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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10/04/23 01:30

http://image.kyobobook.co.kr/images/book/illustrate/002/i9788996194002.jpg


300쪽 분량의 한 권을 훑어보는데, 넉넉잡아 10분도 소요되지 않는 여행기. 아, 사진집이었지? 자신을 흥분하게 만드는 카메라로 의식의 흐름(?)대로 쿠바의 모든 것을 담았다. 여백의 미라.. 사진을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기만의 해석을 할 수가 있어서 좋다고? 글쎄다.. 일단은 유랑화첩이라는 이름부터가 너무 거창하다. 그래, 사진집치고는 가격이 14,500원이니 저렴한 편이지. 쿠바 사진을 보다 많이 볼 수 있으면, 환호성을 보내야 마땅한데, 사진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쿠바 여행 다녀온 보통 사람들의 사진 모음집같다. 4개의 섹션별로 분류는 해놓았으나 무의미해 보일 뿐이고. 조민기씨에게 반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말 쿠바땅만 밟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을 가지고서, 그가 단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손쉽게 출판을 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사진에 대한 열의에 관한 건 익히 들어 알지만, 책을 펼쳐든 순간.. 방랑벽 운운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리고 일탈의 자유에 도취되어 사진을 통한 흔적 남기기, 일종의 끄적거림으로밖에 안 느껴진다. 300페이지에서 250페이지 정도가 온통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고 내가 앞서 말한 끄적거림의 흔적은 '섬네일' 형식을 활용해 마치 싸이에 사진 한 장 올려놓고 짧은 감흥이나 메모 형식으로 꾸며놨다. 그래서 더 가벼워 보인다. 애초에 사진집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면, 사진으로만 책을 다 채우는 게 나을 뻔했다. 물론, 그렇다한들 절대 만족할 리 없겠지만. 썸네일의 가벼운 재잘거림을 보니, 이 책의 종류를 뭐라고 명명해야할지 모르겠다. 에세이는 당연히 어불성설, 사진집으로 하기에도 사진의 수준이 너무 평이할 뿐더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 속에 빠져들게 하는 사진의 힘이 여타 사진집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 여행기라 하기에는 '나 쿠바 다녀왔음, 쾅쾅' 하고 도장찍듯 사진으로 덕지덕지 꾸며놓고서는 '사진으로 소통한다'는 홍보를 했으니 어찌 거슬리지 않으리오리까.


내가 이토록 실망을 한 건, 책을 내 손으로 전혀 들여다 보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기'인 줄 알고 본 내 탓도 있다. 사색 가득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이어질 줄 알고서 책을 펼쳐들었는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넘쳐나는 사진밖에 없으니 그순간, 내가 얼마나 노여워했겠는가. 10분이 뭐냐, 5분도 안 되어 한 권의 책이 끝나니 허망하기만 합디다. 오로지 자기 감성에만 충실한 책이다. '영감을 주는 하바나'라고 그가 외치듯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닌, 작가 자신의 만족을 위한 책이다. '봐라, 내가 쿠바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이것이 내가 그의 책에서 받은 느낌이다. 아마도 너무도 가벼워보인 섬네일의 역효과인 듯 싶다. 섬네일 옆의 짤막하고도 가벼워보이는 메모만 없었어도 그런 느낌은 받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내게는 섬네일 형식이 악재를 둔 걸로 보인다. 그런 것이 없었다 한들, 이 책에서는 사진작가의 철학과 메시지, 그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일반인이 출판사에 의뢰하지 않았을 뿐이지, 여행책 만들어주는 사이트에서 자가 출판한 것과 무엇이 다른지 묻고 싶다. 향후 다른 나라 사진집도 출간할 계획이라는데, 출판의 자유는 본인 마음이니 인정하겠습니다만, 제발 가벼운 느낌은 이 책 한 권으로 족하다.


