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petit voyage』 :: 조금 더 마이너적이었더라도 좋았을 B급 무비 '이웃집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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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10.03.06 01:20


괜찮고도 색다른 좀비 영화가 나왔다. cgv 시네토크가 아니었더라면, 놓쳤을 혹은 못 보았음직한 영화였는데 덕분에 호러 장르임에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잘 봤다. 아, 그건 아니지. 첫 단편인 '틈사이'에서 당장이라도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긴장감이 극에 다다를 때마다 눈을 손으로 가렸고 자신의 신체를 먹는 장면에서도 '뼈를 깎는 사랑'에서도 신체 일부를 칼로 자르는 장면에서 두 눈을 감아버렸으니. 반칙이래도 별 수 없다. 나도 살아야지. 처음 시도한 한국형 좀비 영화는 과연 어떨까 싶었는데, 4분의 믿음직한 감독님들이 있기에 그 행보에 밝은 미래가 엿보인다. 더군다나, 이 작품을 전두지휘한 4분의 감독님들은 관객들에게 선보인 게 이번이 처음이었을 뿐이지, 수 년동안의 현장 경험으로 내공이 쌓인 실력자들이라, 이웃집 좀비하면 가장 먼저 듣게 되는 말.. '2천만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그 정도 제작비 투자해서 찍은 영화 치고 잘 만들었다가 절대 아니올시다. 열악한 여건과 단편 하나 찍을 법한 금액인데도 4분이서 제작과 연출, 촬영, 분장, 편집.. 이 모든 작업에 각자의 역량을 영화에 쏟아 부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이 이야기를 접했는데도, 그게 정말 가능한 건가 싶더라. 그 기상천외한 액수는 그분들의 열정과 실력이 없었더라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걸 영화를 보면 알게 된다. 그 말을 듣고도 영화를 떠올리면 믿기질 않았으니까. 이 영화의 수식어 앞에 '웰 메이드'란 말은 정말 괜히 붙는 말이 아니다. 여태까지 내가 본 몇 안 되는 좀비물은 찢고 죽이고 피로 범벅이된 하드 코어적인 요소가 강했다면.. 이 영화는 전형적인 좀비물을 따르지 않고 인간적인 좀비를 좀 더 부각한다. 이를테면, 좀비도 좀비이기 이전에 인간이다 이런 요소 말이다. 인간적인 좀비를 가미한 좀비물이 어떠한지 느끼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물론, 모든 작품이 마음에 쏙 든다는 아니지만, 좀비를 매개로 실력파 감독들의 각기 다른 상상력이 덧붙여져 어우러진 단편의 맛은 중박 이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부천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상까지 거머쥐고 지난 달, 유바리 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데, 부디 좋은 소식 들리기를 바란다.


6편의 좀비 단편들 중에, 나를 반하게 한... 거의 까무러치게 한 에피소드는 '도망가자' 이다. 스틸컷에 보이는 것처럼 커플 좀비 이야기다. 남자가 좀비 바이러스에 걸리자 여자는 남자를 숨겨주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남자의 팔을 베어물면서 자발적으로 좀비가 된다. 여자가 좀비가 되면서부터는 평범했던 이야기가 아주 기이하고 배꼽잡게 되니 반전의 묘미를 아는 감독님의 센스에 숨 넘어갈 지경이다. 좀비 변신 직전에 남자의 한 쪽 눈을 빼서는 자기 손에 쥐고 흔들면서 '날 똑바로 보고 이야기해봐' 하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에피소드의 최고의 명장면이다. 징그럽고 무서운 것이 아니라, 기발하고 엉뚱함의 반전에 엄지를 치켜세우게 된다. 왜 반전인지는 영화를 보신 분들만 알겠죠? :p 이제 막 여자 좀비가 되었으니, 적응기가 필요한 법, '살코기'가 고파서 좀비스러운 말투로 허겁지겁 냉장고를 뒤지는데, 자막이 없으면 완벽하게 해석 불가능한 커플 간의 '좀비 어투'에 완전 깔깔깔... 그 둘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 방식에서 웃음 코드가 맞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보니 연방 웃게 된다. 블랙 코미디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이 단편때문이라도 dvd 소장의 욕심이 날 정도다. '오영두' 감독님이 연출하셨는데, 알고보니 이 분의 주특기는 '액션'이란다. 믿을 수 없다. 다른 분이 커플 좀비를 다뤘다면 어땠을 지 상상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사람을 웃기는 재주 하나는 제대로 타고나신 분인데..... '어떻게 저런 기막힌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의외의 웃음 코드를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잖아. 부디, 또다른 블랙 코미디 작품을 볼 수 있는 날이 와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이 영화의 촬영 장소 대부분은 부부인 오영두 감독님과 장윤정 감독님의 옥수동 옥탑방에서 이뤄졌다. 공식 블로그에 가니 3월 중순까지 '옥탑방 투어'를 받고 있던데... 아, 아쉬워라... 내게 옴니버스 작품의 만족도 여부는 단 한 작품이라도 마음에 드는 게 있다면 '최고'로 칭송하기에 이웃집 좀비 역시 '도망가자' 덕분에 very good!


