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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6. 9. 17. 22:42

012

3년전 터키를 포함한 중동 여행을 하면서 3개월의 시간동안 무려 8kg이 불어났다. 혹자는 그러더라.
다른 사람들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여행을 하면 살이 빠져 돌아오는데 너는 어찌하야 얼마나 잘먹길래
그렇게 쪄서 오냐 하며 여행 후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하나같이 입모아 '헉 살이 왜이렇게 쪘어?' 하고
첫 대면과 함께 그 이야기가 물밀듯이 쏟아지니 한 두번은 '뭐 내가 워낙에 적응을 잘하니까 그렇지' 하고
웃으며 넘겼지만 만날때마다 그런 소리를 들어야하니 스트레스가 되어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기기도 했다.
물론 세계 3대음식에 해당하는 터키의 맛깔스런 음식 탓이기도 하지만 아랍권이라 술을 금하는 탓에
그에 대한 반기로 마음에 맞는 여행객들과 밤이면 밤마다 저렴했던 양주 맥주를 부어라 마셔라 했었던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중의 하나다. 못하게 하니까 더욱 하고싶었다. (이집트에서였다)

이스탄불 술탄아흐멧역에서 에미뇨뉴쪽으로 10여분을 걸어가면 보스포러스 해협이 드넓게 펼쳐져있다.
여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말 맛있는, 둘이 먹다 정말 하나 먹어도 모를(너무 상투적인 표현인가?응?)
아무튼 유일무이한 '고등어케밥'을 맛볼 수 있다. 3년사이에 터키는 화폐개혁이 이루어졌고 3YTL이면
우리 물가대비로 80% 정도이니 2500원정도다. 에미뇨뉴 선착장쪽에 가야만 고등어 케밥 파는 곳이
보이는데 판매하는 곳은 여러 곳이다. 단, 1YTL이라는 돈에 여행자의 마음이 흔들려서 이것보다 가격이
조금싼 2YTL를 선택하게 되면 먹을때 고생을 좀 하게 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동생과 고등어 케밥 하나
사서 나눠먹자 했는데 어머나 이녀석 너무 맛있는거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동생이 '언니 나 그냥 2YTL
사서 먹을게요 남은거 언니 혼자 다 먹어요' 한다. 나는 어 그래, 하고 대답하면서 도대체 1YTL의 차이가
과연 뭘까 내심 궁금했다.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 동생이 열심히 고등어 깊숙이 있는 가시들을
일일이 발라가면서 먹고 있다. 어찌나 잔잔한 가시가 많이 나오는지, 다 뺐다 싶었는데 또 나오고 또또~
생선가시 발라낸다고 자리잡고 앉아서 먹고 있는거다. 나는 생선가시 다 발라놓은 걸 먹을줄만 알지
내가 손수 발라내는데에는 서툴다. 잔잔한 생선가시가 많은 생선은 나는 아예 기피해버리니까.
반면, 3YTL은 잔잔한 가시 하나 없이 정말 말끔하게 다 발라진 상태에서 나왔기 때문에 맛있게 먹을 수
밖에 없었다.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고등어 케밥 지금도 너무 먹고싶다.
커플 틈바구니 속에서 애처롭게 생선 가시 가려내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참.. (미안 사진 올려서 흑)

터키 이스탄불에 가면 꼭 고등어 케밥 맛보세요. 정말 맛있어요. 한끼 식사로 최고라니까요.
1YTL 아낀다고 가시 덕지덕지 숨어있는 케밥말고 다리 아래 3YTL 되어있는 곳에서 꼭 사서 먹어요.
내년에 가서 또 먹을거에요. 보스포러스 해협을 바라보며 앉아서 먹는 케밥 맛이 얼마나 좋은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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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05. 15
Istanbul, 에미뇨뉴 선착장 근처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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