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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oove 2008. 6. 3.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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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두 달여 만에 올리는 음악 포스팅이다. 한 앨범을 이렇게 오래 들은 적이 없는데 그들의 마지막 앨범이라 그랬던 걸까? 특정 한 곡만을 몇 주간 무한 반복하며 듣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포스팅을 할 때도, 댓글을 달 때도.. 어지러운 마음이 이 노래를 들어야만 조금이나마 편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습관적으로 Guide down denied를 찾았다. 그리고 몰랐는데 앨범 뒷면에 양 날개 사이에 동그라미 속에 Grandaddy의 모습이 있는 걸 방금 발견했다. 수록곡만 보느라 오른쪽 위 끝의 사진을 못 보았는데.. 하늘로 훨훨 날아가듯 이제 더는 새로운 앨범을 들을 수 없는 그들이라 마음이 착잡하다. 해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지만, 음악을 듣고 또 들을수록 자꾸만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더욱이 이 곡은 '점점 깊어지는 공허함' 속으로 이끈다. 그러니 오죽했을까. 이 곡만을 수백 번을 들었는데.. 노래가 끝이 나는 게 아쉬워서 계속 듣기만 했다. 이 노래를 멈추게 되면 영원히 그들과 안녕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앨범 구매를 지금처럼 꾸준히 하겠다고 밝힌다. 지난 몇 주 사이에 블로거들 사이에서 앨범 구매에 대한 '커밍아웃'을 여러 명이 하셨다. 시디를 더는 구매하지 않겠노라고. 그 생각 역시 그들이 내린 결정이니 옳고 그르다 판단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 글을 보면서 나의 시디 구매에 대한 생각을 돌아볼 계기는 됐다. MP3 없이 CDP로만 음악을 듣고 있고 MP3 변환은 블로그에 올리기 위함이지 내가 따로 듣기 위함은 아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CD를 처음 들었을 때 말고 다른 때에도 얼마나 자주 들었느냐 물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소장용이라 부르기에는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커밍아웃 글을 봤을 때에도 나는 그랜대디의 음악을 듣고 있었고 지금 역시도 그들의 앨범 가운데 좋아하는 곡만을 계속 듣고 있다. 내 손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그 앨범 안에 내가 좋아하는 곡, 싫어하는 곡 혹은 예전에는 별로였지만 지금은 너무도 좋은 곡.. 이렇게 앨범 하나하나를 소장함으로써 그 뮤지션을 기억하고 싶다. 그랜대디처럼 해체해서 이제 다시는 만날 수가 없는데, 내가 그들의 지나온 흔적을 다시금 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음악을 통해서이기도 하지만 CD를 하나하나 만져보면서 안에 자켓들도 보면서 그때의 일들을 떠올리는 것. 이것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을 듯하다. 평생을 살면서 여러 번 듣게 되는 앨범도 있겠지만 한 번 듣고 끝내는 앨범도 많을 수밖에 없다. 내가 묻힌 손때 속에 내 마음도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어찌 앨범을 사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도 숱한 앨범이 쏟아져 나오고 새로운 음악을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지만, CD 개수가 하나둘씩 늘어날수록, 뮤지션에 대한 마음이 더욱 깊어질수록 시간이 더 지나면 오랜 일기장을 넘겨 보는 것처럼 추억의 또 다른 이름이 되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얼마나 많이 듣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이제는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게는. 추억이 차곡차곡 쌓이는 거니까..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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