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inside 2009. 10. 30. 22:19




윤상 - 영원 속에 (파주 OST)




영화의 장르를 봐라. 멜로가 아닌 '드라마'다. 언플해대는 '처제와 형부간의 금기된 사랑'에 현혹되지 말기를 부디 부탁한다. 이것은 이보다 더 심오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지, 정작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따로 있다. 이 작품이 지닌 깊은 속내? 먼저, 형부와 처제간의 억눌러진 둘만의 감정 교류 지점을 본인이 알아차려야만, 이 작품을 바닥 끝까지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다. 본인은? 실패했다. 좋은 작품인 것은 머리로는 알겠는데, 그 둘 사이의 감정 흐름 포인트를 그만 놓쳐버리고 말았기 때문에 감독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뼛속같이 이해하지 못해 유감일 뿐이다. 이선균씨가 그랬었다. 적어도 세 번은 봐야만 진정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허나, 나는 다시 볼 자신이 없다. 상처로 드리워진 '파주'를 둘러싼 공기 자체만으로도 숨이 막히기에 아쉽지만, 한 번으로 족하다. 사랑이 시작되는 포인트를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보일듯 말듯 꼭꼭 숨겨져 있다. 이 영화의 핵심은 그 감춰진 사랑의 이면을 자신이 가슴으로 전달받아야만, 영화의 주가 되는 '상처'라는 코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영화가 막을 내리면서 뿌연 안개가 조금씩 걷히듯 무언가 가슴에 턱- 받치는 응어리들이 수면위로 부상할 것이다. 그러면서 어쩌면 더 뜨거워질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감독 이름도 똑똑히 봐라. 박찬'욱'이 아니라 박찬'옥'이다. 질투는 나의 힘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 선보여주신 고마운 감독님. 7년 만의 신작인데, 내게는 오래도록 '유감스러운' 영화로 남을 것 같아 괜히 속상하네. 선정적인 홍보 방식도 잘 한건 하나도 없지만, 굳이 그것 때문이었다는 비난은 하고 싶지 않다. 어째서 나는 서우와 이선균, 두 배우의 감정 흐름에 동참하지 못 했을까. 내가 놓친 것들은 과연 무엇이었기에. 나는 대체 무엇에 초점을 맞춰 두고서 영화를 본 것일까. 이러한 의문들만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posted by 딸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