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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9. 27. 01:06





잔잔하고도 담담한 시선을 음악과 잘 어우러지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이윤기 감독이다. 여자 정혜도 그러했고 좋아했던 영화, 러브 토크도.... 이윤기 감독 스타일의 영화는 정작 감독 자신은 무덤덤하게 작품을 그려내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뒷맛은 쓸쓸함이 감돌기만 한다. 멋진 하루 속에 러브 토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영화의 감독이 이윤기라는 걸 몰랐다. 두 사람이 밤거리를 차로 달릴 때,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두 사람의 얼굴을 클로즈업 하다가 거리의 야경과 불빛들을 보여주는 그 장면이 정말 쌍둥이처럼 닮았다. 영화 속에 흘러나오는 OST 하나만큼은 끝내줬던, 내게 음악 영화라는 어렴풋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러브 토크'를 다시 봐야겠구나 하고 보면서 생각했었으니까... 영화를 본 후, 감독 이름을 확인하고서야 아..... 이윤기 영화라면 안 봤을 테지만(여자, 정혜의 영향이 너무 컸다 휴~) 하정우 이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이윤기 감독의 영화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시나리오는 매번 다르겠지만, 그만의 고정된 스타일이 있으니 음악을 다른 이보다 '특별히' 더 신경써주는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걸까?' 하는 생각과 쓸쓸함을 동반하니 제 아무리 좋은 음악이 흘러나와도 별 수 없다. 난 영화 속의 음악이라는 소품에 애착 가지는 감독을 좋아하지만... 그라서 어쩔 도리가 없다. 물론, 영화는 물 흐르듯 감정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기에 이 영화가 나타내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는 그리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허나, 난 이 감독에게서는 '주제 의식'이 궁금하다. 그래서 한 번쯤은 아, 하고 손뼉 치는 순간 혹은 고마움을 느끼는 때가 왔으면 좋겠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적이 없다. 겨우 세 편으로 이야기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허공에 떠다니는 추상적인 무언가를 내가 알아차리기란 참으로 어렵다. 감독의 생각이 너무도 깊어서 짧은 두 시간 여의 흐름으로는 차마..... 이번 영화 인터뷰를 보고서 아, 감독에게 이 영화는 이런 의미였구나..그리고 아주 천천히 끄덕끄덕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날의 기분 좋은 발견이라는 그 구절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어떤 사람의 미지의 영향력,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복감, 그런 삶의 한 부분을 유쾌한 코드로 이야기하는 영화, 그런 영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건 지금 우리 모두의 같은 생각 아닌가? 이 영화는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날의 기분 좋은 발견에 관해 이 영화는 <멋진 하루>라고 부른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고도 표현하셨더라. 감독에 대한 볼멘소리를 하려고 감독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아니라 난 이 감독과 친해지고 싶다. 서두에도 썼지만, 그는 한국에서 보기드문 섬세한 감성을 음악과 곁들여 만들어낼 줄 아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는 여자도 아닌 남자인데 말이다. 여자 정혜에서는 완벽하게 핀트가 어긋났고 다시 본다면 달라지긴 하겠지만, 쉽사리 엄두가 나진 않는다, 그 영화는 정말... 러브 토크를 보기 드문 수작이라 치켜세울 수 있는 건 음악 덕분이다. 내용은 일정부분 많이 잊혀졌지만, 이 영화 속에서 느껴졌던 '쓸쓸함'은 오히려 좋았던 점으로 기억된다. 그래서 다시 봐야만 하고.  '아주 특별한 손님'은 나중에라도 볼 예정이다. 이렇게 감독과 소통할 수 있는 감정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간다. 역으로 말하면 감독이 점점 대중과 소통하려 노력한다는 점으로 볼 수도 있겠지. 평행선을 그으며 서로 각자의 길로만 갈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스치는 시점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멋진 하루' 덕분에 알았으니 다음 영화에서는 제대로 소통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 아니 밝은 희망도 가져본다.




