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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9. 2. 10. 00:40


워낭소리, 이충렬 감독님



개봉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음에도 호평들이 이어지고 있어 봐야지 하는 마음은 앞섰건만, 왠지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봐야만 될 거 같은 영화였다. 내 마음이 무장해제된 상태에서 보았다가는 영화의 끝이 어찌될 지 알고 있기에 보고는 싶은데, 보고난 후의 마음의 동요가 무서워서 주저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그런데 오늘 '낮술' 영화부터 예매했는데 늦을 거 같아서 다음 시간으로 예매 수정하고 앞시간에 같이 몰아서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영화를 볼 '용기'를 내줘서 내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 영화가 탄생하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렸더라. 편집하는 작업이 그 어떤 과정보다도 더 힘들었을 텐데 75분이라는 시간 속에 감독은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농축된 진액속에 담았고 그야말로 다큐멘터리가 선사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정수'를 우리에게 보여줬다. 위의 포스터 문구만 보아도 가슴을 뜨듯하게 해주듯이. 이래서 다큐가 좋다. 다큐를 기획하고 촬영하고 우리에게 선보이기까지 그 어떤 영화 장르보다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하는 데다 재정적 지원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여건임에도 한 작품을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다시금 일깨우고 환기시켜주니 가슴 깊은 곳에서 영화의 메시지가 내 안에서 메아리가 되어 오래도록 울려 퍼지니 말이다.






할아버지와 소가 함께 보폭을 맞추며 걷는 모습을 천천히, 느리게 보여주는 이 장면이 인상깊었었다.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오랜 세월을 늘 한결같이 마음을 주고 받는 일. 그리고 나역시도 모두가 울 수밖에 없었던 그 어마마마한 장작들을 보는 순간 눈물을 마구 쏟아냈고 멈춰지지가 않더라. 30여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동물과 사람의 그 끈끈함 유대감은 어떤 관계로 정의될 수 있을까. 그리고 자신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 역시 동물이나 사람이나 매한가지였다. 개와 고양이와는 또다른 '소'의 충직함이란 것에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더라. 가슴 뜨듯해지는 이 영화, 아직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얼른 보러 가세요. 마음의 준비따위 전혀 필요 없다고요. 양질의 영화를 외면하는 행위는 문화인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배반 행위'라고요 후훗.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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