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즈음에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영화를 보면서 조금씩 기운을 얻곤 했었다. 블로그에 '나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감정을 토로할 수도 있었겠지만, 제삼자가 글을 읽는 건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행여나 그 사람이 볼까 봐 당신과의 추억은 잘 정리해두겠다는 것 외에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쓰고 싶은 마음은 하루에도 수십 번이 되었건만 애써 그 마음을 다독이느라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때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보고 자신들의 이별은 가슴 아프지만, 블로그에서 보이는 내 모습은 그런 슬픔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판단 아래 사람 속도 모르고 '별로 안 힘들어 보이던데'라는 말이 참으로 야속하게만 들렸다. 쉬운 이별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단지 먼저 말로 하지 않았을 뿐 마음의 준비는 그 즈음에 하고 있었기에 다른 이들보다 빨리 털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위기를 누군들 잘 극복하고 싶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인연은 여기까지인 듯한 느낌이 들었고 이쯤에서 멈춰야만 할 거 같아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이별 최적의 시점이 아니었나 싶다. 약한 모습을 그 사람에게 보이기 싫었고 당신과의 이별 때문에 생겨버린 상처의 절절한 아픔을 잠시라도 느꼈다는 것조차 들키고 싶지 않았다. 상대를 위해 필요하다면 자존심은 꺾을 수 있되 내 마지막의 '약한 모습'은 철저하게 묻어두고 싶었다. 그때 나는 그랬었다..
more..
한 달 전에 방을 발칵 뒤집어놓으면서 추억 정리를 했었는데 그러다가 첫사랑과 관련된 사진과 편지, 일기장을 찢어만 놓고 버리지 못한 상자가 서랍 구석에 있었다. 2년 전쯤 8년 만에 한국을 온 메탈리카의 공연 소식에 마음이 동하여 그에게 보내지는 못하고서 이 공간에서 부치지 못한 편지를 적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안녕'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내게 첫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날 그 흔적을 본 순간.. '옛사랑'이란 느낌이 이런 거구나 하고 처음 느껴봤다. 첫사랑에서 옛사랑으로 바뀌는 그 아련한 느낌을 뭐라고 설명 해야 할까. 첫사랑이라 부르기엔 강산도 변한다는 십 년이란 세월이 흘러 그런 걸까. 마지막으로 서신을 교환한 날짜를 보니 2005년 6월 28일이다. 마지막 편지 한 통은 다른 곳에 따로 보관이 되어 있어 지금까지 온전히 가지고 있을 수 있었던 것. 내가 '하오체'의 편지 어투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사람의 영향 덕분이다. '연모, 정인'이란 말이 가득하던 그 편지. 그 편지만은 버리지 않을 걸 그랬다. 나중에 더 나이 먹어서 다시 읽더라도 참 기분 좋은 편지였을 텐데. 이상은의 '언젠가는' 이 노래를 들으면 가끔 이 사람 생각이 드문드문 나곤 한다. 그가 편지에도 썼듯 그의 삶에서 내가 차지하고 있는 공간과 많이 비슷한 가사라는 말에. 내게 옛사랑으로 이제는 기억되는 그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면 언제든 연락할 수는 있지만 둘다 만나기만 하면 감정을 정리하는데 서툴어서 우린 절대 만나면 안 된다. 잘 지내고 있죠 내 옛사랑.
상념을 없애려면 학문에 좀 더 정진하는 수밖에. 상념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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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이어오든 봄의 징크스.. 4월의 잔인함에 이은 5월의 무력함이 엄청난 스케쥴로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되려 느껴보지 못하고 지나버린 익숙함에 아쉬움도 있는 오늘입니다.
상황과 기준 여러므로 다르지만 가벼워지기가 필요한건 저 또한 마찬가지군요..
그래서 두달간의 배낭여행을 준비하려고 뒤지다보니 새벽을 맞았고 오랜만에 방문해서 글을 읽고 댓글을 달게됩니다.
뜻하는바대로 내일 맞길 바랍니다.
