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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8. 4. 29.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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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땅덩어리가 너무나도 광활한지라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최소 10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생각해야 하니 여행 일정 중 이동 시간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힘들었을 시간이었을 텐데 북경행 기차에서 만난 이분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계획한 '실크로드 여행'에서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어쩌면 무모한 도전 정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많은 용기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우루무치에서 북경까지 기차로만 꼬박 48시간을 달리는데 우리는 침대칸이 아닌 잉쭤(정말 딱딱하게 90도로 꺾어진 의자 칸, 그것도 마주보며 가게 되어 있어 발도 마음대로 뻗을 수 없음)여서 밤에는 밤새도록 불을 켜두니 잠을 자도 자는 것이 아니요 여행객으로 득실거리기보다는 중국 현지인들로 꽉 찼고 서서 가는 사람도 많았기에 내 돈을 내고 앉아 가는 거지만 서 있는 사람에게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때마침 기차에 타자마자 '마법'에 걸려 말 못할 허리 통증 때문에 몸상태가 바닥을 치닫고 있을 무렵이어서 어떻게 이틀을 견뎌야 하나 하는 생각에 앞이 깜깜했었다. 적어도 이 분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가 잉쭤를 처음 타게 된 건 '돈을 아끼자'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얼떨결에 현지 사람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 셈이다. 처음 여행에서는 말 그대로 '어떤 나라의 모든 것을 본다'라는 것이 여행의 전부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들과 어울리면서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의 정작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구나 하는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됐다. 여행의 첫걸음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으로 앞으로 하게 될 여행의 밑바탕이 아주 탄탄히 만들어진 거다. 내게 있어 여행은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여행자와 현지 사람들과의 마음을 나누는 교류가 더없이 소중하다고 말이다. 무엇이든 첫 시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음의 행방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니까.


헤어질 무렵 붉은 티셔츠를 입은 분(일명 홍돌이 오빠)이 중국어로 여러 장에 걸쳐 이런저런 말을 적어주었다. 좋은 여행 되라, 건강해라, 행운을 빈다는 영어도 함께 적었기에 그 뜻을 알 수 있었지만 몇 장의 카드에는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중국어로 쓰신 듯하다. 중국어를 모르는 그녀와 나는 서로에게 같이 적어 준 글귀이기에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나눴는데 내가 가진 카드가 이 두 장이다. 고스란히 잘 보관해두었지만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흐른지라 글씨가 조금 흐릿하게 보이긴 하지만, 어떤 말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니 중국어 하시는 분들 부탁합니다. 다음번에는 친구에게 있는 나머지 카드도 스캔해서 또 부탁할지도 모르겠어요 :p


그런데 내가 봐도 글자가 너무 흐릿하기는 하네요.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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