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inside 2010.05.02 03:17


Salyu - Halfway


영화는 미완인 채로 끝난다. 그들이 사랑을 하고 10대 시절과 안녕하듯, 그렇게 짧고도 풋풋한 사랑을 세상 속으로 흘려 보낸다. 사랑은 그 끝이 어떠했든, 시간이 지나면 추억은 재구성되어 좋았던 일들만 기억나는 법이다. 이 영화는 우리 기억 속에 존재하는 사랑했던 그 시절의 좋았던 순간들을 환기시켜준다. 머릿속에서만 존재했던 기억들이 영상으로 재현되는 순간이다. 아주 생생하게, 마치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들 만큼. 그렇기에, 어쩌면 완벽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승전결의 뚜렷함 없이 한 소녀가 한 소년을 짝사랑하다가, 그 소년에게 고백했다가 이루어진 꿈 이야기를 우연히 그 소년이 듣게 되고 방과후 길목에서 고백하기 위해 기다리는 소녀에게 그 소년이 '우리 사귀어 볼래' 하고 고백하면서 사랑이 시작되지만, 소년의 대학 진학 선택때문에 늘 함께일 것만 같았던 사랑이 어디로 향하게 될 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과 소녀의 성장담은 판에 박히지 않았다. 스스로 물고기를 잡는 법을 터득하지도, 맨 땅에 부딪혀가며 알게 되는 것도 아닌, 현실적으로 어른들은 '조언자' 역할을 해준다. 강압적이지 않게 서서히, 천천히, 그들이 눈 앞의 것만 좇기보다는 멀리 볼 수 있도록 그들을 이끌어준다. 어른들의 세계는 그들의 사랑을 부정하고 방해하는 존재가 아닌, 그들의 사이를 돈독히 해주는 무언의 지지자와도 같았다. 이전 영화들과는 다르게 어른들의 개입 자체가 그들이 주체적으로 사랑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어른들의 세계관과 충돌하지 않으면서 그들이 보다 넓은 세계로 한 발짝 큰 소용돌이 없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 점이 유난히 눈에 들어온 것은, 공부 잘하는 소년이 '와세다 대학'을 갈 수 있는 실력임에도 고작 여자친구와 함께 있기 위해 그 꿈을 접겠다는 상황이라면, 어른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문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선생님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해줬고 도리어 와세다 대학에 가지말라고 한 소녀가 영원을 약속하지만, 이별하게 될 줄 알면서도 직접 그의 손을 이끌고 와세다 대학에 보내 주십시오, 고개 숙여 선생님께 부탁하고 그를 보내준다. 사랑에 있어 좋은 기억들만을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10대인 그들도 선택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서 동등한 관점에서 봐주었기에 더 좋았던 점을 덧붙이고 싶다. 여타 영화들은 그들을 어리고 유약한 존재로 판단해버리기에 어른들은 강압적으로 그려진 것에 반해, 이 영화는 이상적인 조언자 역할로 그려냄으로써 선택의 기로에 직면한 그들의 세계를 보기좋게 인정해줬으니 어찌 좋지 않겠는가.




재주소년 - 손잡고 허밍 (Feat.Yozoh)


