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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9. 10. 19. 23:30



예전 여행기에 '설탕밥'을 언급한 적이 있어서 이 밥을 먹어본 사람이 아직 나밖에 없는 듯 하여 (아, 뿌듯해!) 사진을 올린다. 첫 여행이었던 실크로드에서는 처음이라 엄청 빨리빨리 혹독하게 했었는데 두번째부터는 여행자가 다들 그러하듯 늘어지는 일상을 보내게 되더라. 기상 시각은 오전 10시면 진짜 빠른. 거의 뭐 하루에 10시간 이상의 최적 수면 시간을 즐기니 어찌 몸이 피곤하오리까. 이날은 일행이 된 가족분들과 여기 호이안에서 다른 도시로 떠나기 위해 일찍 서둘렀어야 했는데, 나 혼자서 또 늦게 일어나서 아침을 건너뛰었다. 배가 고파서 숙소 앞에 눈에 보이는 난전에 부랴부랴 뛰어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서 손짓으로 밥달라고 아줌마께 말을 했지. 얼핏 봤을 때 볶음밥집인 듯하여 밥을 기다리는데......




바로 이 음식이다. 아아, 세상에, 내가 이런 재료를 섞은 밥을 먹게 될 줄이야. 자세한 설명 들어갑니다. 밥을 기름에 볶은 것도 아니고요 그저 맨 밥에 설탕을 잔~뜩 뿌리고 거기에 달달한 땅콩 가루 (으악) 그것도 모자라 단 맛이 나는 일명 콘푸레이크 종류를 그저 밥 위에 뿌려주는 거다. 이 음식의 정체가 바로 sugar rice 인 게지요. 아줌마가 해맑은 미소로 밥을 건네는데, 아아 이거 울 수도 없고 됐어요 할 수 도 없고. 밥을 안 먹자니 배는 무지 고플 거 같고.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여행온 어린 아이가 음식을 주문하니 아줌니께서 밥을 건넨 순간부터 한 입 먹을때까지 계속 쳐다보신다. 속으로 이걸 어쩐다. 속마음은 몇 숟갈 뜨고 손을 놓고 싶었다. 이건 사람이 먹을 밥이 아니라는. 저런 달디 단 재료가 뿌려진 밥을 누가 맛있게 먹을 수가 있겠느냐고. 다른 곳으로 시선도 돌리지 아니하시고 얘가 밥이 입맛에 맞나 하고 지켜보시는데, 이 여행자의 의무감이 발동해 꾸역꾸역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아줌마의 그 표정 앞에서는 그 맛이 무슨 맛이건 간에 깨끗하고 맛있게 그릇을 비울 수밖에 없더라니까. 내가 내 돈 주고 먹는 건데도 어쩔 수가 없더라. 행여나 남기면 아주머니가 실망하실 거 같아서. 다 먹고 나서도 내가 연신 방긋방긋 웃자, 더 주시려는 걸, 내가 막았다. 더 먹었다가는.... 굳이 말 안해도 알겠죠? -_- 밥 양도 무지하게 많았다.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원.. 밥 다 먹고 아줌마에게 진짜 잘 먹었다고 맘에도 없는 소리도 하고 사진도 같이 찍고 하하하하. 그저 웃지요. 아무튼, 나 이 레시피 그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 먹고 싶은 사람 이야기해요 하하하하하. 세상의 온갖 달달한 재료는 내가 다 넣어 줄테니 흐흐흐. 그 당시는 상당히 괴로웠는데, 뭐 지나고 나니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내가 그때 아니었으면 언제 설탕밥이란 걸 먹어 볼 수 있었겠느냐고. 이웃분들, 먹고 싶으시죠? :p


그때도 궁금했지만, 정말 베트남 사람들도 이 설탕밥을 맛있게 우걱우걱 먹을까? 사람 입맛이 다 제각각이라지만, 이건 좀 아니잖아요. 여행지에서의 길거리 음식은 죄다 접수하는 나로서는 눈에 보이는 건 뭐든 다 먹어보는데, 이런 밥은 처음이라. 베트남에서도 설탕밥을 본 건 여기가 처음이었다.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듯. 이걸 맛있다고 하는 독특한 입맛의 소유자들은 아마 우유에 밥말아 먹는 건 평범하다 여거 초코, 딸기 우유까지 넣어 먹는 그런 부류? 솔직히 징그러운 음식에 거부감이 있어서 그렇지 맛있는 음식은 만국공통이잖아요. 설탕밥이라... 으윽 절레절레~ 친구가 이야기해준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한 어떤 아줌마는 커피를 달고 사는데 밥을 커피에도 말아 먹는 으악.... 물론 이 몸은 참치밥 (일명 개밥)을 즐기지만... 진짜 설탕밥은 몇 날 며칠 굶기면 먹거나 세상에 밥이 이거 딱 하나면 먹겠지. 그게 아니고서는......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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