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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4. 20.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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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 윤종빈 감독님



30일 개봉하는 '비스티 보이즈'에 앞서 윤종빈 감독님의 전작인 '용서받지 못한 자'를 봐야만 감독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불편하고도 무거운 시선들을 받아들이는 데 조금은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어 보게 됐다. PIFF에서 선보였을 때에도 끝없는 찬사를 받았고 나 역시도 이 영화가 졸업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힘이 실로 놀라웠다. 사실, 보기 전까지는 PIFF 당시 화제작이었기에 으레 그렇듯 노골적으로 자극적인, 금기시된 장면들로 가득 찼거나 마초이즘이 극대화로 표현되어 여성 관객들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감독님에게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마음은 참으로 무겁지만 말이다..

폭력은 전염되고 대물림은 계속 된다는 생각만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솔직히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군대 내의 폭력성만 따지자면 실제보다 덜 했으면 덜 했지 과하지는 않았을 거다. 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은 그들에게서는 듣지 못했던 말이 있다. 여기서 그들은 나의 친구들을 말한다. 휴가 혹은 제대를 나와서 술자리라는 형식을 빌리면 언제 어디서든 군대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고(여기서 대단하다는 표현은 비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허풍을 가미해서 이야기하는 방식을 말한다) 선임들에게 얼차려를 많이 당했고 고생한 일들을 쉴 새 없이 이야기 한다. 극 중에서 승영은 적어도 자신만은 기존의 불합리한 방식으로 후임을 대우하지 않겠다고, 자신이 선임이 되면 변화시킬 거라 장담한다. 하지만, 그도 자신의 말에 복종시키고자 '폭력'을 행하게 되고 결국 그도 변해간다. 비인간적인 폭력이라는 방식을 사용함에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군대라는 사회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내게 군대 내에서 비일비재한 폭력은 군대 제대와 동시에 발설하기를 꺼리는, 금기시되는, 잊어버리고 싶은, 살아 남고자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행위였기에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걸까. 어떤 방식으로든 후임을 굴복시키고자 가깝게는 내 친구들도 그러했을 터... 사실 승영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폭력의 불합리함에 대해 갑론을박하자는 마음보다 그저 무서웠다. 이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군대 내에서 당했고 당한 만큼 돌려준 그 폭력의 잔학성으로 얼룩진 속사정은 자신들의 가슴 속에만 존재하겠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포스터의 마지막 문구는 내게 또 다른 의미로 전해진다. 군대라는 갭으로 인해 친구라 할지라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 소통할 수 없는 장애물 하나가 생겼고 그 때문에 같은 길을 가는 듯하지만 다른 길일 수밖에 없어 영원히 평행선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다.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진정 친구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노래는 승영이 이어폰을 낀 채 내내 듣고 있던 곡이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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