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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10. 3. 19. 03:58


최고의 스릴러 소설이라 손꼽히는 '살인자들의 섬'을 영화화 하고자 했을 때, 감독으로 마틴 스코시즈(스콜세지가 익숙한데)를 만장일치로 꼽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나역시 thumbs up. 그와 그의 페르소나나 다름없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합작품, 꽤 오랜만이다, 디카프리오를 다시 보게 된 '디파티드' 이후로. 그러니 당연히 개봉일에 달려가서 봐줘야하는 법. 소소한 부분에서 원작과 영화의 결말은 다소 차이를 보이는데, 굳이 영화와 원작을 두고서 어떤 것이 더 뛰어나네 하는 말을 덧붙이는 것이 무의미한 논쟁거리라 느껴질 만큼 스코시즈 감독의 각색에 압도당하게 된다. 뛰어난 평론가들께서 감독이 오마쥬가 된 영화들에 대해 쓴 걸 봤지만(빠지지 않고 늘 등장하더라), 고전 영화 관련 전무한 나로서는 그런 영화들을 이야기할 수도 없을 뿐더러 정말 이 영화만큼은 겨우 한 번밖에 안 보고서 흐름을 이해했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 알겠네, 어떤 점이 특히 좋았네 하는 점을 말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 영화의 의미심장한 마지막 두 마디의 대사까지도 듣는 순간 앗! 이랬다가 바로 잊어먹고야 말았다. 그러니 어찌 쓸 수가 있을까. 영화 외적으로 할 말은 지금처럼 넘쳐나지만, 영화 막 내리기 직전에 원작을 미리 읽은 절친과 같이 한 번 더 보고서 이 영화에 대해 동등한 자격으로 많은 말들을 나눠볼 요량이다. 이 위대한 작품의 부분적인 요소들에 대해 찬양하며 영상과 음악, 효과, 디카프리오의 일품 연기 그외 다수 배우들에 이르기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영화는 '반전'이 다가 아니다. 반전의 탈을 썼을 뿐, 감독은 다른 이야기에 더 무게 중심을 싣는다. 그저 반전은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장치에 불과하다. 세상 어디에 이렇게도 친절한 반전 영화가 있단 말인가. 반전이 생각보다 싱거웠다고 실망하지 마라, 당연한 거다. 이 영화를 보려면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나처럼 한 번에 두가지를 못 해내는데다 영상 이해력이 보통 수준 이하의 사람이라면, 처음 봤을때 감독이 여기저기에 친절히 설명해놓은 반전 요소들과 두뇌 싸움을 하느라 영화 내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지만, 결국은 끌려다니게 된다. 영화가 끝나면 아, 무엇이 허구이고 실재인가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영화 보면서 발견했던 퍼즐 조각들을 천천히 맞춰보지만 멀미가 날 지경이다. 하나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젠장, 놓치고만다. 바로 주인공 테디 다니엘스의 감정선... 물론, 아주 놓쳐버리는 건 아니지만, 그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어느 정도는 실패했다는 걸 인정한다. 반전의 덫을 가뿐히 통과한, 나무보다 숲을 보는 심미안이 탁월한 자들을 위해 감독이 완벽하게 구현해놓은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 생각하면 할수록 더 엉키고 복잡했겠지. 그래서 이 영화는 반전을 알고 간다거나 미리 책을 통해 예습한 사람일수록 더 깊이있고도 효율적인 감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전의 덫에 걸린 사람에게는 여러모로 불리하다. 첫날 상영 결과 사람들 반응이 생각보다 '열광적'이지 않은 건 다 그런 이유가 아닐까. 감독은 철저하게 그런 면에서 불친절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계시거든. 불친절하다 하여 영화가 결코 어렵디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때로는 그럴 때가 있지 않나. 감독이 의도한대로, 그의 시선으로 여과없이 이 영화를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이런 기분이 드는 영화가 바로 셔터 아일랜드다. 그러니 마틴 스코시즈 감독 작품만큼은 그가 이곳 저곳에 흩뿌려놓은 모든 것들을 흡수하고자 한다면 한 번 가지고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디카프리오의 영화 관련한 최근 인터뷰를 읽었는데.... 그는 확실히 디파티드 이후로 자기 자신만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는 중이다. '감정의 밑바닥을 긁는 연기'에 빠져들수 밖에 없다는 그를 보면서, 제길... 진짜 이 영화는 정말 재관람을 해야만, 극중 디카프리오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따라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 내가 조금이나마 일품이라고 느꼈던 그의 연기조차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을 테니.. 1단계의 겉핥기식 감상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리 거품물고 격찬하게 되는데, 재차 본다면 모든 내용은 다 알지만, 나는 주인공의 감정 흐름을 따라가는 데만 주력하면 되므로 최고로 즐거운 감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고로 그리 한다면, 셔터 아일랜드는 올해 최고의 영화로 자리잡을 듯..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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