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힘을 통해 움직이는 펠루카는 나일강을 정말 유유히 떠다닌다. 1박 2일동안 아스완에서 콤옴보까지의 여정이 가정 적절하다고 보는데 왜냐면, 2박 3일간 씻을 수도 없을 뿐더러 이틀이나 배에서 보내는데 물론, 첫날은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를 것이다. 그러나, 둘째 날은 확실히 첫날에 비해 나일 강을 바라보는 감흥이 반감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평생 경험하지 못할 에피소드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아무튼, 하룻밤을 나일 강위에서 펠루카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나일강의 공기를 느끼는 일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었다. 펠루카 위에서 나일강의 일몰과 일출을 바라보는 것 또한 감동이니까.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때의 일이 더욱 생생해진다.. 이집트에 한 달 정도를 지냈는데.. 펠루카 투어와 시와 사막에서 사막 캠핑한 것만큼은 잊지 못할 추억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알렉산드리아 도시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것과 바하리야 사막을 들르는 백사막, 흑사막을 돌아보지 못한 것도.. 이집트 여행은 정형화된 루트로밖에 할 수 없는 것이, 독자적으로 다른 루트를 가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여행 하면 이집트 in 할 테니 그때 돌아볼 수 있겠지.
이 사진을 세로로 할까 가로로 할까 하고 이리저리 살폈는데 가로가 더 적나라하게 그때의 생생한 느낌이 전해질듯 해서 가로로 했다. 이것이 무슨 사진이냐 하니, 펠루카를 타면 도착할 때까지 도중에 내리거나 멈출 수가 없다. 펠루카 뱃사공들이 식사 준비를 다해주는데 나에게 딱 걸렸다. 아침이었는데, 아저씨가 그릇을 들고 주섬주섬 배 끝으로 가는게 아닌가. '세상에 저녁에 먹었던 그릇을 나일강 강위에 그냥 슥슥 헹구는 것 아니겠는가' 그때는 잠시 보고 아악! 경악을 했지만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본능이잖아. 나일 강물은 혼탁한 색인데... 하며 고개를 절래절래 한들 무슨 소용있을까. 이 현장을 보기 전까지는 당연히 여분의 그릇으로 우리에게 대접해주는 줄 알았는데, 환상이 '탁' 깨어져 버렸다. 결국은 그럼 그렇지 하고 체념했지만 아무튼, 이런 건 모르는 게 약 아닐까. 요걸 봤어도 맛있다고 우걱우걱 먹었지만. 나일 강은 엄마의 품이라는데 어찌 거부할 수가 있겠는가. 밥과 함께 나일 강물까지 먹어보는 행운을 얻었다 여겼지 :D
머리색과 더불어 몰골이 엉망인 점 사죄드리옵니다. 양해하고 봐주셔요. 보자, 2004년 1월이니 햇수로 5년 전이라고요. 여행한 지 꽤 시간이 지난 터라 염색 색깔이 거의 사라져가고 정말 추레하고 보기가 민망하지만 저를 희생해서 여행의 흥을 돋울 수만 있다면 괜찮아요.
펠루카를 타면 절대 도중에 세울 수 없다는 말을 듣고 1박 2일동안은 꾹 참을 요량으로 잘 견뎠는데 갑자기 소변이 급해지기 시작하면서 참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함께 타고 있던 언니까지도 덩달아.. 제발 근처 아무 곳이나 세워 달라고 통사정을 몇 분은 했을 게다. 그러니 난감함 표정을 지으면서 외딴 곳으로 세우기 위해 한쪽으로 방향을 돌리시더라. 오우 어찌나 감사하던지, 정말 십년감수 제대로 했다.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하면서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서 볼일을 해결하고 나니 이제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더라. 오오, 주변에 바나나 나무들이 한가득 있어서 얼마나 환호성을 질러댔는지 모른다. 마치 무인도에 온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해야 하나. 분명히 덜 익긴 했는데 한번쯤 바나나를 나무에서 직접 따보고 싶었던 터라 동심으로 돌아가 '바나나 서리'를 마구 했다. 내가 또 언제 한 번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싶어 언니와 나는 서로 기념 사진 찍어주며 얼마나 신나했던지. 바나나의 맛은? 상상에 맡깁니다.
+ 펠루카 사진 진작부터 꼭 한 번 올리고 싶었는데 이제 소원 풀었어요. 어떤 분들은 의아하실 겁니다. 여행 다녀온 지 5년이 다되어 가는데 뭘 이리 새삼스럽게 올리냐고 말이죠. 시간은 꽤 오래 지났는데 저는 필카로만 사진을 찍었던 터라 필름만 현상되어 있어 결과물을 제 눈으로 확인한게 1/3도 안된 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새삼스러울 수밖에 없고 볼 수 있게 되면 두근거릴 수밖에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