오월이란 계절이 그런가봐요. 게다가 날씨까지 아주 제대로 오락가락 해주시니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나봐요. 요즘의 철인님의 생활은 정말이지 부러움의 끝을 달려주시는 걸요! 세계일주 중인 친구에게 메일이라도 보내야 할까봐요. 지금쯤 러시아에 있을 것 같은데. 두 달보다 더 오래오래 하셨으면 좋겠어요. 여행하면서도 틈틈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글로도 보여주셨으면 좋겠고요. 요즘 자주 새벽 늦게까지 있으시군요. 가시는 여행지 중에 특별히 중점을 두는 나라가 따로 있으신가요? 저라면 '쿠바'쪽에 후후. 무비자였던가요? :D
딸뿡님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는 왜이렇게 읽어도 읽어도 너무 좋기만 한지 모르겠어요, 첫사랑에서 옛사랑으로 바뀌는 아련한 느낌이라...... 정말 절묘한 표현이에요, 이번에도 너무너무너무 잘 읽었어요 너무 잘 읽다보니 제가 다 고맙네요,
정말 느낌이 그랬어요, 불과 한 달전에. 그 흔적을 꺼내보기 전까지는 그저 내 인생의 첫사랑 그런 기억이었건만 세월의 힘은 놀랍더라고요. 그렇지만 절대 만나서는 안 된다는 거. 늘 서툴어 둘 다 실수하니 말입니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잘 읽으셨다 하니 기분 좋아요. 이별과 사랑에 관한 코드가 잘 맞나봐요 후훗.
그대의 옛사랑 이쁘네..^^
언니의 말 속에 모든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듯? 이쁘다 하니 몸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D
우리가 사랑해마지않는 '연모와 정인"이라는 단어. 딸뿡님은 그 분에게서 영향을 받으셨군요. 저는 이황 선생의 사랑 이야기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서로 위해주고 보듬어주는 그런 관게에서 연인이라는 말보다는 정인이라는 단어가 더 잘 어울리더라구요. 저는 정인을 만나고 싶어요, 연인 보다는.
딸뿡님의 옛 사랑. 령주님 말대로 예뻐요. 그리고 왠지 아련해보여요.
헤헤 그렇더라고요. 저는 연애할 때 연애편지란 걸 참 좋아하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연애 편지 받기가 참 어렵네요. 하지만, 저는 꿋꿋하게 연애 편지 쓸 거라는 거. 비록 못난이 글씨일지라도. 참 흘림체도 좋아해요 헤헤. 맞아요 보듬어주고 위해주고. 예전에 혜아룜님도 말했지만 지금의 우리말보다 더 어여쁜 고어들을 두루 섭렵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니까요. 현대어로 바꾸지 말고 고어 그대로 썼으면 하는 말들. 저 글을 정신없이 쓰고 있는 동안의 마음이 '아련' 했사옵니다 :)
딸기뿡이님 글을 읽으니, 저도 첫사랑이 옛사랑으로 바뀌는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바로 보기에는 뭔가 마음이 싸해서 의식적으로 외면할 뿐이거든요, 전.
잔인하게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가 헤어졌다가 만났다가 수도 없이 반복했어요. 만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참 많이 만났고. 그러다가 보니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나봐요.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에 보면 십 년 뒤에 '두오모 성당'에서 만나자 약속을 하잖아요. 그 영화를 봤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한 4-5년 전쯤이었어요. 우리도 10년 뒤에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옛사랑으로 바뀌는 그 감흥도 참 묘해요 쌘님. 쌘님에게도 의식적으로 외면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듯해요. 그 날이 언제쯤인지는 자신만이 알겠죠? :)
옛 기억들을 다 버릴 필요 없을거 같단 생각. 그걸 들춰내면서 추억에 빠져 허덕이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품고 있다 나중에 꺼내보면 그때의 내가 보이고 좋은거 같단 생각이..
잘 지내고 있죠. 내 옛사랑. 이 말이 너무 좋다.
