝까지 있었다면 한마디 세게 쏴줄려고 했더니
역시나 자기 질문하고 바로 가더라. 진짜 어처구니 없어서 원.. '무성의'가 뭐냐. 나 진짜.. 열이 아직도 뻗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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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하하하하. 신이 내려주신 순발력과 큰 목청 덕택에 상품 하나 받았어요 :D
오늘이 폐막식을 제외한 메가박스 3-4관의 마지막 상영이라 상영관 자원봉사분들께서 자신들 소정의 사비와  
영사, 캐릭터숍 등등에서 후원을 받아 관객들에게 퀴즈 형식으로 선물을 해주더군요.
원래라면 GV끝나고 사인과 기념촬영하러 따라 나갔어야 했는데 사회자께서 여기 3관에 있으신 분들은
오늘 운이 좋으시네요 하며 자원봉사자들이 소정의 선물을 마련했다고 GV 끝나면 잠시 기다렸다가 행사에
많은 참여 바란다고 하셨다. 기념품이란 말에 '솔깃' 해가지고 사진은 뒷전 참여나 하자 싶어 자리를 지켰다 흐흐.

상영관 자원봉사자들 6명이 돌아가면서 퀴즈를 내는데 손을 재빨리 들어야 한다. 꽤 경쟁이 치열했다고.
12회 부산 국제 영화제 기간... 하고 문제 나오기가 무섭게 손을 듦과 동시에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재빨리
'10월 4일부터 12일까지' 외치니까 사람들이 모두 웃고 난리가 났다. 반응속도가 0.5초도 안됐을 거다.
진행하는 자원봉사자가 웃으며 '진짜 열정적으로 대답해주시네요 여러분 박수 부탁드려요' 하면서
최초로 대답 한번 시원하게 잘했다고 박수까지 받았다 쨘쨘.
선물 증정하면서 기념촬영도 하는데 그제서야 '부끄러움'이 밀려오면서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
아무튼 열쇠고리 받았어요. 목소리가 이렇게 요긴하게 쓰이니 행복해요..
12회 PIFF는 끝이 났네요. 내년을 기약하면서. 내년에는 좀 더 특이한 영화를 선정해야할까 봐요. GV위주로!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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