멋진 하루(My Dear Enemy) , 이윤기





전도연이란 여배우가 진심으로 빛나보였다. 나는 '밀양'을 보지 않아 그녀가 그 영화에서 어떠한 열연을 펼쳤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그녀의 연기에 대한 평을 빌리자면 밀양에선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에 대해 악을 내질러야 했고 멋진 하루에서는 아주 고요한 가운데 심리 변화를 천천히 그녀가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난 이 영화를 진심으로 지루하게 보았을 게다. 지하철에서 소리없이 흘렸던 눈물에서 작은 심리 변화가 일고 있었고 그후 시덥잖은 그의 말 속에 옛 추억을 떠올리던 그 눈빛 그리고 이따금 보여주던 환한 미소... 그녀였기에 정말 몰입해서 그녀와 같은 마음으로 호흡을 하며 이 영화를 보았던 듯싶다. 내게 전도연이란 배우는 배우가 가진 연기력에 비해 내가 덜 평가하는 배우에 속한다. 객관적인 걸로 보자면 한없이 좋아하고도 남을 배우임은 분명하나 내 마음이 동하지가 않아 좀체로 좋아지지가 않았다. 모두가 극찬했던 '너는 내 운명'을 보고도 말이다. 그렇기에 '멋진 하루' 이 영화는 이윤기 감독님을 재발견할 수 있었고 전도연이란 배우에 대해 다시금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던.. 내게는 뜻깊은 영화가 될 듯싶다. 마음의 문을 한단계 연 계기라고 할 수도 있으리라.


이윤기 감독님의 주특기인 여성 심리를 세심하게 잘 드러내는 방식과 전도연의 성숙한 내면 연기, 이 두 사람이 빚어낸 꽤 괜찮았던 작품이었던 게다. 그러니까 말이야, 감독이 과연 뭘 나타내고 싶었을까에 대해 내가 이 영화에서만큼은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거다. 이렇게 하나 하나 되짚어 보니.. 이미 답은 나와 있었으니까...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아. 이 장면만큼은 사진기에 담았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바로 이 스틸컷이 그러했다. 해질 무렵 두 사람이 걸어가는데.......... 건물의 유리에 비친 두 사람의 그림자에 보이는 석양.. 쓸쓸함이 더 묻어난다고 해야 하나.....



+ 하정우에 대해 한 마디 하지 않고 넘어가면 곤란하겠지? 이윤기 감독과 배우 전도연, 이 환상의 짝꿍에게 할 말을 다해 버렸지만. '세상에 어떻게 이런 놈이 다 있냐' 싶은 고개를 절래절래하게 만드는.. 놀랍디놀라운, 뻔뻔한 놈을 끝을 보여주는 물오른 연기의 하정우씨 .. 정말 이런 놈 있으면 안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마저도 연민을 갖게 하는 거 보면... 영화를 다 보고서 곱씹어 보니 감독과 배우의 조합이 그 어떤 영화보다도 유난히 더 좋았던 듯싶다. 그 어울림이 아주 그윽하니 말이다....




그리고 난 이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관을 찾았다, 단지 내가 좋아하는 배우 '하정우'가 나온다는 이유로 눈과 귀를 닫고 보러 간 것이었는데 정말 이 계절에 맞는 조금은 쓸쓸한 멜로 영화인줄로만 알았다. 단순한 상상으로는 억지 눈물을 쥐어짜는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뭔가 '봄날은 간다' 처럼 잔잔하면서 받아들이는 이마다 또 다르게 자기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어허허, 그런데 영화는 정말 엉뚱한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다르게 알았다하여 영화에 몰입하는 데에 방해가 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이것 하나는 꼭 말하고 싶다. 이 영화를 멜로 영화라 부르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하룻동안 옛 애인과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그녀가 느낀 감정 변화 추이를 우리가 조심스레 추측하고 짐작하면서 여운을 주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인데 이것이 멜로물은 아니지 않은가.... 옛 애인과 만난다 하여 다 멜로물이 되는 건 아니잖아. 영화의 홍보가 너무 '멜로'로 소개된 듯하여 이건 아닌데 싶어 한 마디 덧붙인다... 혹 그렇게 오인하고 보는 분들이 있을까봐...물론, 이것 역시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비포 선셋을 잇는.. 이것도 좀 보기가 그렇더라. 어떻게 보면 또다른 형식의 멜로 표현이기는 한데 그런 장르에 넣기에는 뭔가 색다른 느낌이라.. 아, 쓰고 보니 규정짓기가 더 어렵다. 남녀가 연애로 얽혔으니 로맨스는 로맨스겠지? 정리끝...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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