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힐 뻔 했던 공연의 감흥이 '국텐'과 신나게 놀고 있는 사람들 사진을 보니 제대로 생각이 나는 군요. 크하하하. 이 사진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괜히 앞 줄로 갔겠나이까. 신난다! 이날 모두들 얼마나 신명나게 놀았는지, 국텐 보컬 '하현우'는 (동갑이므로 말 놓음 하하) 기타줄을 끊어먹는 사태 발생. 좋쿠나...... 공연 후기 사진이 공식 홈에 올라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역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어. 함께 갔던 H양도 보이고. 나도 보이고. 이렇게 신나는 사진을 담아줘 고마운 마음뿐. 다들 미쳐있는 이 공연 사진을 보니 많은 말이 필요가 없고나. 그냥 사진만으로 모든 것이 다 설명이 되고 있다. 아쉬웠던 건, 시간표가 살짝 변경이 되면서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못 보았다는 것 정도. 아마도 우리가 공연장을 떠나고 난 뒤, 이 공연은 더욱 흥분의 도가니가 되어 있었을 거니까. 흥분의 절정에서 그 아쉬움을 뒤로 하고 빠져 나온다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 사진을 보니 모든 아쉬움이 다 충족이 되는 구나. 여기 선셋 라이브, 제일 좋은 점을 하나 꼽으라 한다면 지키는 경호원도 없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무대와 객석이 엄청나게 가깝다. 그야말로 코 앞에서 뮤지션과 한 마음이 되어 공연을 나뒹굴 수 있다는 사실. 몸의 중심이 흔들릴 거 같으면 무대 붙잡고 신나게 흔들어댈 수 있는 데가 어디 흔하냐는 말이지. 이렇게 가까이에서 뮤지션과 혼위일체되기 쉽지 않다. 응? 사진을 보니 더욱 그렇다는...... 국카스텐 짱이로세. 다음에는 꼭 '비트리올'을 들었으면 좋겠다구. 비까지 촉촉히 내려 더욱 좋았던 국텐 공연 룰루랄라.
21스캇이 이 무미건조했던 공연의 열기를 단번에 '확~' 불질러 주었다는 말씀. 이 사람들의 음악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해낼 순 없지만, 보컬이 제대로 신명나게 놀아주었기에 동참하여 소리지르고 뛰어 놀았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슬램존이 이루어지고 흙먼지를 내기 시작했으니까. 이들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기에 보컬의 외양만 보고서 일본 그룹인가 보다 했는데, 어찌나 구수한 사투티를 사용하시던지 허허. 덕분에 맨 앞줄에서 신나게 잘 놀았다. 무대매너도 좋았고 스탠딩 공연의 시발점이 되어준 폭발적인 무대의 21스캇이었다. 저 분의 핏줄 터져나갈 것 같은 사진을 보라. 우와 가까이에서 보면 정말 공연에 흥분이 되는 것인지, 저 분의 핏줄이 더 붉어져 나오면 나올수록 더 흥분을 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분위기를 휩쓰는데 제대로 한 몫 하셨다. 브라보!
공연의 감흥이 일주일 여 지나다보니 확 줄긴 했다. 게다가 공연이 좋았던 건 짧은 몇 시간 뿐이었고 나머지는 볼멘소리로만 장문의 포스팅을 채우라 한다면 그럴 수도 있으니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기도 했고. 좋았던 것만 적기에는 살짝 불편한 공연 시설들이 꿈틀거리니 원..... 선셋 라이브의 백미는 해질무렵부터 시작이다. 공연은 1시부터인데 사람들이 5시 이후에 본격적으로 몰려드는 거 보면,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이장혁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사람에게 딱히 반감이 없음에도 '성의없음'이 여실히 느껴졌던 게 과연 내 탓일까. 그리고 그 사람의 노래는 낮시간의 오픈 스테이지와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해가 늬엇늬엇 저물어갈 즈음 조명이 뒷받침해주거나 실내 공연을 해야만 그가 노래하는 공연에 제대로 빠져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연주 소리에 자신의 보이스가 뭉개지는 걸 본인은 알고 있을까. 소리는 소리대로 노래는 노래대로 엇박자가 되어 들리는 노래를 어찌 진지하게 감상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지. 이 공연 직전에도 목소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니, 그런 걸 감안해준다 하더라도 일단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셋 라이브에서 제일!
국카스텐, 좋았다. 허나, 나대는 몇몇 팬들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니, 기분이 나빴다. 아는 언니에게 그저 아무리 친해도 그렇지 사람들 다 보는데, 어찌 반말을 찍찍 해대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이런 팬들 정말 싫다고 댓글 달았더니, '반말 받아주는 국텐이 더 나빠' 하는 거다. 그래, 그 말에 일리가 있다. 생각해보니 하는 사람도 나쁘지만, 받아주는 사람은 더 나쁜 거잖아. 공연 시작전부터 개념있는 국텐께서 마이크에 국화를 꽂아두고 준비를 하는데 그때부터 반말 나부랭이를 하기 시작~ 얘네 때문에 정중앙 맨 앞줄 뺐겼다가 슬램하는 그 틈을 타서 잽싸게 앞 자리를 차지했다. 처음에는 밀어내고 쌩 난리를 치더니 스피커를 붙잡고 견뎠더니 한 명이 뒤쪽으로 슬쩍 빠지더라 만만세! 그리고 결정적인 실수는 으윽. 기타 피크를 받았어야 했다. 그 나대는 팬들의 기에 눌려 공연 끝나고 피크를 주는데 내가 내민 손을 접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받았었을 것을 그저 싸움이라도 날까 무서워 낼름 회피했더니 걔네들 중 한 명이 받고서 가위바위보를 하더라. 내가 받았다면 욕지거리를 듣지 않았을까. 그래도 받았어야 했다는 거......
선셋 라이브라는 취지, 기대했던 공연장은 아니었다. 운영측에서 마련한 봉고를 타고 20분 여 달려 산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으니까. 그래, 시작할 때야 제각각 다른 시간에 오니까 봉고 두 대의 수요에 맞출 수 있다고 치자. 헌데 공연이 끝나면? 그많은 인원이 집에 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지 않나? 나는 7시 무렵에 끝난 국텐을 끝내고 돌아왔으니 상관이 없었지만.. 그리고 경악한 건 '이동식 공중 화장실' 이다. 당연히 푸세식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행여나 화장실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까봐 한 번 이용을 하면서도 불안불안. 일 년에 한 번 이 공연을 위해 임시 설치된 거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오픈 스페이스 배, 전망이 좋다. 이것도 모르겠다. 선셋 라이브하면 바다를 응당 끼고서 공연을 보지 않겠나 했는데 바다는 커녕 온통 주변의 나즈막한 산들밖에 안 보인다. 그리고 군데군데 잡초가 자라는 흙밭. 뭐, 잔디밭은 기대하지 않았다만, 뭐 그렇다는 거다.
이렇게 신나게 흔들고 나니까, 내년 '지산락페'는 꼭 가고 싶어졌다. 월차를 쓰는 한이 있더라도 3일 내내 신나게 죽고 올 작정. H양과 더불어. 우리 안에 숨은 크레이지 모드를 더 발산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