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어다. 아주 사랑스러운 동글동글한 느낌의 그림 문자. 보면볼수록 귀엽다고 해야 하나. 동남아의 타 언어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씨일 수밖에 없는 것이 글자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떤 것을 '형상'했다는 느낌이 들 거다. '사람'의 모양을 본떠서 버마어로 만들었다고 들었다. 두번째 줄 오른쪽에 있는 글자는 마치 아빠와 엄마가 더 놀겠다는 아이를 공부시키려고 억지로 데리고 가려 하고 아이는 엉엉 우는 것 같아 글자를 계속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글자 속에 버마인들의 따뜻한 마음이 깃들여 있음도 느껴지고 말이다. 그림 문자는 그릴 자신이 없어 배울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상하게 버마어만큼은 알파벳들이 귀여워서 익히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한다. 3주간 지냈는데 여기 바간에 있는 포파산(여기는 원숭이들을 자유자재로 풀어놓아 쬐금 무섭긴 하다)의 벽 귀퉁이에 그려진 이 글씨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
베트남어는 일단 그림문자가 아니기에 성조의 복잡함이 있지만 상관없다. 최소한 보고 읽을 수는 있으니 말이다. 문제가 있다면 한국식 억양에다 영어의 이상한 뉘앙스를 가미하다 보면 정말 발음이 국적을 알 수 없는 사태에 이른다. 알파벳 비슷한 것들만 보면 왠지 영어 특유의 억양으로 읽어야 될 것만 같은 느낌이 있는 데다 이 몸은 불어 억양이 살짝 곁들어져 있으니 정말 못 들어준다. 그렇다보니 베트남어를 우리식으로 발음하면 현지인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혼자 있을 때마다 연습을 하는데 참 힘들다.. 동남아 특유의 가성섞인 목소리는 감히 따라갈 수가 없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뭘 먹으며 자랐기에 가성톤이 생활화가 되는 것일까.
역시 베트남어이고, 헌책방을 구경하다 만화책을 뒤적뒤적거렸다. 추측건대, 공상 SF 만화.. 지구를 지킨다 뭐 이런 거 아닐까?
캄보디아어다. 꼬부랑글자를 볼 때마다 이 언어를 읽고 쓰는 이들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태국도 그림글자이긴 하지만 캄보다이어가 그림글자면에서는 따라갈 자가 없다.좀 더 꼬불꼬불하다보니 예전에 대한민국을 캄보디아어로 쓰다가 드는 생각은 내가 지금 글씨를 쓰는 건지 그림을 그리는 건지 헷갈리리까지 하더라. 아랍어도 힘들다 하지만 캄보디아어도 결코 만만치 않음이다.
태국어다. 타이어는 그래도 캄보디아만큼 심하게 구불구불하진 않다. 똑같이 그림문자는 맞는데 훨씬 그리기가 수월하다고 할까? 간단하게 그릴 수가 있어(절대 쓴다는 말은 못 하겠다. 저걸 어찌 감히 쓸 수 있겠는가, 그려야지) 고맙습니다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동남아 언어 중에서 '버마어'를 아주 사랑합니다. 그루지아어도 글자 모양이 귀여워서 배우고 싶단 마음이 들었는데 버마어도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