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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9. 3. 4. 23:05




'마지막 이야기'를 읽어버린 순간, 아.. 이 책이 나타내고자 하는 건 결국 강인한 어조로 '금연 해야 한다' 였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27년 동안 이어져온 담배에 대한 끈끈했던 감정이 오직 '금연'을 단호하게 말하기 위한 밑밥에 불과했다니,  씁쓸하다, 아니 내 뒤통수를 누군가 세게 후려친 기분이 들어서 배신감과 분노의 감정이 차오르고 있다. 그녀의 담배에 얽힌 이야기며 예찬론, 더군다나 같은 여성이기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하며 누군가의 담배에 대한 지극한 사랑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또다른 행복이었다. 그런데 결국 독자에게 '금연'을 권하는 수준을 넘어선, 차라리 그렇기라도 하면 양반축에 속하기나 하지. 당당하게 피울 수 있다면 당당하게 끊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압박, 권고를 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가 가까워질 즈음 그녀가 금연자로 돌아갔다 하여 내가 홀딱 깨어버린 게 아니다. 그녀는 마치 '금연나라 운동본부'에서 나온 홍보대사 같았다. 그렇다면 그녀가 들려주었던 애증의 담배에 얽힌 추억담, 다른 이들의 달콤한 담배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은 다 뭐였단 말인가.



마지막 이야기

삼십 년 가까이 담배를 친구이자 애인이자 동지로 여겼던 사람으로서 감히 말한다. 담배는 당신이, 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중략) 당신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담배 없이는 절대 못 한다고 생각하는 그 어떤 것도 사실 담배 없이 해왔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담배에 관한 이야기를 끝내면서 비로소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당신도 그럴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취지는 이거였던 거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세상에 고작 그 말 하나를 대반전으로 터트리기 위해서 250페이지의 책 분량에 200페이지 가량을 담배와 함께한 자신의 생에 대해 읊어대더니 결국 마지막은... 저 말들이 웃겨서 기막힐 따름이다. 책 제목과 결론이 너무 잘 어울려서(?) 할 말도 없다. 금연하고자 맘먹지 않는 자를 '나약한 이'로 취급하고 있는 듯해서 당혹스러움 그자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녀가 어찌 이럴 수 있을까. 그렇기에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다른 사람이 이러한 말을 했다면 분개할 필요조차도 없었을 거다. 솔직한 심정은 저 문구를 읽은 직후에 바로 책을 던져버리고 싶더라. 그 분이 어찌나 가라앉질 않는지 버스 타고 오는 내내 씩씩거렸다.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나더라. 완벽한 배반행위, 능멸 이런 말로도 부족하다. 자신이 써놓은 담배 예찬을 봐라, 그런데 금연해야만 합니다라고 단정을 지어버리다니.. 차라리 나는 담배를 끊었습니다로 그냥 마무리하지 그러셨어요.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져라' 이 말이 하고 싶은 걸 어떻게 꾹 참으셨을까. 가히 놀랍습니다. 당신의 대반전극은 내가 오래도록 기억해드리죠. 당신은 말이죠, 이딴 식으로 뒷마무리를 하지 않았어야 했어요. 적어도 그렇게 당신말처럼 27년 이상을 담배와 동고동락했던 사이였다면...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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