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inside 2009. 10. 8. 05:51

Prête-moi ta main (Rent a Wife) , 에릭 라티고 감독


계약 결혼으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이 소재인 이 영화는 내용 전개의 개연성면에서는 다소 '얼렁뚱땅' 진행된다. 결국에는 유쾌하게 보았으면서도 둘의 감정이 서로 동시에 바뀌기 시작한 계기를 설명해주는 장치가 조금은 부족하달까. 그렇다하여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니, 볼멘소리를 할 필요는 없다. 살짝 아쉽다면 그런 점이란 거지. 샬롯 갱스부르 언니의 매력을 충분히 보았으니, 그걸로 됐다. 왜 로맨스 코미디는 남녀 주인공이 선남선녀인 경우는 어찌 이리 드문 걸까. 여자가 괜찮으면 남자가, 아니면 그 반대. 눈이 부신 남녀 배우가 2% 부족한 영화 내용에서 사랑에 빠지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그런 계산에서 나온 건가. 그렇기에 외모적인 면에서 이 영화처럼 극과 극의 배치를 할 경우, 나는 공감의 벽에 부딪친단 말이지. 항상 그랬다. 남자 배우의 외모가 턱없이 모자랄 경우, 물론 캐릭터적인 면모가 매력이 있으면 그나마 덜 한데, 그런 경우는 대부분 없더라고. 바라건대, 제발 로맨스 코미디에 남녀 배우의 외모를 극단적으로만 내세우지 않아줬으면 한다, please. 아무리 영화가 좋았어도 이 몸은 외모의 벽을 뛰어넘을 수가 없으니까요.


이 남자는 연인이 자기를 떠나기 전까지는 자신만이 가진 '재능'을 몰랐다. 그녀가 떠나면서 흩날리고 간 스카프 속에 남아 있던 그녀의 향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면서 그 향이 옅어질 즈음, 그 향을 완벽하게 재현해낸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 거지. 떠나간 그녀를 몇 십 년 후에 마트 계산대에서 우연히 보게 되는데, 역시 '조향사'답게 머리칼에서 나는 그녀의 향을 기억하고서 그녀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계약결혼으로 시작했지만,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자신에게 실망을 하고 떠나 버린 '엠마'를 생각하며 그녀를 위한 향수를 만든다. 그녀와 있었던 모든 것들을 떠올려가며 완벽한 향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화해를 청하면서 그가 그랬다. '당신을 위해 만들었어' 요 멘트, 은근히 감동이었다니까.


누군가를 감동시킬 줄 아는 자신만의 재주를 섬세하게 타고난 사람들이 이렇게 멋있을 줄이야. 멋있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영화 속에서 보니 더욱 그럴 듯하다. 그러면서 생각이 확장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혹은 감동을 주기 위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재주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고 골똘히 생각해보지만, 어렵다. 돈써가며 해주는 몹쓸 감동 말고 정말 '나'를 통해서만 나올 수 있고 그렇기에 더욱 가치있는 것들. 어렴풋이 떠오르는 몇 개가 있다. 편지 그리고 흑백 사진. 연인을 향한 마음이 구구절절하게 묻어나는 연애 편지와 손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즐겁게 하는 사진, 사진을 찍는다 하여 모두 똑같은 사진은 아니다. 피사체는 나만의 사랑스러운 애인이고 카메라 앵글 속에 내 마음, 그리고 그를 향한 나의 따뜻한 시선이 존재하니까. 그 사진은 세상에서 그를 가장 특별하게 느끼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각인한 그의 연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재능이기에.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그의 숨결을 느끼고 어루만져주기 주기에 가능한 일이잖아. 영화는 사실 별 거 없는데, 조향사라는 직업을 가진 그가 그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특별한 재주에 은근히 나, 감동받아 버렸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도 모르게 몽롱한 기분마저 들고 있고. 또 감정 과잉이 되어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확대 해석을 해버렸네? 물론, 자신이 노력해서 해줄 수 있는 감동 이벤트들은 많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자신의 '재주 리스트' 중에서 연인을 위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서 나오는 걸 뜻한다. 재주에 노력을 더해 그 결과물 안에 '그녀' 자체를 담아내는 것. 섬세한 감성까지 갖추고 있다면, 그 감동이 배가 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위에 언급한 것들도 그나마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어줍잖은 재주들, 별 거 아닌 거 같아서 살짝 부끄럽긴 하지만.



posted by 딸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