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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9. 12. 23. 02:14
공부란 무엇인가? 존재와 세계에 대한 비전 탐구다.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가?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나야 한다. 아주 낯선 세계 속으로 진입하는 것, 이전과는 아주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그러기 위해선 가장 먼저 고향으로부터 떠날 수 있어야 한다. 부모와 가족, 고향과 집이라는 장소에 머물러 있는 한 존재와 세계에 대한 탐구는 불가능하다. 물론 그것은 단지 '장소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중요한 건 발원이다. 지금의 나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열망! 지금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변이하고자 하는 치열한 열정! 그것이 내 몸과 일상을 꽉 채우게 될 때, 그때 비로소 떠날 수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떠날 수 있는 인연이 찾아온다. 어느 날 문득 느닷없이.


편애하리만치 좋아하는 '고미숙'쌤의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에 나오는 구절인데 저 문장을 여러 번 읽고 또 읽게 된다. 자신에게 있어 기억에 남을 만한 글귀란, 현재의 내가 마음이 향하는 무언가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짚어주고 연륜의 현명함으로서 통쾌하게, 속시원하게 꼬집어주는 문장을 만났을 때 아니겠는가. 이분은 늘 그러했다. 내가 이전에 접한 책은 한 권밖에 없지만, 특유의 명쾌한 논리에 팬이 되지 않을 수가 없더라. 그때 읽은 책은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인데 거침없는 필력도 한 몫 하기에 다 읽고서 책장을 덮을 때쯤이면 '고미숙 식의 명쾌한 기운'이 내게 고스란히 흡수되어 유쾌함으로 마무리 된다. 다른 책도 더 읽어 봐야하겠지만, 일관된 논조는 이거다. '까짓 거, 뭐 어때' 젊은 청춘들에게 좋은 기를 팍팍 넣어주신다. 그저 판에 박힌 말들로 설득을 시키는 게 아니라 정말 '아하~'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기존에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통념을 다른 시각으로 여지없이 팍팍 깨주신다. 보고 있노라면 정말 속시원할 정도니.. 이분이 고전 평론에 일가견이 있으신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됐고 임꺽정 소설 속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경제, 공부, 우정, 사랑과 성, 여성, 사상, 조직에 대해 하고싶은 말을 원없이 쏟아 내신다. 이분의 가치관을 복제하고 싶을 정도로 닮고 싶기에 야금야금 읽는 중이고 그린비 출판사의 인문학 서적들은 구매에 있어 망설일 필요도 없을 만큼 듬직한데다 고미숙 쌤께서 '열하일기 삼종 세트'가 급 구미가 당기면서 또 어떤 유쾌한 논리로 고전을 재해석 하셨는지 심히 궁금하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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