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
2008. 5. 26.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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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어제 새벽 청계천 광장에서 있었던 폭력사태를 보면서도 '지금이 과연 2008년이 맞는 것인가, 이것이 진정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란 말인가' 하고 되묻고 싶을 정도로 믿기 어려운 일이 지금 이 시간에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의 쓰촨성 지진도 불과 몇 시간 전에 또 발생해 수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놓여있고 버마의 사이클론 피해 역시.. 진작에 했었어야 맞는데 어젯밤이 되어서야 기부했다. 때늦음에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버마의 현재 상황에 긴 한숨 밖에 나오질 않으니 못내 마음이 편치가 않다.
사이클론 피해를 본 지역은 버마의 '중남부'지역이고 이곳은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물가 옆에 집을 짓고 산다. 짚을 엮어 나무로 고정한 집이 대부분이라 사이클론과 같은 재난이 닥치면 속수무책이다. 처음 버마의 재난 소식을 접했을 때 먼저 떠오른 지역이 '인레호수'였고 굳이 여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집이 이러한 구조를 지녔기에 '어떡하나 어떡하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렇게 평화롭고 조용한 인레호수인데, 다시 한 번 방문해서 그때보다 더 여유롭게 지내고 싶었던 이 곳이었는데.. 피해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은 차마 볼 수가 없더라. 자연재해는 어느 누구에게도 탓할 수 없는 거라 하지만, 버마인들은 자신은 못 먹어도 '스님'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퍼준다, 심하리만큼. 동남아에서 불심의 깊이는 버마를 따라올 나라는 없기때문에 그 지극정성을 하늘도 알 터인데 참으로 무심해서 화가 날 지경이다.
버마와 같이 GNP가 낮은 나라가 스투파(사원)와 불상을 끊임없이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누구의 힘이겠는가. 기도를 할 때에도 저렇게 온 정성을 다해 자신을 바치고 금붙이(물론 진짜는 아니겠지만)를 손수 가져와 행여나 닳을까 싶어 기도가 끝나면 손수 금붙이를 일일이 어루만져 가면서 붙이고 간다. 저 대단한 행위를 남자만 할 수 있어서 여자는 감히 저 고귀한 곳에 들어갈 수도 없다. 먹고살 만한 나라가 퍼주는 것과 자신들 먹을 것도 없는데 아낌없이 자신의 것마저 내어주는 이 모습들은 도대체 어찌하란 말인지. 이렇게 재난을 입었어도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신에게 빌고 또 빌 걸 알기에 자꾸만 속상하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데 몸을 아끼지 않는 의식이 깨어 있는 스님도 있지만 개중에는 빌어먹고 놀면서도 스님이라는 지위 하나로 당당한 사람도 한둘이 아니다. 자신이 그리 빈둥거려도 알아서 삼시 세 끼 다 챙겨주고 스님이라고 존경에 마지 않는 마음을 지니니 어찌 분통이 터지지 않을까. 거기에 들어가는 돈으로 더 많은 사람이 먹고 살겠구먼. 이렇게 한탄해야 무슨 소용이겠느냐 만은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오해는 없으시길, 대부분의 스님들 좋은 분입니다.
신을 믿지 않지만, 버마인을 위해 그네들의 신을 위해 이걸 올립니다..
posted by 딸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