여백이 심하리 만큼 많아서 어찌 보면, 많이 심심한 영화다. 하지만, 자신의 풋풋했던 그 시절의 느낌을 전해받고 싶다면, 그 여백에 자신의 감성을 덧칠하면 되기에, 자기만의 느낌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영화다. 향수를 자극하는 소년 소녀의 자전거를 통한 등하굣길, 그리고 일본 내에서도 신비스러운 느낌이 가득한 도시인 삿포르 오타루의 전원 풍경이 펼쳐진 배경만으로도 감성 환기에 있어 부족함은 없다. 하프웨이의 말랑말랑한 감성과는 반대로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첫사랑이라는 주제로 개봉한 <회오리 바람>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른의 세계가 그들을 거의 짓밟다시피 했고 그로 인해 방황하게 되고 삐뚤어진 길을 가게 되는, 제목처럼 한 번의 거센 회오리 바람 후에 각자 일상 속으로 돌아간다. 같은 주제이지만, 다른 정서를 보여주고 있는 두 영화를 보면서, 나는 하프웨이 쪽에 더 손을 들어주고 싶다. '첫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영화에서만큼은 우리가 '풋풋함'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을까? 학업과 진로, 어른의 세계, 이 모든 것들과 극렬히 충돌하지 않고서도 그 시절 동안에 충분히 예쁘고도 싱그러운 사랑을 할 수 있다. 이상적인 10대 시절의 사랑 이야기는, 굳이 첫사랑이 아닐 지라도, 그들의 사랑 자체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줘야 한다, 주변의 현실 상황은 그려는 넣되, 뿌옇고 흐리게만. 그래야만, 그 시절 특유의 순수한 사랑의 감성이 더욱 극대화될 수 있고 되도록이면 밝고 투명한 느낌이면 좋겠다. 우리가 좋은 것만을 기억 속 어딘 가에 간직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다른 사랑도 아닌 첫사랑이니까.. 첫사랑의 환상이 깨져버리는 건 현실 세계에서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적어도 첫사랑을 다룬 영화에서 만큼은 그 환상을 이어 나가게끔 해줄 의무가 있음이다. 그렇기에 하프웨이는 환상 충족 측면에서, 완벽한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딸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Capella★ 2010.05.02 08:5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우와~ 언니 저도 이거 봤는데 동감동감~ 정말 풋풋해요~ 그래서 합격점! 언니 말대로 저는 그 여백에 저의 추억을 대입해서 본것 같아요. 오타루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지방이었으니까, 서울에 가야한다는 부담감? 비슷한 시절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당시 남자친구가 가고싶은 학교가 서울에 있다고 했을 때, 별 생각없이 같은학교 지원하고, 결국 같은학교에 왔지만 깨지는 ;;; 아무튼 아름답게 끝나지는 않았지만, 그런 추억들을 대입시켜서 봤죠. 선택의 주체가 십대라는 것.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고민하고 그런 모습이예뻤던 것 같아요. 아웅 재들은 풋풋해서 좋겠어요.

    • BlogIcon 딸뿡 2010.05.02 11:1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그대덕분에 잘 봤어. 진짜, 쟤네 프로필 보니 최소 89년생 꽈당. 그러니 풋풋하고도 남지. 영화 속에서도 내내 느껴지잖아. 그대는 그렇게 추억을 대입했구나. 여느 고등학생이 늘 그렇듯 대학 진학을 앞두고 사랑 앞에 겪는, 상황으로 인한 이별,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 누군가와 처음으로 이별 하게 되면서 세상에 첫 발을 딛게 되면서 성장하는 그런 여러가지가 스치듯 지나가더라. 이 영화에서는 진짜 전적으로 선택의 결정권을 그들에게 주니까, 되려 더 공감하기도 좋았고 몰입에서도 좋았던 듯 싶다. 그런 면에서 회오리 바람은 진짜 '이건 아냐~' 싶었거든. 우리도 풋풋해지고 싶다. 몸은 아니되, 마음만은 이힛.

  2. 2010.05.02 22:3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0.05.02 22:3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딸뿡 2010.05.04 00:5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영상 무쟈게 예뻐요. 오타루가 이렇게나 신비스러운 도시였다니. 당장 가고 싶어졌잖아요. 아, 근데 혼자 가긴 싫어요 언니. 애인 만들어 갈래요 풉. 심심한 영화를 우리가 좀 예뻐라 하잖아요. 일본 영화에서 우러나오는 심심함은 잔재미가 있어서 좋다마다요. 5월 되니까 날씨가 완전 좋아져서, 이제 너무 더워지면 어쩌나 그게 걱정이어요 후훗. 그리고 고마워요 찡긋.

