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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7. 8. 29. 00:09

 


두사람이다.

윤진서양의 연기만 마음에 들었다. 난 윤진서양 팬이니까, 정말 좋아한다니까요. 그녀도 분명 강경옥님의 만화를 좋아했을 테고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을 때 각색된 시나리오를 보면서 흔쾌히 수락했을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묘사된 만화를 보면서 캐릭터 연구도 더 했을 테고, 캐스팅 된 순간부터 캐릭터에 이미 빠져들어 있었을 것이다. 그녀 연기만 좋았다. 다른 건 없다. 도대체 편집을 어떻게 하면 만화를 보고 영화를 봤는 데도 사건의 개연성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게냐. 잔인하기만 하더라. 칼로 미친듯이 찔러댄다. 푹푹푹! 소리도 엄청난 데다 피범벅이 되고 주위가 온통 시뻘겋다. 스토리의 부재를 잔인함으로 대체하려는 지 보고 남는 건 "죽어, 죽어버려" 밖에 없다... 전작으로 꽤나 유명세를 탄 감독님이던데 강경옥 작가님 보기에 미안한 마음은 안 드는지 원.. 내가 작가였다면 내 일부와 같은 작품을 더렵혔단 느낌때문에 꽤나 불쾌했을 거다, 진심으로. 마지막 장면은 정말 못봐주겠더라. 이보다 더 엉망일 수는 없었다. 올해 꼽은 최악의 영화. 감독, 당신이 자신의 영감으로 창작한 거라면 괜찮아, 하지만 이 작품은 강경옥님의 작품이라고. 만화에서 전해졌던 슬프면서도 비극적인 느낌을 조금도 살리지 못한 채, 오히려 처참하게 짓밟고 죽여버리다니..

살인자와 그 살인을 부추기는 방조자, 죽임을 당하는 자.. 살인자와 방조자, 두 사람이 왜 한 사람의 주위를 맴돌면서 죽여야만 하는지, 왜  원한의 악순환이 반복되는지에 대해 최소한의 언급도 없이 무조건 칼을 잡을 기회만 있으면 '죽어버려' 외치면서 죽이려고 애쓴다. 완성도 높은 공포물이면 길어도 된다. 98분이란 시간도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다. 감독이 숱한 만화 중에 '두사람이다'란 작품을 선택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뭐였나요? 슬프면서도 비극적인.. 그 느낌을 살려내기가 그리도 어렵던가요? 결국 만화에서 원한의 대물림은 어떤 집안에 원한이 있어 복수하려고 이무기를 죽이라 부추겼던 스님(방조자), 하루만 있으면 승천했을 이무기(살인자), 자신들은 모른다지만 결국 이무기를 죽여버린 그 집안(당하는자), 이들이 함께 존재할 때 살인 충동을 부른다. 결국 만화에선 살인자가 원래 있던 미국으로 떠나버리면서 끝이 나는 듯 했지만 어쩐지 보이지않는, 끝나버리지 않을 '두사람이다' 였으니까. 스님의 원혼은 달래졌지만, 이무기의 원혼은 여전히 떠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패륜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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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보세요. 안 보시면 후회 하십니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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