그리고 한가지 유념하자. 영화와는 별도의 이야기인데... 제발 좀비 영화 보기 전에는 위를 비우도록 노력하자. 영화 보기 직전에 허겁지겁 햄버거를 10분 만에 뚝딱 해치우고서 봤더니, 속이 니글거려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한국형 좀비, 인간적인 좀비물이라고 해도 역시 좀비 자체의 존재감을 우습게 여기면 안 된다. 인간의 살육을 뜯어먹어야만 하는 좀비니까.... 이 영화 역시 잔혹한 장면이 꽤 나온다. 으윽.


좀비 리뷰에 맞춰 모 게시판에 올라온 '심야 특선' 하나를 소개한다. 이름하야 <세상을 떠도는 괴상한 이야기 16선> 사람들 반응을 보니 이거 읽고서 잠 못 자겠다고 난리더라. 나는 읽어봤냐고? 낮에 읽어야지 했는데, 차마 엄두가 안 난다. 나중에라도 혼자 잠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오면, 이런 건 무조건 '심야 시간'에 읽어줘야 제 맛이니 옆에 누군가 있을 때, 같이 읽자고 졸라야겠다. 같이 호들갑 떨면서 '꺄악~ 헉~' 하는 재미도 한 몫하니까. 그때까지 아껴둬야지 끄응. 이거 보니까, 한여름밤에 심야 공포물들을 보며 오싹해지는 경험을 하고 싶구나. 공포물 의존형 인간으로서 절대 혼자는 못 하지만...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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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Capella★ 2010.03.06 11:0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니 전 ... 무서워서 못봐요 ㅠ.ㅠ 무서운거 못봐서 ;;; 근데 열심히 읽었는데 저 중간에 팔을 물고 자기도 좀비가 된다는거 왠지 재미있을것같아요. 그래도 무서워서 못봐요 ㅠ.ㅠ

    • BlogIcon 딸뿡 2010.03.07 19:4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하하.... 무서운 공포감이 최고조로 달아올랐을 때의 그 쾌감에 공포물을 보는 것 같다니까. 물론, 나 역시도 혼자는 절대 못 보지 -_- 응, 블랙 코미디 꽤 재밌어. 근데 어떤 사람들은 개콘보다 재미없다고 하더만 ㅠㅠ 나와 내 친구는 재밌어서 한참을 깔깔거렸는데~ 좀비 어투가 좀 웃겼어. 자막까지 친절히 나오고. 여름에 공포 영화 릴레이 하고 싶다아~ 심야 상영 3편 내리 때리면서!

  2. BlogIcon 영경 2010.03.08 00:2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공포물 안 좋아하는데 최근에 무서운 몇 편의 영화를 봤더니 다른 것도 그런대로 견딜만하지 않을까 싶어요.
    포스트 읽으니 재밌겠는데요. 색다를 것 같아요.
    어... 그리고... ‘심야 특선“은 지금은 못 읽겠네요... 하하- 무섭...

    • BlogIcon 딸뿡 2010.03.11 01:0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공포물을 자주 봐도 전혀 견딜만 하지 않은 1인 여기 있어요. 혼자서는 '죽어도' 못 보니..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한, 예전 건 찾아서 못 보지만, 공포물 자체는 좋아하니까 개봉하면 무조건 보는 편인데 적응이 안 돼요 ㅠㅠ 모든 내용이 얼씨구나는 진짜 아닌데, 아마 저 커플 좀비 편이요. 개콘 스타일이라서 영경님 유머 코드에 딱딱 맞으실 거여요. 완전 웃겼거든요. 저 작품 하나만 만족한 걸로 저는 충분해요. 심야특선... 저도 애껴두고 있어요. 차마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는...

