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_Ma Mon Tanto

2005

1. 01-아카시아
2. 02-세월이 가면
3. 03-애인 있어요
4. 04-Pin
5. 05-날아라 제임수 딘
6. 06-기억, 마지막 사랑
7. 07-사랑이 지나가면
8. 08-틈
9. 09-사랑한다고
10. 10-Miss Hide
11. 11-가고파
12. 12-뒤를 돌아보다

01. 아카시아(숨겨진 사랑)
02. 세월이 가면
03. 애인...있어요
04. Pin
05. 날아라, 제임수 딘
05. 기억, 마지막 사랑
07. 사랑이 지나가면
08. 틈
09. 사랑한다고
10. Miss Hide
11. 가고파
12. 뒤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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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집에 들렀는데 태풍 심야 FM에 선곡된 곡들중 제일 첫 곡에 이은미의 '애인있어요'가 선곡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괜스레 마음 한구석이 묘해진다. 작년 2월부터 속절없는 가슴앓이 했었던 기억.
감히 좋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한 사람, 결정적인 순간에 그의 빈자리를 보게 되어버린 순간
사랑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꼬박 1년이란 시간을 정신없이 짝사랑을 했어야 했다.
그랬었던 내 마음을 유일하게 이해해준 이 노래.. 지금 역시 내 심장은 사랑했었던 그를 기억하는게 아닌
내가 그를 어떠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떠올리게 해주고 있다.

그사람 그대라는 걸 나는 그 사람 갖고 싶지 않아요 욕심내지 않아요 그냥 사랑하고 싶어요
그대는 모르죠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두었죠
그 사람 나만 볼 수 있어요. 내 눈에만 보여요 ...
그 사람 그대라는 걸 알겠죠 나 혼자 아닌걸요 안쓰러워 말아요.

익명으로 매주 수요일에 100여자의 메시지와 함께 책선물을 보냈었다.
받는 사랑보다는 주는 사랑을 더 좋아하는 나니까, 주면서 더욱 행복해하는 사람이니까,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이것저것 챙겨주고 싶은데 좋은 오빠 동생 사이에서, 아직 헤어지지 않은
위태위태하다지만 애인이 있는 그였으니까 섣부른 고백은 우리 사이를 엇나가게 할 것만 같아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는 못견딜거 같아서 내가 보고싶은 책을 그와 함께 읽고 싶어서 매주 일요일
저녁마다 같은 책 두 권을 신간서적 중에서 선택했다. 지난 책들 중에 좋은 책도 많지만 그가 어떤
책을 읽었는지 알 수가 없기에 겹치면 괜히 서운하니까 신간 위주로 나름의 책 선정을 하는 그 시간이
나는 늘 행복했었다. 나는 함께 공유하는 기쁨이 있지만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책 선물을 6개월간 꼬박
받았던 그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짝사랑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끝내기는 어려운 법이다. 그 사랑을 끝낼 계기는 자신이 만들어야 하니까.
1년을 계획했고 그에게만은 천천히 스며들듯이 다가가고 싶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내 사랑방식을
택했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더 역효과를 낸듯 하다. 소중한 사랑을 더욱 소중히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책들은 작은 상자속에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곱씹으며 정독했던 책들이지만 다시 볼 엄두가 나지는
않는다. 책은 책일 뿐이지만 책장에 감히 꽂아두지는 못하겠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기때문에.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은 없지만 그때의 그를 사랑했었던, 그를 향한 내 감정이 되살아나서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드니까. 나답지 않았던, 내 감정을 숨겼던, 좀 더 솔직하지 못했던 과거의 내 기억들..
너무 소중해도 그 이후로는 꼭 숨겨두지 않으려고, 나 답게 나다운 사랑 지금껏 해온대로 그렇게 하려고
감정이 이끄는대로 감정이 원하는대로.. 속앓이는 휴유증이 너무 크니까. 좋아한다 말할걸 바보.
결국 제대로 된 고백 한번 못해보고 사이가 어긋날까봐 감췄는데 너무 감춘탓에 지금은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안부조차 물어볼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나는 그에게 껄끄러운 것이 없지만 그는 내가
껄끄러워져버렸으니까. 사람도 잃고 좋아한다 말도 못했지만 인연은 거기까지였던거지뭐.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