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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6. 8. 4. 16:29



나는 파이란이 가슴 절절하게 안타까울 정도로 슬프지 않다. 내게는 스쳐지나가는 영화에 불과했다.
몇 년 전에 파이란을 봤었고 도무지 와닿지 않아서 넘겨버린 적이 있다. 마침 곰TV에서 파이란 무료상영을
하고 있었고 시간이 꽤 지났으니 느끼는 것도 다르겠지 하고 다시 한번 도전해봤다.
영화정보는 주로 네이버영화를 이용하는데 평점 9.28에 장르별 랭킹 1위도 모자라 전체영화 순위에서
무려 3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영화에 아무런 감흥이 없다라? 물론 사람 느끼는 게 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그냥 좋다도 아닌 정말 최고다 라고 평하는 영화에 홀로 외톨이가 된 느낌은 어쩐지 불편해서
다시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디서 감히 울어야 할지를 모르겠다.
가슴이 찡했냐고? 슬펐냐고? 아니 그런 느낌 받지 못했다.
그래 최민식이 방파제에서 서럽게 우는 장면? 남들은 자신을 쓰레기라고 하는데 그녀는 사랑이라 하는거?
최민식의 연기가 뛰어났음은 인정하지만 도무지 감정 이입이 되질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곳곳에서 난무하는 거친 욕들과 영화속에서 보여주는 칙칙하고 어두운 색감들.
자신을 그저 고맙게 생각해주는 그녀가 죽은 이후부터 사랑을 느끼고 새 삶을 살겠다고 생각하는 설정을
위해 그의 쓰레기같은 삶의 일면을 더 자세히 보여줬겠지만 오히려 더 거북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으니.
내 나름의 변에 감성에 메말랐어 하면 정말 할말 없다.

생각해보면 남들이 눈물바다 되는 영화에 정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던 영화가 꽤 있다.
최근 작품 위주로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 사람을 다 울리게 만들었다는 너는 내 운명이 대표적인 케이스.
미안하다. 나는 눈물이 안 나왔다.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이지 놀라울 정도였지만 에이즈 환자와 일반인의
순수한 사랑. 뻔히 보이는 내용의 전개, 슬플 수 밖에 없는 영화라서 울음이 터지지 않았다.
영화를 본 후 친구와 감상을 주고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와닿지 않았기에 뭐라 던질 말이 없었다.
내가 절절하게 와닿지 않는 영화, 배우들이 아무리 열연을 해도 울지 않는 영화는 아버지와 자식 사이에
미묘한 정, 슬픈 내용이 전개될 수 밖에 없는 시한부 인생을 남겨둔 사랑이야기는 아무리 애를 써도
집중하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눈물도 많고 감수성도 나름 풍부해서 곧잘 우는데도 가끔 이럴 때 보면
어쩔 수 없고 인력으로 되지 않는 일임에도 다른 사람들과 소외감이 곧잘 느껴지곤 한다.
그 영화가 좋은 것은 분명 알겠는데 공감할 수가 없으니까. 노력해도 되지 않으니까..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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