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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4. 17. 00:37
낯선 여행자 세상과 소통하다 상세보기
방희종 지음 | 뉴런 펴냄
세상은 당신과 소통을 바란다! 세상 가장 낯선 곳에서 세상 가장 따스한 것을 만난 『낯선 여행자, 세상과 소통하다』. 저자는 매일 1km도 넘게 마우스를 움직이던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37세라는 적당한 나이에 작가, 사진 기자, 교수, 그리고 사장에까지 올라본 저자는, 어느 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놓고 여행길에 올랐다. 이 책은 저자가 인도와 네팔, 그리고 히말라야 등 세계를 다이나믹하게 헤맨 후 기록한 여행기

체크아웃을 할 때 지팡이가 보이기에 팔라고 하자 잠시 생각을 하더니 그냥 가져가라고 건네준다. 나무를 정성스럽게 깎은 지팡이였다. 고맙다고 머리 숙여 인사를 하며 길을 나선다. 나타내는 방식은 달라도 누구에게나 카르마(업)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친절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것은 앞서 다녀간 누군가의 따뜻함 때문이리라.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벅차올라 이 감격스런 기분을 글로 남기고 싶었는데 블로그를 하고 있지 않아서 아주 안타까웠었다. 지금 역시도 '카르마와 누군가의 따스함'이라는 말에 가슴이 뛴다. 여행기를 읽다 이렇게 가슴이 뛰어본 것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이 다른 여행기보다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행하면서 경험하는 일상의 순간순간을 너무도 생생하고 자세하게 그려냈고 단순히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이에게 사색할 수 있는 여지도 준다는 점.. 여행이 끝나고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틈틈이 한 기록으로 전체적인 윤곽은 그려지는데, 내가 만났던 사람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점점 기억에서 멀어질 때 함께했던 그 시간이 참으로 그리워진다. 희종 님의 여행기를 보면서 그의 사색을 통해 나 또한 끄덕 끄덕였고 그의 문체를 보며 마치 내가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행복했다. 내가 잃어버린 시간을 조금씩 떠올리게 해주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예전에도 생각했었는데 희종 님을 여행하면서 꼭 한 번 여행지에서 마주치고 싶다는 거다. 같은 여행자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정말 꼭 한번 나눠보고 싶다.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치지 않을까? 그럴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메인화면이 바뀌었네요 하고 말해준 이는 없었지만, 유심히 본 사람들이라면 시즌 2로 시작하면서 메인을 새로운 사진으로 했구나 하고 짐작했으리라 생각한다. 평소에 이스라엘을 좋아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5년 전, 중동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스라엘에서만 겪어볼 수 있는 키부츠 생활을 하고 싶어서 3개월 정도 여정에 넣어뒀었는데 알다시피 중동 사정은 시시때때로 급변하기에 여행 전에는 분명히 시리아와 이스라엘, 양국 간에 문제가 없었건만(물론 오래된 정보를 봤을 수도 있다) 터키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들으니 시리아 스탬프가 찍히면 이스라엘을 갈 수 없다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비보를 접했고 시리아냐 이스라엘이냐,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만 했다. 시리아에 대한 애착을 저버릴 수가 없어 그 시절 이스라엘을 지나쳐야 했었는데.. 요즘 이야기를 들어 보아하니 입국심사가 까다로워 그렇지 두 나라 왕래에는 아무 문제 없다고 해서 괜히 심통도 나는 것이 억울하기도 하고 하여튼 그렇다.

유럽과 미주,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대륙을 제외한 웬만한 나라들이 여행기 속에 등장하는데.. 다윗성에서 바라 본 예루살렘의 전경을 보는 순간 여기를 가야 할, 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바로 여기라고, 네가 가야 할 곳은 여기다, 여기를 무조건 들러서 여행해야만 한다고 누군가 내게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곳이 나를 부르는구나 하는 느낌은 처음 받아봤다. 터키를 좋아하는 건, 이런 느낌과는 별개로 그곳에서 맺은 인연들이 있기에 그곳을 간절히 원하는 거고 예루살렘은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사진을 보고서 이런 감정에 휩싸이니 어찌 아니 갈 수가 있을까. 올해 10월이면 여권이 만료되어 다시 갱신해야 하는데 여권 속의 지난 흔적들을 쉬이 그대로 반납하기가 어려우니 분실했다고 하고 전자여권을 받아야 할 것 같다. 부른다면 가야지, 가야하고 말고.

난 여행기를 잘 읽지 않는 편에 속한다고 해야 맞다. 비겁한 변명이겠지만 여행이란 것을 누군가를 통해 대리만족해서 글을 읽고 싶지는 않다. 물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선이겠지만 여행기 대다수는 나, 이만큼 여행했어 혹은 이렇게 많이 다녔어 등이 주류를 이루는 듯해서 보고 싶지는 않다. 단, 에세이 성격이 강한 여행기는 언제든 환영이다. 문제는 그런 부류의 책은 판매 부수 결과가 썩 좋지 않아 많이 찾아볼 수 없다는 데에 있지만.. 여행한 결과물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동안 많은 경험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배워가는 내면에 자리 잡은 생각이 궁금하다. 내 경우에도, 여행을 하면서 가장 평화로운 시간은 야간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다. 그 고요하면서도 정적이 흐르는, 세상의 시간은 모두 멈췄고 오직 홀로 존재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순간이다. 여행의 완전 초짜였을 때는 야간버스를 타게 되면 낮에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볼 수 없으니 그건 시간낭비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야간버스의 매력은 물론 하루 숙박비를 줄인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나만의 평화로운 사색의 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체력만 허락한다면(늘 허락하지만) 야간버스는 정말 매력 있다. 일상에서의 밤 버스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밤이라 깜깜해서 볼 수 없으니 주위 풍경들이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달빛 속에 은은히 비친 이국적인 실루엣도 낭만이라면 낭만이다, 허허벌판이라 할지라도.
여행을 거듭할수록 조금씩 알아가게 되는 소박한 여행의 묘미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흔히들 느림의 미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그것을 천성적으로 즐기는 이가 여행했을 때(희종 님처럼) 그런 시선이 담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대한 주문이기에 예루살렘 사진을 받고 싶어 홈페이지에 가서 구구절절하게 말을 읊었더니 흔쾌히 사진을 주셨다. 그래서 노트북 배경화면에도, 휴대전화에도, 블로그 메인에도 예루살렘으로 온통 해놓았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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