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wander 2014.02.16 06:56

나, 꽤 알아주는 길치에 방향치다. 언제나 스마트폰의 지도 어플과 함께여야만 길을 찾을 수 있는데 가끔 이 길이 맞다고 우기면 역시나 내 감은 보기좋게 빗나가서 주변 사람들이 길에 대해서만큼은 나를 불신한다. '길치'라는 존재가 일상의 팍팍한 삶의 굴레 앞에서는 치명적인 결함(?)처럼 보이지만,여행중에는 되레 여유로움이 배가 되게 한다. 여유로움의 미학이라는 시건방진 소리를 한 번 하고 넘어가자. 여행 하고 있을 때, 길을 헤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 헤매면 헤맬수록 여행의 즐거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 헤매지 않았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풍광들을 당신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혹자는 그럴 수도 있다. '당신이 헤맸기 때문에 정작 봐야 할 것들을 못 보지 않았냐. 왜 그것은 생각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어차피 전부를 볼 수도 없고 '1 day 1 do'라는 여행 마인드를 지닌 사람에게 무엇을 반드시 봐야 하는가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일상에서는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여행에서는 '소도시' 위주로 다닌다. 관광지를 되도록이면 건너 뛰는 건, 유서 깊은 무언가를 보고 감흥을 받기에는 앎의 깊이가 얕디 얕은 데 있다. 방문 하는 대부분의 도시 이름을 언급 하면 '거기에 뭐 볼 거 있어요?'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볼 거 없다, 단지 그곳의 공기를 직접 느끼러 가는 것 뿐이다. 소도시인데다 버스로 갈 수 있는 작은 마을까지 끼고 있다면, 그곳을 가야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특히 'oldest town'과 같은 주관적인 마을 설명에 취약한 탓에 마음이 바로 동해버린다. 오래된 것중에서 최고라는 거잖아. 킹왕짱! 야호 소리가 저절로 나올 수밖에. 누군가에게는 유명한 곳을 보는 것이 즐거움일 테지만, 내게는 오래된 골목, 구시가지에서 정처 없이 오랜 시간 헤매면서 그곳의 공기를 느끼며 하나되는 것이 하나의 낙이다.

 

 

 

 

 

본격적으로 길을 헤매기 전, 버스를 타고 내렸던 곳 근처에 누구나 알 법한 큰 건물을 시작점으로 한 사진을 찍어둔다. 길치들은 길을 너무 헤매다 보면,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 시작점으로 돌아오기가 녹록지 않다. 결국 길을 물어봐야 할 상황이 찾아 올 수밖에 없고 그때 찍어뒀던 사진 한 장 들이밀면 만사 오케이!

 

 

 

<Fouman>


 

 

 

Rasht 중심가에서 yakhsazi square까지 도보로 천천히 걸었을 때 40분 정도 소요된다. 이곳에서 Fouman행 savaris(미니버스)가 출발한다. 택시로 가도 되겠지만 조금 더 저렴한 빨간 미니버스가 있다. 가격이 싼 만큼 인원이 다 차야 출발하니까 여유롭게 기다리면 된다. 사람이 안 올 것 같이 불안해도 30분 이상을 넘긴 적은 없었다. Masuleh를 버스로 가길 원한다면, 바로 가는 버스는 없으므로 Fouman을 들렀다가 가야하니 참고하시길. 버스요금은 2013년 10월 기준 IR6,000($1=IR30,000), Rasht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오후 4시 이전까지 서두르는 게 좋다. 오후 5시 조금 못 되어서 막차라고 생각하고 탔더니, 오늘은 버스 영업 끝났다고 해서 택시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란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택시비가 저렴하다는 거다. 합승이 대중화되어 있으니 돈도 아낄 겸 택시 합승을 했고 요금은 IR13,000. 버스는 우리돈으로 약 2백원이라면 택시는 4백원이니 정말 요금 착해서 예뻐 죽겠다.

 

 

 

 

 

 

 

 

 

 

 

 

이렇게 한적한 곳을 걷고 또 걷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좋아하는 풍경이 이끄는 대로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 그자체다.  

 

 

 

 

 

갈림길이 나오면 방향 표시대로 움직여 보는 것도 나쁠 것 없지. 고양이가 가는 방향대로 가도 되고. 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니까.

 

 

 

 

 

 

 

이끌림으로 이곳에 왔을 뿐인데 꽃과 대문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집을 발견 했을 때 기쁜 마음에 대문을 두드릴 뻔 했다. 집이 정말 아름답다고, 저, 여행객인데 집 내부 좀 봐도 돼요 이러면서.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만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이 밀려든다. '내가 너를 만나려고 여기까지 왔나 보다. 네가 나를 불러줬구나 고마워' 하고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다. 오래된 흙집과 별 거 없는 풍경이 이토록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다니.

 

 

 

 

자발적 길 헤매기를 통해 좋아하는 곳의 모습을 속속들이 사진으로 담다 보면, 억지로 기억하려 하지 않아도 '앗, 여기 내가 찍었던 곳인데' 하고 그 길을 자연스레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길치에게 그런 것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죠?