  4. BlogIcon 다메리카노 2010.05.03 13:0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4월 29일이면...아직 내려가진 않았을듯 싶은데...아니, 올라오긴 했으려나?? ㅎㅎ 아무튼 풋풋함을 느끼기엔 좋을듯 싶네. 이번 주말에 몰아치기 대상에 포함시켜야겠어. 이번 주중엔 <아이언맨2>를 볼듯 싶고...몰아치기 리스트에 무얼 넣어야 할까?? 저녁 시간에 짬을 내서 선별해야겠네~:)

    • BlogIcon 딸뿡 2010.05.04 01:0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지난 주 목요일에 개봉했고 CGV 인디관에서 절찬리에 상영중이어요. 아마 돌아오는 목요일에는 교차로 돌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언맨 보시는구나. 저는 이번 주에 개봉하는 '하하하' 기다리고 있어요. 개봉하면 바로 보려고요.

    • BlogIcon 다메리카노 2010.05.04 12:5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선별한다고는 했으나, 집에 가서 시간이 나니...선별은 고사하고, 터치에 넣은 게임에만...흉~~~ 점심은 드셨는고??

    • BlogIcon 딸뿡 2010.05.07 10:4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기다리던 영화 <하하하>는 어찌 개봉하자마자 교차 상영의 비운을 ㅠㅠ
      오늘밤 8시에 보러 가긴 하지만 말이어요. 하프웨이도 교차 상영으로 돌아갔어요.

    • BlogIcon 다메리카노 2010.05.12 15: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지난 번에 문자로 말했듯, <하프웨이>를 보고야 말았다네~~밋밋하지만, 그래도 그게 일본 영화의 매력인 듯 싶더라구. 애기들 사랑 이야기...잼나더라. 옛날 생각도 나구 :)

  5. BlogIcon 미르 2010.05.03 15:3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풋풋함이 느껴지는 이런 영화는 광주에서 상영하지 않아서 볼 기회가 적어요. 이럴 땐 광주에 사는 것이 억울하다니까요 - 공기인형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아쉬움이 많아요 흑. DVD가 나오면 봐야 할까봐요. '문화도시'를 표방한다면서 어째서 이곳은 문화생활 하는데 선택의 폭이 좁은 걸까요. 글 쓰고보니 한탄에 또 한탄이 되고 말았어요 언니. :(

    • BlogIcon 딸뿡 2010.05.04 01: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그럴 때는 어둠의 루트를 애용하면 된다능 캬캬. 이 몸도 오늘 놓친 '위핏' 다운 받아서 언제볼까 하고 기다리고 있거든. 홍상수 감독 신작 <하하하> 전에 이전 작품 하나만 좀 보고 개봉작 보고 싶은 마음에 뭘 볼까 고르고 있고. 광주 국제 영화제는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 거 맞지? 지방은 문화 도시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갖다붙여 놨을 뿐, 서울 아니고는 아무런 혜택을 누릴 수가 없다니깐. 아, 진짜 이건 분개해야 해. 선택의 폭이 좁은 건 진짜 여기도 마찬가지 ㅠㅠ 니 한탄에 '미투'를 날림 ㅠㅠㅠㅠ 아 슬프다 ㅠㅠ

  6. 2010.05.03 15:5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딸뿡 2010.05.04 01:0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무심한 듯 슬쩍 적은 글씨체가 저도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영화의 느낌과도 참 많이 닮았어요. 아마도 비밀님이 언급하신 느낌 그대로일 걸요. 그래서 우리들은 그런 점에서 일본 영화를 좋아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p 어여 유레루 감독님의 <우리 의사 선생님>도 봐줘야 하는데! 진짜 요새 영화들 볼 게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히힛.

      후훗. 풋풋은 풋풋 소리 내어 먹어야 제 맛이라는 소문이 ㅠㅠㅠㅠ

  7. BlogIcon 김선배 2010.05.06 12:2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거 포스터가 너무 이쁘네요. (내용보다 더-)

    저 요즘 마음이 꿀꿀해서, 주위에 돼지우리가 없을까 찾아보고 있.......

