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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12.05.19 15:49

 

그녀가 떠날 때 (Die Fremde)

 

실제 독일에서 벌어졌던 명예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는 만들어졌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오직 여성들을 향해서만 겨누어진, 보이지 않는 총과 같은 명예살인. 어쩌면 영화 보는 내내 끊임없이 나오는 건 한숨뿐일지도 모른다. 우마이는 더이상 참고 있을 수 없었다. 자신을 얽매던 것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쳤고 자신에게 유일하게 허용된 핏줄 '쳄'과 함께 곧 닥쳐올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자립적인 길을 걸어가려는 여성, 우마이에게 영화는 차분하고 조용히 손을 들어 주는 것 같으면서도 미약한 여성이기에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더 벗어날 수 없는 적나라한 현실의 굴레란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영화는 줄곧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종교와 일상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슬람 사회의 가부장적 요소 그리고 그들에게 있어 하등한 여성으로 인해 집안의 명예가 더럽혀진다면 기꺼이 가족 누군가가 나서서 그 여성을 벌하여도, 폭력을 행사해도, 끝끝내는 살인한다 해도 전혀 문제될 것 없는, 여전히 존속하고 있는 악습인 명예살인..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원죄를 묻는다면 그들이 굳건히 믿는 신에게 있을지어니. 그들의 뿌리깊은 문화권에서는 이혼이라는 제도는 결코 쉽게 받아들여질 수가 없다. 그런 딸을 두었다는 것만으로도 그 집안의 명예가 실추됨은 물론, 그런 형제자매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파혼 사유가 되는 것은 일상다반사니까.

 

그들의 문화권에서 '공동체냐 개인이냐'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면, 기꺼이 '공동체'를 택한다고 봐도 별 무리가 없다. 그런 그들에게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하는 도의 차원의 죄를 물을 수 있느냐고? 그럴 수는 없다. 개인의 삶 속에 종교가 깊게 뿌리 내린 이상 객관적인 잣대로의 비교는 불가하게 되어버리니까. 그렇다하여 우마이에게서 모두 등을 돌려 버린 가족들을 두둔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영화는 그들이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심경을 찬찬히 보여준다.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들도 뇌가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 여태까지 그들은 인간이 아닌 줄 알았으므로.

 

매체나 여타 영화들을 통해서 접한 '명예 살인'은 결과만을 놓고 이야기해왔다. 상대적인 타문화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왈가왈부 한다는 자체가 위험한 발언이지만, 명예 살인, 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부당한 행위란 말인가. 집안의 명예 하나 더럽혔다고 가족 구성원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이 몰상식한 짓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 통탄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 악습은 하루 빨리 없어저야 마땅하다고 늘 생각해왔던 터라 이혼한 여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가족들은 짐승만도 못하다며 비난을 해왔었다.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으나, 적어도 이슬람이란 사회에서 명예 살인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가족의 입장, 그들의 시선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해줬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시선조차 보여준 영화는 없었으니까. 버러지만도 못한 짓을 행하는 가족들, 모든 비난과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우마이. 그들이 우러러보는 '신'을 사이에 두고 비인간적이니 행태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의 씁쓸함. 도대체 이 악습은 태초, 언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하는 원죄를 묻고 싶다. 감히 그들의 신에게. 규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지독하기 만한 현실의 무게는 감내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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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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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감 2014.06.18 01:1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영화에 대한 평이 참 마음에 들어서 글을 남깁니다. 이 영화에 대한 영화평론가의 글보다 내용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더 느껴지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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