언니가 좋다는 말, 지울까 말까 고민하다.. 그 사람은 내 블로그의 존재 자체를 모르기에 적어두었죠 뭐. 러브 레터의 영화 장면을 재현해야 할 것 같은 느낌? 헤헤. 그러게요 언니. 오랜 세월을 인정하고 싶지만 인정해야 하는 '미련'이란 감정때문에 너무 붙들고 있어서 그런 식으로라도 정리가 필요했었어요. 지금 살짝 후회해요. 그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왜 그리 했을까 하면서 ^^
포스트를 보고 뭐랄까, 예전 한때의 제 모습이 떠올라 잠시 상념에..^^ 이사할 짐들 조금씩 챙기다, 고등학교때 쓰다가 갖고 온 사물함을 들고갈까 두고갈까 고민중이에요. 그 안에는 고등학교때부터 써오던 일기장 9권과 첫사랑이 전한 편지들, 그리고 제가 보내지 못하고 남겨만 둔 편지들이 수북이 쌓여있거든요. 그와 관계된 것들, 같이 본 영화표들부터 찢어 없애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편지 찢기 전에 후회가 몰려와서 편지랑 사진은 남았어요. 이상한 것이, 영화표 수집할 때는 그걸 보지 않아도 어떤 영화를 언제 어디서 어떤 감정으로 보았는지가 생생하더니만, 찢고 나니 일주일만에 사라지더라구요. 그래서 편지는 곱게 보관하고 있어요. 그를 기억하고 싶다기 보다는 가장 예쁜 시절의 나와 그런 나를 가능케해준 그때의 그 사람, 그리고 우리의 감정을 기억하고 싶어서겠죠. 오늘 집에 가면, 옛 편지 한번씩 들춰보고 싶네요. 그와 9년전 11월 27일날 시네플러스에서 봤던 '러브레터' 보면서요 :) 그나저나 제 첫사랑에게는 결혼소식을 어찌 전해야 할까 고민만 하고 있어요.
저라면 집에 고스란히 보관해둘 듯한데요. 이유는 이제 친정집으로 올 일이 예전처럼 자주는 없겠지만 한번쯤 윗미님의 방에 들어갔을 때 온전한 나의 추억이 어린 공간이잖아요. 그러니 그런 공간에 고이 보관해주는 게 왠지 더 좋을 것 같아요. 새로이 시작하는 공간에 두는 것보다요. 조금 더 성급하지 않을 걸 그랬나봐요. 내 일기장은 찢어도 상대의 편지는 그러지 말걸. 윗미님 글 보니 더욱 그러네요 어휴. 마구 후회중인데, 돌이킬 수 없으니 남은 한 장이라도 잘 관리하겠사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준 테이프는 버리지 않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건 참 잘했단 말이죠. 아아, 기억나요. 제 생일과 같은! 나중에 결혼 소식 어찌 전했나 제게 귀띔이라도 해주셔요. 어떻게 알리셨을까 제가 되려 궁금하네요 :)
편지. 저도 참 좋아하는데 점점 쓸 기회가 적어져가요....
첫사랑, 편지 에 관한 오래된 이야기가 잇었는데 얼마전 방송으로 정리된게 잇었는데 파일이 좀 커서 언제 시간되면 포스팅 해볼까요? ㅎㅎㅎ
근데 북흐러워서 비번공개로? ㅋㅋㅋ 헤헤..
그냥 그렇게 쓰면서 또 한번 정리되고 정리되고 그러면서 한겹한겹 접어서 저 마음속 한구석에 밀어넣어버리게 되는거 같아요 ㅎㅎ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죠. 2000년 초반에만 저도 서신 교환을 했지 나날이 편지 쓰는 횟수가 줄어요.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아 그래요? 포스트 해주셔요. 보고 싶사옵니다. 호호 비번공개는 간단하게 1111 어떠셔요? 하하하. 라면한그릇님 말이 맞아요. 이렇게 한 번씩 감정을 정리하며 쓰다보면 차곡 차곡.. :D 포스트 기대하겠습니다!
잘 지내고 있지, 나의, 옛, 사랑-*
가끔 스치듯 생각만 하다가, 오늘 밤, 딸기뿡이 님의 글에 용기 얻어 정식으로 인사 건네봅니다. 낮게, 조용하게.
그런데 그 인사, 참..., 참..., 참..., ...
아물다님 오셨군요! :D 저역시도 들릴 듯 안 들릴 듯 나지막한 음성으로 인사를 건넸죠 뭐. 참 참 참 속에 느껴지는 감정을 저도 알 듯 하단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