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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8. 5. 1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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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시를 훑고 다녔음에도 아쉬움이 남을 때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상해'의 경우에는 친구가 어학 연수 때문에 그곳에 머물고 있어 몇 날 며칠을 정말 편하게 돌아다녔다. 내가 발품 팔아가며 움직이지 않아도 친구가 척척 안내해주고 중국어까지 겸비하고 있으니 가이드가 따로 없더라. 그때 이후로 여행하려는 도시에 아는 이가 있다면 머무는 내내 함께 다니지 말고 최대한 내 시간을 만들어서 혼자 다닐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는 이가 있다고 전적으로 친구와 스케줄을 함께 할 이유는 없다는 거. 잠은 신세를 지되 자유 시간은 혼자서 만끽하고 싶다. 물론 아는 이와도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겠지만 상대를 내 가이드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함께 하는 짧은 시간 동안은 나보다 그곳을 잘 아는 이에게 일정을 맡기겠지만, 그 시간이 아니면 오로지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마음껏 보겠다는 거다. 그래야만 나중에 돌아와서도 내 힘으로 찾아가고 봐준 것들이 더 기억에 새록새록 남는 법이니까. 아무튼 숙식을 무료로 할 수 있음은 더없는 영광이라 이왕이면 아는 이들이 외국에 있는 것이 지금보다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더 욕심을 부린다면 부디 '유럽'으로 :)

다시 중국땅을 밟을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땅덩어리가 워낙에 넓어서 한 번 발을 디디면 이동하는 데만 반나절 혹은 하루를 넘겨 버리는 엄청난 곳이니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통과용 여행은 못할 듯싶다. 그런 마음으로 도시를 추가하다 보면 한 달 넘기 일쑤겠지?) 그때에는 원래의 스타일대로 뽈뽈거리며 돌아다녀야겠다. 그런데 올드 상하이를 제외하고는 내게 '도시'는 잘 맞지 않아서 아마도 여행을 하면 상해 주변 조그마한 마을 위주로 돌아다닐 듯싶다. 화려한 도시에 혼자 살아가는 건 생리에 맞지만, 그런 곳을 나 홀로 여행한다는 건 그동안 참아왔던 외로움이 일순간에 밀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다.

적적하고 조용하고 아담한 마을에서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고 식당가서 밥 먹고 맛있으면 그집을 집중적으로 가는 거다. 짧은 기간이지만 단골 식당도 만들어 사람들과도 친해지다 보면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어 친구가 되니까. 또 걷다가 사람들에게 말을 걸다 보면(보통 길을 물어 보거나 어떤 도움을 요청하다 보면 미소가 오가기에 현지인은 도움을 주고 싶어하니 이심전심) 인연이 되어 자기 집에 놀러 가자고 하는데 그러면 흔쾌히 따라가면 되고 그러다 정들어서 하루 자고 가라면 좋아하면서 하룻밤 묵으면 되고 다음 날 숙소로 돌아와 또 어김없이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어제부로 친구 하기로 했던 이와 다시 만나서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시장에도 가고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 영화관이 있으면 영화도 보고.. 서점에서 그 나라 회화책도 한 번 훑어도 보고 어디서든 자리 잡고 앉아 그순간 생각나는 이들에게 엽서를 쓰고 바로 우체국으로 달려가 내 마음을 듬뿍 담아 보내고.. 일정에 얽매이지 않는 유유자적한 이 생활은 도시보다 '마을'이 제격이기에 여행할 때만큼은 큰 도시의 매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더라. 내가 많고 많은 나라 중에 터키에 대해 유독 애정이 많은 것도 동부 지역을 여행하면서 너무도 소중한 인연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사람이 남는 여행은 이래서 행복한 법이다.

상해 야경 올리면서 그때 그저 겉으로 보는 여행만 했던 아쉬움에 넋두리를 해본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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