무엇이 됐든, 한 권의 결과물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뒷말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 자제하려고 노력한다. 어찌되었건, 감상이라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기도 하고 하나의 결과물을 위해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는 아니니까. 그러나 내가 왜 화가 날 수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정리를 하자면, 사진집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갖다붙인 점이다. 많은 사진집을 봐온 건 아니지만, 우리는 단 한 장의 사진이 던져주는 보이지 않는 힘을 잘 알고 있다. 작가의 시선을 통해 사진을 접하지만, 어떤 감정의 끈으로 작가와 독자 사이의 공유할 수 있는 접점이 만들어지면서 마음에 작은 파동이 이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던가. 그것이 꼭 빼어난 작품일 때만 느껴지는 게 아니다.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어떤 깊이가 묻어날 때, 우리는 감동 받는다. 조씨 유랑 화첩 이 책은, 단순한 사진의 나열에 그친다. 일방적인 시선이고 자신의 시선을 강요한다. 억지스럽고 무의미한 배열의 사진에서 과연 무얼 느낄 수 있을까. 사진을 잘 찍은 정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그는 명색히 사진 작가니 그럴 리는 없지 않은가. 다만, 책 전체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우리가 별 생각없이 찍어대는 디카의 흔적을 보는 것 같았다. 사진집에 있어서 그 정도의 얕은 느낌은 절대 있을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이 책이 여행 흔적을 보여주기 위한 '자신만의' 소장용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라고 본다. 작가의 깊은 울림이 깃들여 있어야할 사진집에 그저 한량의 유유자적한 가볍디 가벼운 책을 두고 사진집이라 명명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건 당연하다. 사진집에는 다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작가 고유의 정신 세계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그리고 한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다. 시중에 사진 관련 여행기는 넘쳐나기에 그 이름에 걸맞은 취지가 '제대로' 책에 담겨져 있지 않으면, 아니 낸만 못한 책이 될 수밖에 없음이다. 굳이 금액을 지불하고 책을 사지 않더라도 웹 상에서조차 무수한 여행 사진들이 뿌려져 있기에, 그만큼 독자들의 사진을 보는 안목 또한 높아져 있다는 소리다. 그는 사진을 취미로, 심심풀이로 하는 사람이 아니지 않던가. 유명인이고 사진 작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으려면 좀 더 '사진집'에 공을 들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서는 그는 다른 이들보다 몇 십 배의 쓴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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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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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혜아룜 2010/04/23 20:2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연예인 조민기 맞아요? 이런 것도 편견이겠지만, 연예인이 쓴 책은 되도록 안 봐요. 그닥 좋은 내용을 가진 책은 많지 않더라고요. 연예인이 아니고 유명인들이 냈다는 책들도 대개 그러하고요. (전에 배두나가 쓴 책들도 영-_-) 정말 자기 유명세를 등에 업고 책을 쉽게 찍어내는 건 아닌지, 이런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 역시 쉽게 쉽게 가려고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가뜩이나 요즘 사진집 많이 나오는데, 언니 말처럼 너무 가벼운 것들도 많고. 마음에 안 들어요. (언니가 말한 썸네일 보는데, 헐, 이건 싸이잖아요!)

    언니가 말한 것처럼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거, 실은 무지 폭력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주관적이라서 싸움의 여지도 있지만,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서 아니면 적어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해요. 나는 아무래도 책 이야기를 주로 쓰려고 하니까 별점이니 뭐니 할 때가 있는데, 가끔 그거 볼 때마다 저자의 노력이며 힘듦을 생각지도 않고 그냥 쾅쾅 도장 박듯이 찍어내는 거 아닐까 싶어서 약간 마음이 쓰일 때가 있어요. 물론 주저리 주저리 이유에 대해서 적어놓기는 하지만요.

    • BlogIcon 딸뿡 2010/04/27 01:49  address  modify / delete

      응 그분 맞아. 사람들에게 주려고 산 책들.. 책은 다 사다놓고 안 보내는 건 뭐였을까? 풉. 암튼 그 책들 내가 마음의 짐을 다 던 이후부터(ㅋㅋㅋ) 보고 있는데, 진짜 '헉' 소리 나오더라. 진짜 이걸 책이라고 출판한 건가 싶었어. 앞으로는 구매할 책들은 서점에서 좀 미리 보고 훑어봐야겠더라. 어휴.... 그래도 그분은 사진 작가니까 그래도 타 연예인하곤 다르지 않겠어 하는 시선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그 이미지는 단번에 무너져버린 거지. 다 똑같구나, 유명인들이라는 사람들은 모두! 그치. 싸이 맞어. 책이 부조화스러워. 도입부는 허세 가득하다가 잘 찍지도 않은 사진으로 다 채우고 그러나 썸네일은 마냥 가볍고. 대체 독자들은 어찌 받아들이라고??? 알라딘의 독자 서평보니 다들 별점을 다섯개씩 줬더라. 기가 막혀서 ㅠㅠㅠㅠ 그래도 진짜 아닌 건 아니라고 적는 게 맞는 거겠지. 열불 나는데 장사 있나 쩝. 아무튼 그대의 쓴소리는 우예뚠둥 계속 되어야 한다 하하하.