  3. BlogIcon kainen 2010.03.08 11:2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와- 딸뿡님 이런것도 보시는구나. 전 좀비영화라면 왠지 (...)
    무섭다기 보다는 굳이 찾아서 보지는 않아서; 흠흠.
    혹시 애니 이런것도 좋아해요? 애니는 꼭 찾아서 보러 다니는데 좋아하면 나중에 한 번 같이 가서 봐요.

    • BlogIcon 딸뿡 2010.03.11 01:0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좀비 영화 좋아요. 다만, 극장에서 지인과 꼭 봐야 해요. 좀비물 예전 것도 보고 싶은데. 웃긴 거라도 혼자서는 참 못 보겠단 말이죠. 오오 애니도 요런 게 있습니까? 애니의 세상은 '추천'으로 늘 보고 있어요. 올레~ 전 좋아요. 제가 어디 kainen님이 좋다고 하는 걸 '거부'하는 거 봤습니까 히히~

  4. BlogIcon liontamer 2010.03.09 19: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이 영화 좀 궁금했는데 딸뿡님 리뷰 보니 도움이 되는걸요
    저는 좀비 영화 같은건 잘 보는데 귀신 나오는것이나 사이코무비 같은건 너무 무섭더라구요. 젤 무서웠던 건 엑소시스트랑 미저리였어요^^;

    • BlogIcon 딸뿡 2010.03.11 01: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모든 단편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커플 좀비 편이 으뜸이라 다른 것들은 얘기하고 좌시고 할 것도 없더라고요. 오호, 좀비 영화는 잘 보시는구나..... 아... 맞아요. 귀신, 심령물은 으악..... 진짜 기겁을 하겠다니까요. 물론 개봉하면 또 좋다고 보긴 하지만요. 엑소시스트는 아직도 그 의자에서 덜덜덜 악령씌여 내려오는 그 씬을 잊을 수가 없어요. 소개팅남과 맨 앞 줄에서 보았어요. 그 뒤로 제게 연락을 하질 않더라고요 하하하하..... 으으... 미저리도 은근 뒤끝이 강해요 ㅠㅠ

    • BlogIcon liontamer 2010.03.11 09:4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ㅎㅎ 저는 '나는 전설이다'를 소개팅남이랑 같이 봤는데(그것도 제가 보자고 꼬셔서..) 보고 나서 저는 재미없다고 짜증냈고 남자는 너무 무서워서 덜덜 떨었다지요.

    • BlogIcon 딸뿡 2010.03.11 11:3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왠지 영화를 본 후의 반응도 극과 극이라.... 소개팅 결말도 저처럼 안 좋은 기류가 흐른 듯한 느낌이....
      전 그 영화 못 봤는데, 그렇게나 무서웠어요? 은근 liontamer님도 하드코어적이시라능~ 히히.

    • BlogIcon liontamer 2010.03.11 21:3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영화 하나도 안무섭고 돈아까웠어요. 제 블로그에도 짜증리뷰가 있어요. http://tveye.tistory.com/93

      그 소개팅 상대분은 매우매우 무서워하셨으나.. 나중에 아메리칸 갱스터를 보러 데려가자 영화를 너무 맘에 들어하시면서 '저번 영화는 너무 무서웠는데 이번 영화는 진짜 좋아요'라고 하시더군요 ㅋㅋㅋ

    • BlogIcon 딸뿡 2010.03.17 02:4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방금 가서 짜증 리뷰 읽었어요 크크.
      아, 나는 전설이다에 흡혈귀와 좀비들이 출몰하는 군요. 저도 윌스미스는 겁나 좋아하는데... 맡은 역을 자기만의 스타일로 늘 소화하잖아요. 그게 좋아서. 근데 저 영화는 어째 안 봐지더라고요. 안 보길 잘했..... ㅠㅠ 오우, 아메리칸 갱스터는 제가 넘넘넘 좋아하는 포스터. 디카프리오를 다시 본 계기가 되기도 했고. 오늘 셔터 아일랜드 개봉하는 줄 알았더니 18일이네요 ㅠㅠ CGV 들어가서 예매하려다가 보니 ㅠㅠ 그분과의 소개팅은 제 예상과는 반대로 잘 되셨나봐요 하하~ 진짜 좋아요 하는 부분에서 완전 해맑은 듯한 기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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