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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10. 27. 11:55

구구는 고양이다 (ググだって猫である) , 이누도 잇신 감독님




단순히 유쾌한 영화인 줄로만 알았는데, 보고 나면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어쩔 줄 몰라할 줄 알았는데.. 영화를 보고 나오는 내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는 않았다. 한 편의 영화를 보고난 후, 감정을 희석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던 영화였던 게다. 그렇다하여 여타 동물을 소재로 한 영화처럼 눈물을 자아내는, 마음이 아파서 울어야만 하는 그런 부류의 영화는 아니었다, 그건 자신할 수 있다. 그랬다면 으레 그러려니 하며 더 마음이 편했겠지. 울 수밖에 없는 공식으로 이끌어내는 동물 영화라면, 나는 안 봤을 테다. 그런데 말이야,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영화였다. 구구는 고양이다를 본 사람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나 역시도 마음은 행복해하면서, 눈은 웃고 있으면서, 미소 지으면서도 내 눈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꽤 오랫동안. 세상에 그 어떤 영화가 웃으면서 우는 걸 함께 하게 해줄 수 있을까.








고양이뿐만 아니라 동물을 오랫동안은 키워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여러 번 곁에는 둬 봤지만, 짧게 몇 년 단위였을 뿐이다. 영화를 보고 새롭게 자리잡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 일단, 동물과 함께하는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우리는 '주인-동물' 관계라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나보다 성장속도가 빠른 '친구'와 돈독한 관계를 맺는다는 생각을 하고서 함께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알아가며 기억하며 추억을 만들면서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야 비로소 나는 동물 친구와 함께 생활할 자격이 있는 거였다. 단순히 예쁘니까, 귀여우니까, 내가 외로워서 귀여워할 대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키우기에는.. 그녀석들은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언젠가는 내 나이를 훌쩍 뛰어넘는 시간이 올 텐데.. 그리고 '키운다'는 표현도 아닌 듯하다. 함께 한다는 표현이 맞는 게지. 난 지금껏 동물은 동물, 사람은 사람이라는 인식에 사로잡혀 살아왔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동물이라는 존재 의미가 예전보다는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 그래, 써놓고 보니 내가 웃고 있으면서도 눈에 눈물이 영화 보는 내내 맺혀있기만 했던 그 느낌의 정체는 '행복함'이었다. 슬퍼서 눈물 뚝뚝이 아니었으니까. 왜, 그런 기분 있잖아. 행복해서, 너무 행복함에 취해서 눈에 눈물이 한가득, 그렁그렁 맺힌 상태.. 응, 그랬던 거였어. '동물=친구'라는 말은 동물 애호가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같은 단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도. 앞으로 이런 느낌의 '동물친구 영화'가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슬프고 마음 아프기만 한 것은 이제 그만 안녕이다. 나보다 늦게 태어나든 빨리 태어나든 그들에게 주어진 생은 짧지만, 우리가 함께 호흡하면서 생활하는 그 동안이라도 그러한 특별한 느낌의 끈끈한 유대를 이어갈 수만 있다면, 동물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 테니까.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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