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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1. 2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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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 프랑소와 오종 감독님

대수롭지 않게 영화를 보았다고 생각 했건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녀에 대한 가여운 마음이 그칠 줄을 모르고 있는 걸 보면. 그녀도, 그녀의 영혼도 너무 가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태어나서 얼마나 많은 영화를 봤겠는가. 처참하고 죽어도 잊지 못할 끔찍한 경험을 한, 살아도 산 게 아닌 삶을 살았던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녀와 같이 이렇게 가엽디가여운 마음이 들게 하는 이는 처음이다. 불쌍하다라는 말 또한 감히 못 하겠다. 흔히 생각하는 '측은하다'라는 마음도 적절치 않다. 그런 말들은 어찌 되었건 한 순간이라도 '진정한' 삶이란 걸 가슴으로 뜨겁게 느껴본 적이 있는 이에게나 해줄 수 있는 말이니까.. 그렇기에 너무도 가엽다, 그녀의 영혼이...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나역시도 오종 감독만의 독특함에 대해서는 조금 덜 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 다른 사람이 만들었다 해도 믿겠다라는 말에는 절대 수긍할 수 없다. 그 말을 하는 당신네들이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고 영화를 보았냐고 되묻고 싶을 만큼, 말이 안 되는 지나친 비하다. 내게 오종 감독의 영화는 섬세하고도 미묘한 연출력 덕분인지 주인공의 아픔, 슬픔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가 없다고 할까? 그 혹은 그녀의 눈에 보이는, 보이지 않는 심리상태가 절절할 정도로 감정 이입이 된다. 그래서 그의 최근작 '타임 투 리브'도 그랬듯 잔상이 오래 남아 휴유증이 오래 가곤 한다. 난, 내가 이렇게 오종 감독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정말. 작품들을 야금야금 보고 있었으면서도 그의 강한 흡입력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내가 이토록 그의 작품들을 접할 때마다 정신을 놓고 영화를 보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리 못했던 거다. '엔젤'이라는 이 영화가 나를 휘감은 느낌을 접하고서야 그랬구나, 그랬었어 하며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도 아니요, 다시 보고싶은 작품도 아니지만 누군가가 절절하게 '가엽다'라는 감정이 나를 뒤덮었기에 특별한 영화로 기억될 듯 하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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