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inside 2009. 3. 3. 02:13


레볼루셔너리 로드 , 샘 멘데스 감독님



희망을 찾아 열망하는 그곳만을 꿈꾸는 자 vs 한때 꿈꿨고 다시금 그 희망을 찾아 떠나려 하지만, 달콤한 현실의 안주를 택한 자.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지만, 결국 인간이라면 선과 악의 본능이 있듯 저 둘의 명제에 대해 우리는 끝없는 고민을 반복한다. 허나, 여기에서 우리가 여실히 알 수 있는 점은 단 하나다. 오직 희망만을 바라보고 그것 밖에 모르던 자가 자신의 전부인 희망이란 것이 꺾여버린 순간, 자신은 이미 죽어버린 것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양쪽 날개가 꺽이다 못해 찢겨져 나간 그 고통은 그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을 뿐더러 강렬히 타올랐던 그 열망만큼 죽음도 그에 비례한다. 반면에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는 한쪽 날개만 가볍게 접었을 뿐이다. 그 역시 현재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는 네버랜드를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 그는 어쩌면 처음부터 떠나기를 원치 않았을 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삶을 반복하지 않겠다며 자신의 삶을 지긋지긋해하지만, 결국 그는 언제부터인가 현실과 타협했고 그녀의 '제안'은 젊은 날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한낱 바람에 불과했으리라. 그러나, 그녀에게 있어서 그 제안은 단순히 여길 벗어났으면 좋겠어 혹은 다른 곳으로 간다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는 단순한 현실속에서의 투정이 아니라, 그녀 자체였다. 그것은 그녀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숨죽인 채로 누구나 봐도 원만해보이는 가정이라는 틀을 이루기까지 늘 바라고 바라왔던, 그 순간만을 위해 '지금'을 살고 있는 그녀였으니까. 그녀가 바라던 열망의 수위는 가히 죽음과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린 순간, 그녀의 삶은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다.



열망과 현실과의 타협, 둘 중 무언가를 택하라 한다면 당연히 '열망'이 되어야 한다. 열망을 꿈꾸는 동안은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삶의 모든 것들이 충만해지지만, 결국 열망을 이룬 순간 즉, 현실이 되어 버리면서 다시 삶은 무기력 속으로 빠져드는 리듬이 반복된다. 그렇게 되면 열망으로 가득찬 자는 또 무언가를 꿈꾸면서 다시 삶의 에너지를 찾아 가는 순환의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다. 꿈이 없는 자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던가. 저 두 사람은 파리로 떠났어야 했다. 그녀의 에너지는 열망이라는 극단의 정점에 닿아 있었고 그는 열망과 현실 사이를 비교하면서 단지 현실 쪽에 마음이 기울었을 뿐이었다. 파리로 간다하여 그들의 삶이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적어도 꿈꿔 오던 삶을 한 번이라도 이루어냈다는 그 '희열'만큼은 경험 해봤을 것이다. 그리 했더라면 그 에너지가 밑거름이 되었기에 한낱 열망에서 지독한 현실로 변모해 버렸을지언정 그 에너지의 원천이 현재를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희열감을 느끼기 직전의 그 문턱에서 좌절되고만 그녀는 처참하게 찢겨져 자신의 정체성, 삶의 의미를 상실해 버리고 말았다. '열망'이라는 가장 순수하고도 치명적인 인간의 욕망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당사자는 그 열망의 결실을 맺어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기에 마음에 품은 순간, 열망은 위험천만 하면서도 고결한, 인간 본연의 어쩔 수 없는 숙명같은 존재의 감정인 것이다.



케이트 윈슬렛의 절제된 연기가 한없이 돋보였다. 아무래도 난 그녀의 '타이타닉' 이미지가 너무 강했었나보다. 성숙미를 여지없이 보여주는 그녀의 다른 모습에 아, 이 배우도 나이가 들면서 참 곱게, 배우답게 나이를 먹고 있구나 했으니.. 영화를 보고난 뒤, 감당하기 힘든 무거움에 하루 종일 영화 후유증으로 시달려야만 했다. DVD가 나오면 다시 이 영화를 더 볼 생각이다. 한 번으로 느낀 점을 적어버리기에는 이 영화가 가진 깊은 울림을 내가 반의 반, 아니 발 끝에도 못 미치지 않나 싶어서 다시 본다면 더 몰입해서 그녀가 가진 열망에 더 동조해서 봐주려고. 사실 꽃돌이 이후의 거친 디카프리오의 팬이기에, 그때문에 선택한 영화였는데 디카프리오씨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 캐릭터 이야기만 있을 뿐. 좋은 영화 막내리기 전에 강력하게 추천해줘서 고마워요 J언니 캭캭.

posted by 딸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