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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13.09.07 02:36

 

 

 

 

10년 전, 동남아 여행 때 한 번 관계맺음 한 이후에 쳐다도 안 보던 디카를 낙산사 길에 동행하게 됐는데요. 400만 화소가 이 정도 뽑아낸 것에 저는 감동하고 있어요. 눈으로 담은 것 보다는 당연히 못 하겠지만. (당연하잖아!) 요 녀석을 샀을 당시에도 렌즈가 좋다는 소리를 전해듣고 샀었던 기억이. GT Hexanon. 

 

 

서울에서 낙산사를 가려면 양양이든 속초든 택일을 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속초가 더 위쪽에 있어서 양양을 택했어요. 배차간격도 많은 속초가 편할 수도 있겠지만, 돌고 돌아서 갈 수는 없으니까요. 2시간 40분 정도 소요 되네요. 요래조래 작은 역에 정차를 해도 말이죠. 한계령 고갯길은 진짜 어지럽긴 하더라고요. 꼬불꼬불~ 버스 멀미 했음 어쩔뻔 했는지. 서울 돌아가는 날, 알았는데 하루에 몇 번 서울- 낙산 바로 가는 고속버스도  있더라고요. 한 번 더 버스 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줄어들고 가격도 같으니 버스로 이동하실 분은 참고하세요.

 

 

길치가 어디 가겠습니까. 낙산 정류소에 내려서 직진 하면, 오른편에 곤충박물관(?) 비슷한 것이 보이는데요. 바로 맞은편 넓은 주차장으로 들어가면 템플스테이 하실 분들은 인월요(사무실)로 편하게 올라갈 수 있어요. 제가 뭐 사전에 그런 것들을 다 알았겠어요. 정류소에 내리면 낙산사 표시가 대문짝만하게 있을 줄 알았지. 그래서 저는 낙산비치호텔쪽 후문으로 들어갔어요. 의상대쪽이 바로 보이는. 덕분에 경치 구경만 잘 했죠. 하늘이 쨍해서 브라보!를 외치면서.

 

 

 

 

 

 

 

 

 

날씨복이 좋았는지, 첫날부터 구름들이 '낙산사, 처음이지, 어서와!' 하고 반겨주는 것 같았어요. 서울에 있는 분들은 낙산사 한 번쯤 와봤겠지만, 저는 말만 들어봤지, 처음이었어요. 넓디 넓은 규모에 놀래 나자빠질 뻔 했다니까요. 만보기를 갖고 갔으면 제가 하루에 몇 km를 걸어다녔는지 보여드릴 수 있을 텐데. 정말 밥먹고 1시간씩 산책했지, 틈날 때마다 낙산사 전체를 휘젓고 다녔으니까. 정말 하루에 최소 8km 정도는 걸었을 거예요. 나중에는 다리가 아파서 제 명상지점(해수관음전)에서 명상하자 이랬으니.

 

 

 

 

 

 

 

 

낙산사에서도 진짜 구석탱이에 있는 홍련암. 여기에서 철야기도가 많이 이루어지지만, 템플 스테이 하는 사람들은 저녁 9시면 잠을 자야 하니, 그 모습을 볼 수도 없죠. 바다와 가까워서 설사 이 시간에 갈 수 있다고 해도 혼자서는 무서워서 못 갔을 거예요. 생각해보세요. 해 지고 나면, 제 아무리 가로등이 있어도 산은 산이거늘. 첫 날은 공포를 다스린다고 진짜 무리를 심하게 많이 했는데, 둘째 날 저녁 되니까 눈에 헛 게 보이는 거예요. 인적도 없는데 앞에 사람의 그림자에 동물 움직이는 그림자까지 봤으니, 산중 공포가 극대화된 상태. 게다가 여기는 더 외진 곳에다 밤되면 보이지 않는 시커먼 바다에 파도소리... 아, 전혀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흑.. 홍련암이 기운이 좋아서 기도 하러 더 많이들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홍련암에서 바라보는 의상대. 진짜 멀죠. 여기에서 제가 머무는 취숙헌(숙소)까지는 겁나 멀어요. 낙산사가 관광지이든 아니든, 사람들이 물밀듯이 와도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진짜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는 주는 곳임은 분명했으니까요.

