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
2008. 8. 4. 03:14
|
여행 엽서를 받고 마음이 동하기도 했고 이웃님이 여행 중에 우연히 마주한 '마음의 고향인 독일의 어느 마을' 포스팅을 읽고서는 내가 마음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는 '터키'가 떠오르면서 그간 묵혀두었던, 언제 어떤 주제로 포스팅하게 될 지 모를 이스탄불의 흔적... 그중에서도 술탄아흐멧과 에미뇨뉴쪽의 일상 풍경이 미치도록 그리워지는 마음이란.... 갈라타 다리에서는 사람들이 낚시를 하는 모습도 보고싶고 늘 그랬듯 세월아 네월아 하며 다녔기에 다리를 왔다 갔다 하는 산보가 주 일상이었는데.. 저 시장은 멀리서 보기만 하고선 저기를 가보진 않았네.. 술탄 아흐멧에서 10여 분만 걸어내려오면 에미뇨뉴 쪽에 도착하는 순간 드넓게 펼쳐진 보스포러스 해협을 보고 있자면... 정말... 여기서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지나 다니는 사람 구경도 하고 케밥도 먹으면서 보스포러스를 온 몸으로 느낄 수가 있어서 정말 좋았는데........... 저 모스크는 지금쯤 완공이 다 되었겠지? 바이람 기간에 맞춰가면 줄서서 밥도 공짜로 먹을 수도 있는데.... 그때가 보자 11월 중순에서 12월 초사이였던 거 같다. 라마단의 금식 기간이 끝나고 그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행해지는 이슬람 사람들의 축제니까. 아 그리워라........
어디서 뭘 보고 다녔느냐보다 지금은... 내가 발걸음했던 그곳의 일상적인 모습이 너무도 다시 가고싶어진다. 유럽의 여느 골목처럼 이스탄불 역시.. 큰 길로, 즉 정해진 길로 다니는 것보다 골목 사이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게 재미있다. 걷는 재미도 쏠쏠하고. 일부러 그렇게 다닌 건 아니었지만, 길치에 방향치다 보니 한 번 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게 더 어렵다보니 본의 아니게 새로운 길을 탐험하는 걸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뭐 실제도 같은 길을 또 가는 거 안 좋아하긴 하지만... 원하든 원치않든 아무튼 자발적으로 골목길을 다니는 그 시간이 즐거웠다. 헤매도 즐겁고 잘 찾으면 더 헤맸어야 하는데 하면서.. 여행할 때는 길을 찾다보면 적당히 보다 좀 더 과한 헤매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러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 한 맛있는 가게를 마주하기도 하니까. 그리고 헤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헤맴의 미학이라면 너무 거창한 건가? 조금 그렇긴 하네.
술탄아흐멧 아래 에미뇨뉴에 있는 기차역이랍니다. 그리스와 루마니아를 갈 때 애용하더라고요. 나도 다음에는.......
6개월 왕복 싱가포르 에어라인을 끊고 여행을 왔건만, 보름 만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 기분..... 물론 이 트램을 찍었을 때에는 부푼 마음을 안고 있을 때였다. 앙카라에서 이란 비자를 받고 나면 디야바키르에서 유누스씨와 다시 만나 그분의 삼촌 식구들을 다시 보고 그때 많이 못 찍었던 사진들 찍고... 앞으로 매년 여름휴가 같이 보내요 하는 말들을 했었을 텐데... 6개월 치의 모든 여행은 물거품이 됐지만, 터키 출국 전날 나는 마음을 이미 다독였고 카메라가 고장이 난 관계로 그때 찍었던 사진은 없지만, 기막히고도 멋진 아야 소피아와 블루모스크의 야경을 보며 커피를 마셨던 그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호텔 옥상에서 본 주변의 야경은 스카이 라운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멋졌기에 지금도 그 느낌만은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술탄 아흐멧을 가로지르던 트램도 그립다. 그리운 것 투성이구나............ 터키의 일상이 유독 그리운 밤이다.
+ 사실 오늘 새벽 너무 적적한 마음이 들어 '심심해요' 하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달까요? 으으으-
posted by 딸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