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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note 2013.09.24 02:15

좋았던 사람과 이별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다. 헤어지기 전부터 이미 한 달이라는 시간을 가졌었고 이별징후는 뚜렷했다. 연인 사이에 하지 말았어야 할 시간 갖자는 말을 해버렸고 결국 부메랑이 되어 이별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었다.


 

오늘 그와 함께하기로 했던 에너자이저 야간 마라톤 물품이 도착했다. 차마 개봉할 용기조차 생기지 않는다. 1012일 토요일 월드컵 공원 7. 함께하기로 한 약속은 물론, 장소까지 내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해서 쉬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시월이 되면 매년 하늘공원을 찾았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그와 나를 연인으로 이어주게 해준 의미 있는 장소였으니까. 첫 해에는 처음 손을 잡고 오랜 시간 걸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두 번째 해에는 작년을 떠올리며 우리만의 특별한 장소로 추억했다. 하늘공원을 생각하면 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년 전 그때 우리는 연인사이가 아니었기에 일 년 뒤에 도착하는 엽서 이벤트를 보고 간절한 진심을 담아서 썼다. 그와 나를 이어지게 해달라고. 우리의 추억이 어린 장소에서 마라톤이 열리는데, 타인이 되어버린 지금은 시월이 오는 것도, 하늘공원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마음이 아프다.

 

 

내게 물품이 도착했으면 그에게도 도착 했을 것이다. 그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다시 하늘공원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내게 희망고문을 해보지만, 부질없는 짓이겠지. 일주일 전, 이 사람과 완전힌 타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우리 사이를 이어주고 있던 보이지 않는 끈은 끊어져 버렸으니까. 이 관계의 미래에 대해 어떤 기대도, 막연한 희망도 품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기에 더 그립다. 이제 더는 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까.


 

예정대로 시월 중순이면 긴 여행을 떠난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의 기억이 조금이라도 옅어질 수 있을까. 정말 괜찮다는 말만큼 안 괜찮은 말이 또 있을까. 난 정말 괜찮지 않다. 어디를 가더라도 추억했던 장소만 가득한 같은 하늘아래에서 그를 떠올리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마음의 도피여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온전하게, 마음 놓고 슬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내 마음을 추스리고 이별을 애도하는 시간 말이다. 


 

 

좋았던 기억만큼 우리의 끝도 좋았으면 했다. 좋은 사람과 좋게 이별해서일까. 내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공허하기만 하다이별의 끝에서 그를 그리워하는 건,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몫. 좋았던 시간만큼 그를 그리워하게 되겠지. 아주 오래도록.. 영원할 거라 믿었다. 또 하나 후회되는 것 하나가 떠오른다. 횡단보도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 그의 손을 단 한번이라도 잡아 볼 걸 하고.. 차마 사랑했었다는 말은 하질 못하겠다. 영원히 안녕을 고하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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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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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Bana Lane 2013.09.24 02:2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최근에 헤어졌던 사람을 버스 안에서 마주쳤는데, 버스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 보듯이 할 수는 없어서 그냥 못 본 척 다른 곳을 보면서 그냥 버스를 타고 갔었어. 사람 사이 헤어짐이라는 게.. 버스 같은 공간 속에서 서로 못 본 척 하며 각자의 목적지로 가는 거구나 싶더라. 그렇겠지?

    • BlogIcon 딸뿡 2013.09.24 02:2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버스 안에서 마주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왜 영화 속에서 보면, 우연히 마주치면 그리도 쉽게 잘~ 커피 한 잔 하며 이야기를 잘 나누던데. 현실은 다르니까. 너 댓글이 어째... 마음을 더 아리게 하는 것인지...... :)

    • BlogIcon Bana Lane 2013.09.24 02:3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여행 언제 가냐? 술 한잔 해야하는 데 말야~ 시간 좀 잡아보자

    • BlogIcon 딸뿡 2013.09.24 02:3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시월 중순에. 이란 비자가 한국에서는 받기 어려워서 어떤 경로로 가야하나 지금 고민중.. 나 10월 1일부로 자유인입니다. 언제든 불러주세요.

    • 2013.09.24 02:59  address  modify / delete

      비밀댓글입니다

  2. plutorian 2013.09.24 16:3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래저래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이렇게 글로 보니까 나까지 마음이 아리네. 시월에 여행 잘 다녀오구 그 전에 얼굴 보고 싶었으나 나도 일 때문에 이리저리 떠도는 지경이 되서 얼굴은 못보겠네 ㅠㅠ 언니 다녀오면 보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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