 

 

 

 

 

 

 

 

첫날과 둘째날 날씨 차이가 극명하죠. 햇살 좋으면 좋은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운치 있는 의상대였습니다. 여기가 일출 포인트 지점인데, 저는 여기에서 일출을 보지 않았어요. 제가 원하는 장소가 따로  있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장소. 여기를 하루에도 서너 번은 찾았을 거예요. 탑돌이도 하면서. 낙산사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서 사방이 탁 트여 있어요. 그래서 바라보기만 해도 마냥 좋은 곳. 해수관음상 가운데 아래에 보면 두꺼비가 있는데요. 얘를 쓰담쓰담 하면, 두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두꺼비야, 안녕' 하고 쓰담쓰담하는데 또 겁은 많아서 막 얘가 환상해서 내 손을 물어버릴 것 같은 망상의 망상이...

 

 

 

 

 

 

 

 

 

흐리면 못 본다는 일출을 아주 또렷하게 잘 보고 왔습니다. 첫째날 운이 좋았나봐요. 정말 겁 많은 제가 산 속을 혼자 걸어서 해수관음상까지 갔다는 거 아닙니까. 새벽 3시에 일어나서 3시 반 새벽 예불 드리고, 스님 기도 끝나면 그때부터 108염주 꿰기에 들어갑니다. 108 참회록(?) 1번부터 소리내어 읽고 절 하고 염주 꿰고.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다리도 후덜덜 거리는 상태에서 어둠 속의 공포를 이겨내면서 새벽 5시 10분에 해수관음상 일출 포인트에 착석. 미친년 산발되기 좋을 정도로 바람이 불어닥치는데 담요 덮고 명상 자세로 앉아서는 동트는 세상만라의 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어요. 일출을 봤을 때 '아~' 하는 감탄이 아닌 일출 직전까지 대지의 기운들이 저를 마음 편하게 해줬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요.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또 하겠는지요. 낙산사에 템플 스테이를 했었기에 가능한 일 아니겠어요. 그때의 그 평화로웠던 기분은 잊지 못하겠어요.

 

 

 

 

 

 

 

 

둘째날은 흐려서 해를 볼 수는 없었지요. 하지만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하늘색이 예뻐서 감탄, 탄복... 제가 아까 헛 것을 많이 봤다고 했잖습니까. 새벽 예불 드리고 바로 일출 보러 갔어야 했는데, 다시 또 그 숲길을 가려니 저, 심장마비로 기절할 거 같아서 숙소로 돌아왔어요. 나 하나 거기서 꼴까닥 한다고 곧장 발견해줄 이도 없고 흑.. 그래서 5시 30분쯤이었나, 그나마 좀 어둠의 기운은 덜 하길래 또 잽싸게 올라가서 평화로운 이 모습을 마음껏 즐겼지요. 이날 하늘색을 보니 좋은 마음으로 물들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되더라고요. 바다와 하늘, 저마다 가진 색이 서로 어우러지는 가운데, 둘이 하나가 되면서 각자의 좋은 빛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잖아요. 더도 말고 딱 저만큼만 살아가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그렇게 되고 싶다고.

 

 

 

 

 

 

 

 

여기는 제가 아침, 점심, 저녁(어두워지기 전)으로 하루 3번은 꼭 찾았전 저의 안식처이자 명상 장소인 해수관음전입니다. 해수관음전에서는 해수관음상이 바로 보여요. 그래서 더 신성한 기운을 얻고 싶었는지도. 사람들이 미치도록 붐비는 곳인데, 여기도 안 오진 않지만, 그래도 인적이 조금은 드물어서 원없이 명상하고 바닷바람도 느끼고 제가 참 좋아라 한 장소. 스님과 아이컨택트 하는 위치에 자리 잡아서는 1시간씩 명상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명상하다가 잡념 생기면 눈 뜨고 해수관음상 한 번 쳐다보고. 계속 그렇게 무한 반복...

 

 

 

 

 

 

 

 

숙소에서는 작은방엔 3명, 큰방은 5명 이렇게 함께 생활을 하는데요. 차실에서는 마음껏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보며 지냈어요. 이곳에서 인도 여행기 한 권을 뚝딱. 영혼을 가득 채운 것으로 보이지만, 그 책에서 제가 메모한 것 따위는..... 인도에서 마리화나 천국 등등.... 더 이상 말 안해도 되겠죠? :) 잠들기 전, 하루 마무리를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책 보니까, 좋더라고요. 왜 집에서는 안 하나 몰라... 너는 왜 나가서만 이러니......