    응, 준페이- 이름은 너무 이쁘다.

    • BlogIcon 딸뿡 2010.05.07 10:4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포스터만 봐도 참 기분 좋아지죠? 오타루, 여기 너무 좋더라고요. 영화에서만 봐도 한없이 좋은데, 직접 가보면.... 우와, 절대 '혼자' 가지 않겠어요 히힛. 아이쿠, 우리 김선배 기분 업~ 될 무언가가 있으셔야 할 터인데~ 준페이, 진짜.... 그 이름을 부를 때, 무언가 아련한 느낌이 강한. 그 사람이 주인공인지 주인공 친구인지, 급 헷갈리기 시작 ㅠㅠ

  8. BlogIcon 플라멩코핑크 2010.05.07 00:4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니 이런 영화도 개봉했었단 말인가요? ㅠㅠ 딸뿡님 블로그에서 처음 봤어요 이거 ㅠㅠ 그나저나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포스터 글씨 너무 예쁘네요.
    글씨만 봐도 뭔가 풋풋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내가 풋풋한 사랑을 한 지가 언제였더라... 먼산... 쩝.

    • BlogIcon 딸뿡 2010.05.07 10:4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넵 29일에 개봉했어요 멩코님. 씨지비에서 지금 하하하와 함께 여기는 교차로 돌리고 있더라고요. 하는 게 어디냐 싶고. 어둠의 루트에도 이녀석 있어요 하하. 글씨체에서 영화의 느낌이 단번에 전달되는 거 보면 신기하단 말이지요. 웁~ 저도 풋풋한 사랑을 운운하려면 대체 얼마나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지, 너무 까마득해요 ㅠㅠㅠㅠ

  9. BlogIcon 슈팅 스타 2010.05.10 21:5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지난 해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이제서야 개봉이군요.
    이와이 슈운지가 편집에 참여해서 그런지 영상이! :-)

    • BlogIcon 딸뿡 2010.05.14 10:3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1년 여만에 개봉한 것이로군요. 아, 근데 부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개봉을 했다니, 요건 상당히 의외인데요. 그쪽은 은근 특이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던데. 영상하나는 진짜 끝내주죠. 대작들에게 밀려 교차로 2주차부터 상영되는 거 보니까 괜히 안타깝더라고요.

  10. 312 2010.05.21 23:5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내가 좋아하는 기타가와 게이코인지 알았는데 기타가와 에리코네ㅋ
    받아만 놓고 안보게 되는 영화가 딱 하프웨이 같은 영화인데ㅋㅋ
    보름 전에 받았는데 봐야겠네ㅎ
    서울 가면 니 입맛에 맞는 영화 더 많이 볼 수 있어서도 좋겠다

    • BlogIcon 딸뿡 2010.05.22 02:4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오호 니가 좋아하는 여주인공이구나. 영화 속에서 심하리만치 '징징'거리는데 나쁘지 않았어. 귀엽더라 ㅠㅠ 고등학생 역할이 어찌나 잘 어울리던지. 90년대 초반 태생이라 그런지 제대로 풋풋하더라. 늙은이가 풋풋함을 다시금 느끼고 싶어서 이 영화를 봤다는 ㅠㅠ 안 그래도 입맛에 맞는 영화를 많이 볼 생각에 두근두근하신다~ 공연도!!!

  11. BlogIcon DeliDelic 2010.06.18 20:5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저도 이거 어머니와 봤어요 :^) 지루하게 보고 오래 남은 영화였다능 ~_~

    • BlogIcon 딸뿡 2010.06.19 02:0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오, 이게 누구신가? ㅋㅋㅋ delidelic ㅎㅎㅎ 엄마랑 같이 본 거야? 어찌나 풋풋한지, 그시절 나도 그랬을까 싶더라, 이거 원, 너무 까마득해서 말이지 ㅎㅎㅎ

    1  ···  34  35  36  37  38  39  40  41  42  ···  44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