 

 

 

 

 

 

네 시간쯤 돌아다녔나보다. 이제는 집에 돌아갈 시간! 시작점 사진이 있으니 인상 좋은 아저씨들에게 길을 물어봐야지. 사람들에게 길 물어보고 도움 요청하는 건, 하루에 수 백번을 한다 해도 재밌다. 잘못 가르쳐주는 경우도 물론 있지. 아니, 아주 많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사람인이상 빡치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려려니 즐겁게 받아들인다. 왜냐면, 길을 물어보고 가르쳐주는 그 별거 아닌 과정에서 인연이 되어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하니까. 인연 만들기가 어디 쉬운가 :)

 

 

 

<Lahijan>

 

 

 

 

Rasht 중심가에서 Janbazan square까지는 택시 타기를 권한다. 길 물어볼 때마다 택시 타라고 모든 사람이 외칠 테니까. 택시 요금은 IR15,000이내. Lahijan 미니버스 요금은 IR10,000이다.

 

 

 

 

 

 

론리플래닛의 설명을 철썩같이 믿었기에 숙소에서 버스터미널까지 1.5km 밖에 안 돼서 걸어 가기로 한다. 주변 풍경들은 예쁘기까지 하니 더할나위없이 좋구나. 걷다가 이 길이 맞는지 물어보는데 사람들이 모두 멀다가 손을 내저으며 택시 타란다. 하지만 '난 괜찮아' 모드로 굳건하게 내 갈 길을 가고있긴 한데 불안 요소는 있었다. Janbajan까지 가야하는 건 알겠는데 언제쯤 당도하는지 알 길이 없다는 거다. 정말 택시를 타야 하나 고민할 무렵에 친절한 아저씨가 같이 택시를 타자고 하신다. 나의 구세주! 당연히 아저씨도 터미널에 가는구나 생각하고 육교도 건너고 복잡한 길을 아저씨만 믿고 따라 갔다. 드디어 터미널 도착. 알고보니 아저씨는 가는 길을 마다하고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주신 것 아니겠는가. 고마운데, 제대로 고맙다는 마음을 전달도 못하고 아저씨와 사진도 못 찍은 것이 못내 아쉽다. 터미널 입구에 조그맣게 보이는 흰 셔츠 입은 아저씨. 아저씨는 또 택시를 타고 가던 길을 가신다. 정말 고마워요.

 

 

 

 

 

 

 

 

 

아무 것도 아닌 풍경일 뿐인데,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골목들. 어울림의 조합은 시선을 사로잡는 놀라운 힘이 있다. 그 공간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게 되고.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무수한 골목들이 있지만, 여기를 들어가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골목이 주는 끌림이 있다. 이럼으로써 본격적인 골목 방황은 시작된다.

 

 

 

 

 

 

 

 

집 구경 하는 건, 싸움 구경만큼이나 흥미진진하고 신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집들이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개성 만점인지.

 

 

 

 


 

 

꽃 덩굴이 있다는 것만으로 집의 분위기가 로맨틱하게만 느껴져서 이 집 주변을 서성이고 또 서성이고.

 

 

 

 

이란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상의 풍경이 되어버렸다. 오래되어 바랜듯한 집, 옛날 영화에나 나올 것만 같은 빈티지 자동차, 벽에 낙서된 이란어 그리고 집을 둘러싼 덩굴. 이란 골목길을 다니면서 가장 감동받은 찰나가 있다면 바로 이 순간이다. 골목길을 헤매는 목적은 바로 이러한 풍경들을 담아내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찾고 싶었던 건 분명히 아닐진대, 헤매고 다니면서 이 풍경들을 얻었다. 이러니 어찌 골목길을 정처없이 헤매는 걸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여행은 자고로 긍정적인 사람과 함께 다녀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함께 길을 잃어버려도 좋을 사람 말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단순히 길을 헤매면서 즐거울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관계가 어디있을까. 오늘 소개한 Fouman과 Lahijan은 이란 여행 하는 한 달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골목 탐험을 떠올리게 하는 도시다. 누군가가 내게 이란의 도시를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주저없이 '당신은 Rasht 로 가면 된다'고 추천해 줄 수 있다. 단, 골목 탐험을 즐기는 자에 한 해서 말이다. Rasht는 한적한 골목 탐험 하기에 그만인 이란의 숨은 보배와 같은 곳이다. 나의 Rasht 예찬은 계속 됩니다.

 

 

 

 

 

Rasht는 Tehran에서 5시간 정도 소요 되고 요금은 IR110,000 입니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딸뿡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idmolla 2014.02.16 07:2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란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었는데 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건물들이 소박하니 정겹네요.

    • BlogIcon 딸뿡 2014.02.21 00:28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YAZD만 해도 온통 건물이 흙으로 지어진데다 오래된 골목 걷는 기분이 쏠쏠해요. 요런 골목길은 봐도 봐도 덜 지루한데, 제게 흙집 풍경은 살짝 지겨운 감이 있더라구요. 똑같은 풍경이니. 사원이나 모스크를 매일 보면 그러한 것처럼. 저도 덕분에 여행기 잘 보고 있어요!