 

 

 

 

 

 

 

 

 

 

제가 머물던 취숙헌의 길이에요. 거북이 잠금장치는 외부인들은 못 들어오게 막는 용. 요 녀석을 매일 쓰담쓰담 했었는데.... 스님 스타일의 연보라 통바지에 회색조끼에 낮에는 볕이 강하니 제공해주는 밀짚모자 쓰고 다녔는데, 사람들이 다 쳐다봐요. 아무렇지 않게 낙산사를 그 차림으로 활보하고 다녔지요.

 

 

낙산사에서 보낸 시간 중에 어떤 시간이 가장 좋았느냐 묻는다면, 새벽 예불 끝나고 동이 틀 때까지의 어스름한 기운들 한가득 받으며 해수관음상에서 명상했었던 때.. 또 저녁 예불 끝나고 늦은 산사의 밤에 스님 예불 들으며 열심히 탑돌이를 했던 기억. 간절한 소원이 있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어요.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그 공간의 적막한 기운들이 마냥 좋았어요. 낙산사의 일부가 된 기분이 들어서요.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건, 역시나 108배 염주 꿰던 정성스러운 시간들. 저는 2개나 만들었으니 그 정성이 108염주에 모두 들어 있겠지요.

 

 

우리나라 템플 스테이는 처음 해봤는데, 다른 곳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마음의 기운이 맞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함께한다면 더 유익할 것 같더라고요. 방도 독방이 아닌데다, 관광객이 많이 와서 소란스럽기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이 엔간해서는 없으니까. 미얀마에서 했던 정통 남방 불교 위빠싸나에서 수련을 받으면 오로지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에너지에 집중을 하는 좌선(앉아서 명상)-경선(한 공간에서 걸으면서 집중)을 숱하게 해요. 확실히 같은 불교라도 남방과 북방은 차이가 있어요. 혼자 수련하기에는 더없이 위빠싸나 수련이 좋고 둘 이상이라면 우리나라 템플스테이가 좋은 것이라고 결론짓게 되더라고요. 위빠싸나는 1인실에 수련생들만 쓰는 법당에서 끊임없이 자기 수련을 하니까, 차이가 크죠.

 

 

 

 

 

 

 

낙산사야 안녕. 다음에는 좋은 사람과 함께 올게. 이 공간을 떠난다고 했을 때 제일 아쉬운 곳도, 생각나는 곳도 해수관음상이더라고요. 덕분에 좋은 기운 많이 받고 갑니다. 스님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서 저의 현재 이런 마음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몸도 음식을 먹으면 배출을 하는데, 감정은 왜 배출할 생각을 하지 않느냐. 뭐든 기본에 충실해라. 문화 생활 하는 것도 좋지만, 그건 자양분일 뿐, 감정의 배출은 되지 못한다고.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해서 반드시 감정의 배출을 하길 바란다는 말씀을 제게 해주시더라고요. 끄덕끄덕 했습니다. 스트레스에 점점 더 취약하게 되고, 그 상태에서 어떤 영화를 본다 해도 감흥을 받지 못하고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걸 보면.. 저란 사람은 저를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하루에 일정시간 산책이라든지, 자전거를 포함한 운동을 해야 하겠더라고요. 결론은 운동이었습니다. 감정 배출을 하지 못한 상태가 오랜 시간 지속되니, 제 정신이 어찌 말짱할 수 있겠어요. 여러 의미로 뜻깊었던 템플 스테이였습니다.

 

 

삼시세끼 나물밥. 저는 좋았어요. 나물, 없어서 못 먹죠. 자취생의 비애란... 끼니도 정성들여 차리고 거르지 말라고 말씀하셨지만, 그건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음식도 잘 먹었고 좋은 공기, 기운 아래에서 행복한 2박 3일 보냈습니다. 낙산사에서 만난 모든 자연,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낙산사. 또 만나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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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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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14 20: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딸뿡 2013.09.21 01:2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히히. 저도 무교라(기독교를 제외하고는 다 포용하는 마음) 템플스테이를 긍정적으로 보기는 한데, 우리나라 템플스테이는 맘맞는 친구랑 같이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더라고요. 아 진짜 2박 3일 좀 쑤셔 죽는 줄 알았어요. 겨우 버텨내고 얻은 건, 뭐든 좋은 게 좋은 거다. 좋게 좋게~ 바다 있는 곳은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그냥 편해지잖아요. 그래서 바다가 좋아요. 낙산사~ 담에 친구랑 꼭 한 번 해보세요. 1박에 3만원이면 다른 곳보다 가격도 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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