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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7. 2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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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 마이크 니콜스 감독님

진실이란 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 거의 영화가 끝날 무렵 나는 폭발했다. 댄의 대사 때문에. 래리에게 이야기를 듣고서 앨리스에게 그것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시작한다. 진실에 집착하는, 거의 정신병적 수준이 아니고서야 뭐란 말인가. '난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 그러니 당신은 안전하다고, 난 모든 걸 알아야 할 권리가 있어, 내게 진실을 말해' 이런 x소리를 늘어놓는데 정작 그는 모순 덩어리다. 자신의 과오에는 그럴 수도 있지 하는 한량없는 관대함을 보이지만, 자신의 여자들에게는 한치의 거짓이라고는 용납하지 않는 진실의 실체를 원한다. 안전? 코웃음부터 나오는구나. 두 남자들 모두 '진실에 집착하는' 인간들이었다. 사랑한다면 거짓을 이야기해선 안 되고 거짓말을 한다는 건 그 사랑에 위배되고 그 사랑의 신뢰는 무너진다고들 생각하는 모양이다. 아니 천만에! 나는 진실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일 뿐더러 진실 그 실체에 관해서는 알고 싶지 않다. 세상의 모든 커플, 사람들이 진실만을 떠들어댄다면 존재하는 모든 이들은 제 몸에 다 생채기를 낼 수밖에 없고 상처투성이가 되고 만다. 이 영화가 내게 죽을 것 같이 갑갑하게 느껴졌던 것도 그 진실이란 것에 미치도록 목을 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한다면 무조건 진실만을 말해야 한단다. 오 마이갓. 야심한 시각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주체를 못 하고 있다.

사랑하니까 모든 걸 알려줘야 하고 알아야 한다는 발상이야말로 미친 짓이다. 두 남녀의 떨어져 있는 거리, 그보다 훨신 더 우리가 모르는 진실은 수도 없이 많다. 당신은 정녕 다치고 싶으신 겁니까? 마음을 다치고서 그녀 혹은 그를 안전하게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감싸주시려고요?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죠? 진실, 그 실체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그 사랑은 끝이다. 우리는 비밀을 끊임없이 끌어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야한다. 바로 상대를 위해서.......


네 남녀의 사랑이야기, 각각에 대해 쓰기도 전에 진실에의 집착때문에 숨이 막혀와서 어떤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진실 그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이, 상대가 알고 싶지 않은데도 사랑한다는 이유로 모든 진실을 이야기하는 이.. 이 두 부류는 그 진실이 엄청난 진실이었을 때, 결코 그 무게를 감내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내가 감당해야 하는 그 몫이 부담스럽기에 그 진실이 알고 싶지 않고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 상대를 믿고 싶을 뿐이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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