  2. 두부 2014.02.16 09:34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골목 탐험은 정말 재미있는듯~한번에 원하는 장소에 가면 편하긴 하겠지만 여행지에서는 특히 작은 마을이나 동네 같은 곳은 걷다보면 어느새 새로운 풍경이 익숙해지는 재미도 쏠쏠한거 같아~

    벽의 이란어가 인상적이네. 낙서일뿐인데 묘하게 잘 어울리네 ㅎ

    • BlogIcon 딸뿡 2014.02.21 00:3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응 골목길은 돌아 다니면 다닐수록 더 재미난듯. 저번에 교토 여행이 너무 짧았어 그치. 정말 추석 때 저렴한 항공권 나와서 너와 나의 동남아 여행을 추진해봅세. 간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더 가고 싶다. 너와 돌아다니는 카오산로드는 어떨지. 그리고 치앙마이 트레킹도! 기대 돼. 9월이면 딱히 너무 더울 때도 아니니까 괜찮지 뭐. 저번에 찍어놓은 사진이 날라가는 바람에 태국 사진도 거의 없는데, 너랑 다시 가서 찍으라는 계시인가보다. 꼭 태국에 가자! 인도는 다시 갈 수는 없겠지만...

  3. BlogIcon 히티틀러 2014.02.16 14:0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길치라서 여행할 때마다 길을 엄청 헤매요.
    정말 지도에 코를 박고 다녀도 길을 잃어버리곤 하거든요.
    이란은 항상 가보고 싶은 나라 중 하나인데, 골목길이 정말 소박하고 예쁘네요.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딸뿡 2014.02.21 00:33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히타틀러님 안녕하세요. 같은 길치라서 더 반갑고. 그치만 길은 잃어버려야 제 맛 아니겠습니까. 첨엔 지도도 보고 다녔는데요. 지도 따라서 찾는 게 예삿일이 아니더라구요 흐흐. 지도도 못 읽고 길치에 방향치니~ 그래서 여행 중에는 혼자가 더 편한가봐요. 누구랑 같이 가면, 제 맘대로 풀어놓지 않고서야 상대가 길을 다 찾으면 길을 헤매는 즐거움이 없어서 흥이 덜 하더라구요.

  4. BlogIcon 좀좀이 2014.02.17 01:0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길이 매우 정겹게 보여요. 왠지 마음껏 돌아다니고 구멍가게 가서 음료수도 사먹고 그러고 싶은 길인데요? 이란도 언젠가 한 번 꼭 가보고 싶은 곳 중 하나인데 사진과 글로 잘 보고 가요^^

    • BlogIcon 딸뿡 2014.02.21 00:35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맞아요 좀좀님.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 가본 곳인데, 골목 자체가 주는 느낌은 우리네와 다를바가 없어서 골목 탐험 신나게 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에서 차이도 마시면서 쉬고- 한 달동안 이란의 전 지역을 다닌 건 아니지만, 여기처럼 편안하고 한적한 골목길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억나는 곳이에요.

  5. BlogIcon hermoney 2014.02.17 18:1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뭐랄까..
    은근히 어렸을적 한국동네같은느낌이 조금씩 있어서
    신기하게봤습니다.

    중동분들이 참 정있고 친절한사람들이 많다던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 BlogIcon 딸뿡 2014.02.21 00:3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우리나라 시골 같은 느낌 맞아요. 조용하고 한적하고 게다가 뭔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 들면서 정감가고. 그래서 여기 골목길 다니는 게 더 신났는지도 몰라요. 중동 사람들의 '환대' 문화는 세계에서 넘버 원입니다! 후후. 마음껏 베풀어주시거든요.

  6. 오드리 2014.02.17 20:52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참 낭만적이세요^^ 용기가 대단하구요! 짝짝짝~
    이란여행기 잼나게 잘읽었어요.. 이란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은 안해봤는데
    살짜쿵 이란 나라가 궁금해지네요..^^

    • BlogIcon 딸뿡 2014.02.21 00:39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서밥모 회원님을 여기까지 찾아와주시다니 감사해요. 오드리님은 언제쯤 뵐 수 있을지. 다음달에는 우리 꼭 만나요. 이란을 가고 싶어서 갔는데, 제가 막연히 생각했던 이란보다 직접 여행한 이란은 훨씬 정감 가는 곳이더라구요. 아직도 많은 사람에게 선입견이 많은 이란이지만, 여기 한 번 발 디디면, 이곳을 잊을 수가 없는 마력의 나라여요.

  7. 아름다워 2014.04.11 16:06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란 저도 꼭 가봐야하는 나라중의 한곳인데 문제는 제가 여자이고 아직은 미혼인지라 부모님과 동행을 해야 여행이 가능하다고 들어서요~!

    1  2  3  4  5  6  7  8  9  ···  440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