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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6. 7.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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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대한 리뷰를 하기에 앞서, 소집 해제 후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팬들을 위해 첫인사를 드라마도 영화도 아닌 '연극 무대'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높이 평가하고 싶고 드라마나 영화는 그에게 익숙하지만, 연극 무대는 2년간의 공백과 더불어 낯선 무대이면서 그는 신인이다. 그동안 봐왔던 고수의 연기력의 잣대를 그대로 연극에 들이대는 건 조금 무리는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 나는 느끼지 못했지만, 그 서툰 모습에 더 훈훈했는지도 모른다. 왜냐면, 사람의 기준이란 참으로 다른 것이 연극 무대에서 고수가 정면을 보면서 대사를 자주 읊는다. 이런 말 하기 참 쑥스럽지만, 내 자리가 가로와 세로축에서 정말 '정중앙'이라 내 위치에서 일직선으로 죽 그으면 고수가 곧잘 서서 연기하는데, 정면을 바라보며 하니 나는 정말 '고수가 나를 보면서, 나를 위해 대사를 하는구나' 하며 속으로 하악하악~ 이러면서 눈높이를 맞추며 연기를 하니 행여나 시력이 나쁜 탓에 우리 '고수' 제대로 또렷하게 못 알아볼까 봐 안경까지 준비해서 갔는데 제대로 시선 맞춤을 해주시니 어찌 감동하지 않으리. 다른 분의 리뷰를 보니 너무 정면을 봐서 민망했다고 하시는데 나는 너무 좋았다는 거다. 7번째 줄이라 무대와 너무 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리 멀지 않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편안한 관람(사실 연극이 아니면 내가 어찌 배우들을 올려다보는 게 아닌 내려다볼 수 있겠느냔 말이지!)이 좋았으나 내가 앉았던 줄 바로 위에 에어컨 바람이 너무도 콸콸 나와, 그날은 비까지 와서 추웠으니 오들오들 떨면서 봐야 했다는 불편함 빼고는 소극장 분위기가 제대로 나서 정말 정말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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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무대를 오랜만에 접해봐 더욱 재미있었기도 하고, 워낙에 뛰어난 배우 '엄효섭' 씨의 열연은 박수받아 마땅하다는. 연극에 대해 자세히 쓰고 싶은데, 이 연극을 본 이유가 고수 때문이라 자꾸만 고수 찬양론으로 흘러가는 걸 널리 이해하시길 바라옵나니..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수가 첫 등장 하면서 독백이 시작되는데 아아, 어쩜 조각 같을까, 잘 생긴 줄은 진작에 알았는데 연극 무대에서 직접 뵈니 감격스러워서 입을 다물지를 못하겠더라. 게다가 불을 지르겠다며 휘발유를 붓는 씬이 있는데 자신의 몸에도 뿌렸을 때 아흑, 얇은 옷을 입은 덕분에 몸매가 더욱 살짝 드러나 주시고.. 참 신기한 게, 나는 보통 남자 배우들이 사투리를 쓰면 아주 어색하게 들린다. 물론 고향이 부산인 탓도 있겠지만, 연기를 웬만큼 한다는 배우들이 써도(하물며 지방 출신의 남자배우가 사투리를 써도 나는 어색하게 들리더라!) 자꾸 귀에서 튕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고수는 예전 '피아노' 드라마에서도 그랬고 사투리가 전혀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번 연극을 보면서도 또 그랬고. 배경은 포항이다. 주조연급의 역할이었지만, 그렇다 하여 베테랑들과 섞이기에 모자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신인치고 잘했다가 아니라 정말 잘하셨다. 연극 무대로 첫선을 보인다는 거 쉽지 않은 결정이고 어떻게 보면 '도전'인데 스스로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을까. 한 달여 동안 자신이 가진 역량을 다 쏟아붓기 위해.. 프리뷰 기간엔 어땠을지 모르지만, 일단 6월 4일에 내가 본 고수 연극무대는 합격이다, 합격. 그리고 웃겼던 건 고수가 구두를 신었는데, 마지막에 요즘 말로 '올빽 머리'를 해서 시골 양아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화려만 꽃무늬 셔츠를 입고 의자에 앉은 쩍벌남으로 변신하셨는데, 나는 못 보았다만 갑자기 앞에서 여자 두 분이 '구두굽 봐!' 이러는 거다. 고수에 몰입하면서도 주변 지방 방송은 또 잘 듣는다, 무슨 소리지 하면서 굽을 보는데 어머나 웬걸, 구두굽이 거짓말 안 보태고 진짜 5cm가 훨씬 넘더라. 통 굽이었다! 고수님 미안. (사람들이 눈썰미 하나는 정말 끝내준다. 그 짧은 시간에 어찌 봤을꼬) 하지만, 이해해요 찡긋!

확실히 군대 다녀와서 훨씬 더 멋져졌고 자신의 연기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보이기에 완소남 대열에 아니 넣을 수가 없다. '피아노'라는 드라마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덕분인지 일본 팬들이 많이 보였고 보는 나도 흐뭇했는데, 한 가지 아쉬운 건 있었다. 보통 연극이 끝나면 마지막 인사하면서 배우들이 짧게나마 한마디씩은 하던데, 감사의 인사만 너무도 정중하게 90도로 깍듯이 여러 번을 해주시니 고맙고 또 고마운데, 아직도 그 부리부리한 눈빛을 잊을 수가 없긴 한데 그 한 마디를 못 들어 아주 아주 아쉽다는 거. 이건 뭐, 연극 관람 평이 아니라 고수 관람 후기구나. 부끄럽지만, 정말 만족하고 또 만족했던 연극이었고 마지막 날 마지막 공연을 보면 뭔가 더 재미있는 이벤트가 있을 것 같아서 보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더라. 연극 열전은 계속 되니 그동안 연극무대로 뵙고 싶었던 배우가 있으면 또 봐야지.

엉엉. 함께 본 동생과 그날 고수 등장하는 장면마다 움찔움찔하면서 봤는데, 동생 꿈에 고수가 나왔대요 엉엉. 함께 봤는데 ㅠ_ㅠ
정말 동생 말처럼 '눈빛을 주는 자리'에 앉았다, 정말 우리를 보면서 이야기했다니까 그치? 자자! 좌석은 7열 10번 11번 되겠습니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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