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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7. 12. 25.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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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뜨거운 순간 , 에단 호크 감독

오랜만에 원제목보다 훨씬 강렬하게 와닿은 영화를 만났다. 항상 원제에 비해 한글로 의역된 제목이 성에 차지 않은 경우가 허다해 불만이었건만 '이토록 뜨거운 순간'이라니 영화를 안 봐도 가슴을 콩닥콩닥 하게 만들잖아. 우리 말을 진정으로 맛깔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임에 틀림없다. 분명히 언어에 특출난 감각이 있으신 분일 게다. 그냥 뜨거운 것도 아닌 '이토록' 뜨거운인 것부터 봐도! '이토록'이란 단어를 사용했을 뿐인 데도 제목이 주는 어감은 과히 멋지고 고심끝에 골랐을 단어 선택에 브라보를 외치며 감탄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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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특유의 그윽함은 어쩌면 좋습니까.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에단 호크 입니다... 감독으로서도 역시..

 
에단호크, 비포 선셋때의 모습이 엿보이더라. 마지막 장면에 그가  I know.. 말하던 모습과 교차되면서, 어쩜 아버지 역할을 맡아도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남아 있을 수가 있는 걸까 하며 그가 나올 때마다 다재다능함에 더해진 열정에 당신이란 배우, 지금보다 더 좋아하게 될 것 같다고 되뇌고 있었어. 당신이 쓴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소설 말고 '웬즈데이' 한번 읽어 볼까 해요. 쓰디쓴 첫사랑의 아픔은 이 영화로 충분히 전해받고 공감했는데, 사랑이야기 외에 당신을 에워싸고 있는 모든 것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담아 줬으면 하고 바라게 되네.

영화의 겉만 보자면 지루할 요소도 다분히 있겠다만 내게는 할말이 끝도 한도 없이 나오게 만들어버리는, 영화 속 장치인 '사랑 그 오묘한 감정' 에 대하여 머리 속이 많은 생각들로 뒤엉키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진 바보보다 더한 사랑에 빠진 멍청이. 나는 지금까지 멍청이였던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첫사랑 외에 정말 한 번이라도 사랑에 허우적거리던, 그의 부재만으로도 세상이 끝나버린 줄로만 알았던, 진정한 사랑의 멍청이 말이다. 그 이후의 사랑은 멍청이인 척 굴지 않았을까. 사랑한다 하여 그게 다 사랑이겠는가. 이별의 상처로 스스로가 찢겨 나가는 듯한 참담함을 겪어보았느냐는 말이지. 나이를 먹을 수록 뜨거운 멍청이가 되기란 참으로 어렵다. 사랑이란 감정에 빠지면 서서히 멍청이가 되어가는 듯 하지만 'I'가 먼저 눈에 들어 오고 마니까. 사랑을 하면 누구나 이성적 사고가 마비되어 버리는 멍청이가 되고 말지만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정점에 닿아 서서히 떨어지고 말 것인지, 단숨에 격정적으로 달아 오른 후 급속도로 추락할 것인지..
'당신은 너무 뜨거워' 이것이 이별 사유라면 나 또한 아주 흔쾌히 받아들일지도 모르겠다. intensive, 너무도 낯설 게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그 정도의 격렬함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질적인 '뜨거움'은 잊어버린 건 아니니까.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악들이 정말 손을 치켜들어 주고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처음부터 음악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사랑 때문에 머리가 복잡한 사람들이라면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영화관을 빠져나오겠지만 음악 덕분에 행복했던 것도 사실이니까 한번은 꼭 봐야하지 않겠어요 하고 감히 말해 본다. 오죽하면 영화 보고 와가지고선 바로 ost를 구매했을까. 영화를 한번 더 볼래요 하면 절래절래 하겠지만(이별 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 남자의 방황이 너무 사실적이니) ost는 두고 두고 들으리라. 우리 에단 호크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은 음악 역시 손수 신경을 쓰셨고 뮤지션까지 일일이 지목하셨다 하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일단 올린 이 곡부터 들어보시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려지지 않나요? 음반이 도착 하면 함께 기쁨을 나누도록 하지요 :)

+ 크리스마스 이브 날 저녁 8시 영화였는데 '혼자' 봤어요. 영화는 보고 싶고 오늘 아니면 시간이 없어서.. 잊지 못할 이브!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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