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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7. 2. 2.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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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미첼 감독님. 하니프 쿠레이쉬 각본.

심야 시간에 잔잔하면서도 섬세한 감정이 그려져있는 영화는 참으로 위험하다.
다음 날 해야할 일이 있음에도 영화가 우리에게 강요하는 뚜렷한 메시지는 없지만 자꾸만 마음으로 수없이
곱씹도록 만들어 버리니까.
딸의 남자를 사랑하다라고 소개해놓은 글귀만 보면 일단 표면적으로 추악스럽게 느껴짐이 마땅한 관계인
불륜을 다룬 이야기처럼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이 포스터를 봤을 때가 언제였더라?
03년 PIFF 티켓팀 자원봉사 중일 때 이 포스터와 똑같은 홍보용 엽서가 눈에 띄었고 언뜻 보기에도
딸의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인데 어쩐지 두리뭉실한 아줌마의 모습은 사실 쉽게 연상이 되지 않았다.
포스터 전체적인 느낌은 마치 무언가에 이끌려가듯 빠져들게 했고 생의 마지막 열정이라는 문구가 가슴을
저미면서 강렬하게 보고싶게끔 만들었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고 막연히 바랬는데 이렇게 보게되다니.

남편의 갑작스런 쇼크사로 혼자 늙어감이 두려웠고 무서웠던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줬다면 그 상대를 어느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다들 각자의 삶에만 바쁘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무색할만큼
그녀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해버리니 참으로 이기적이다.
삶의 정점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그녀에게 '여성'이자 '인간'으로서의 삶을 열어준 이가 바로 그였으니
그와 그녀의 사랑을 어찌 불륜이라 치부하며 욕할 수 있을까.
사랑하게 된 것이 우연히 딸의 남자친구였을뿐.
그녀는 그로 하여금 자신조차도 잊고 지냈었던 새로운 삶을 찾았다.
내가 늙어간다면 관계속에 얽매여 '본질적인 나'를 잊고 지내지는 않았으면 한다.
지금은 내 꿈을 잊지 말아야 하고 먼 훗날에는 진정한 나를 잊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그녀의 감정 흐름을 끄덕끄덕하며 수긍하게 되어버린다.
단, 영화 볼 때에는 보기도 전에 '어떻게 딸의 남자와 엄마란 사람이 사랑에 빠져' 이런 선입견은 버려요.
편견이 팽배해질수록 진정한 영화 감상은 힘들어지니까.
그리고 할머니 참 귀여우셨다. 대런과의 섹스신에서 온 몸이 뜨거워질 정도로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습이라니. 스스럼없이 벌이는 낯 뜨거운 섹스신이 거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열렬한 브라보를
보내고 싶고 나이를 먹어도 본질적인 여성성은 절대 퇴색하지 않았으면 한다.
늙었다고 본능까지 늙어버리는건 아니니까.
늙은 준비 되셨습니까? 네 지금 이대로면 늙은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후후.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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