  2. rrison 2010/04/24 01: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딸뿡님의 의견과 동감이에요. 물론 저는 저 책을 읽지도 않았고, 읽을 일도 없겠지만..(걸어놓으신 링크에 있는 사진들은 봤어요. ㅋㅋ) 제가 동감한다는 건 사진, 사진집에 관한 딸뿡님의 생각이 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거죠.

    요즘같은 세상에 이미지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주체는 널리고 널렸죠. 굳이 디지털 카메라가 아니라 하더라도, 그 덕에 똥값이 된 필름카메라만 있어도, 그냥 월급쟁이 용돈 아껴서 필름을 넉넉히 준비하면 그걸로 끝이니까.
    근데 사진가라는거, 그게 참 어려운게..사진과 사진과 사진의 연결에 있어서 뭔가 지속적으로 관통하는 '독창적인 사유'가 존재하는가를 검증받아야 하는데 말이죠.

    그러기 위한 노력과 적절한 결과물이 없다면, 그냥 아마추어인거죠 저처럼. :)
    단순 자위용으로는 블로그만으로도 충분해요. 저런 책 내지 않아도.

    • BlogIcon 딸뿡 2010/04/27 01:53  address  modify / delete

      책 이벤트때 사둔 거였는데, 본의 아니게 제가 다 소장해서 이젠 제 책이 되어버렸네요? 히히히.. 다른 사람 줄 거라고 생각해서 사놓고 1년 넘게 책장에만 꽂아두다가 짐 덜고나서 이젠 내 책이니까 보자! 이런 마음 들어서 본 건데..... 실망감은 뭐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저런 게 어찌 사진집일 수가 있냐구요. 어휴. rrison님 말씀이 맞아요. 사진작가란 직업, 누구나 카메라만 가지고 있으면 다 찍을 수 있는 사진을 가지고 자기만의 느낌으료 표현한 걸 대중들과 소통해야 하니, 절대 쉬운 일이 아니죠. 그렇기에 그들의 고뇌와 노력이 깃들여 있음이 사진에서 느껴지면 받아들이는 우리는 좋아할 수밖에 없잖아요. rrison님은 그래도 사진집까지는 굳이 내시지 않겠다 하시니....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 폴라로이드 엽서처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선물로 줄 필요는 있다구요 암요 암요.

  3. BlogIcon 령주/徐 2010/04/26 19:2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래서 가끔 연예인책은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고....
    안보게 되는 이유가 되는거 같아...흠흠;; 위의 혜아님말처럼 나도 사실 잘 안봐...아니 거의 안본다고 해야겠지;;
    사진집 낸 사람들의 경우도 다 그냥 그냥 그래서...
    오히려 정말 아닐꺼 같았던 빽가책이 그중 젤 나았던듯 했던거 같아..^^;

    • BlogIcon 딸뿡 2010/04/27 01:54  address  modify / delete

      언니. 보통은 저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데, 조민기씨는 다를 줄 알았거든요. 근데 다 똑같았던 거였어요. 뭐든 창작물에서 만든이의 자뻑이 들어간 건 좋은 평을 들을 수가 없죠. 빽가 사진집은 못 봤지만, TV 통해서 찍었던 사진들 보면 꽤 좋더라고요. 이 사람, 진작 사진작가로 돌아서지 이랬다니까요. 나중에 슬~쩍 한 번 봐야겠네요.

  4. BlogIcon liontamer 2010/04/29 17:0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요즘 그런 책들 많이 나오죠. 그냥 싸이 홈피 보는 느낌인 경우가 많아서 아쉬워요

    • BlogIcon 딸뿡 2010/05/02 10:54  address  modify / delete

      정말 그런 식으로 대랑 출판되는 서적을 볼 때마다, 책 하나 출판하는게 정말 '아무나'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런 책의 저자는 소위 말하는 인맥을 통한 낙하산인가 하는 삐뚤어진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니까요. 가벼운 느낌의 책, 정말이지 싫어요. 본인들은 그걸 의도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준다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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