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클릭) RSS구독하기

inside 2008. 7. 27. 02:07
괴리감에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멋진 마지막 엔딩?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마지막 장면은 좋았다. 그런데 웃긴 건 뭔 줄 알아요? 멋지다 못해 환상적인 감동을 응축해놓은 엔딩, 그 한 씬으로 이 영화의 모든 의문이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알아 먹어야만 진정 영화를 즐길 줄 안다는 식으로 공공연하게 떠들고들 있어서 이 영화가 대체 뭐라고 대놓고 불쾌하다는 심사를 드러내기조차 곤란하단 말이냐고. 좋았다는 사람들의 리뷰를 몇 개만 읽어봐도 마지막 장면에 다들 광분하는 데다 이 영화 시사회를 마친 후 모 언론사 기자는 리뷰를 통해 시사회에서 마주친 젊은 기자들이 이 영화가 기대보다 못하다는 반응을 보인데 대해 '세상은 내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네' 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쯤되면 이 영화의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대충 감이 잡히지 않나요? 영화를 본 후의 자유로운 감상은 좋다. 하지만, 이상 기류로 흘러가는 건 아니라는 거지. 마치 엔딩을 보고 '뭐야?' 이런 심사를 가지면 영화 볼 줄 모르는 놈(나쁘게 말해 븅신 취급)으로 매도당하는 기분이 드니 우습다.

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요 여성의 성 상품화에 대해 반감을 지닌 사람도 아니다. 여자인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불쾌하다 하면 왜 그장면 때문에? 라고들 되묻더라. 앞서 말한 그 괴리감이 문제였다. 영화는 아무 것도 설명해주질 않는다. 물론 많은 설명을 나도 원하는 사람은 아니다. 친절한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건 적정선의 여백이란 여지를 남겨주는 걸 선호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여자이기에 극중 순이의 캐릭터에 더욱 몰입이 되어야 마땅한데 나는 왜 시간이 지날수록 괴리감만 더욱 느껴졌을까? 굳이 왜 저렇게까지 그려내지? 하는 의문만이 계속 될 뿐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관객도 그러했을 테지만, 감독은 마지막 씬으로 엄청난 감동이 극대화된 '대서사시'를 만들어내고자 자신이 의도한 장치에 대부분의 관객이 아주 크게 제대로 먹혀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절대 아니올시다. 그 마지막 장면... 그래서 어쩌라고? 네러티브에 있어 여백의 미는 부분이 되어야지 전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영화가 끝남과 동시에 내 입에서는 광분하다 못해 욕이 튀어나왔고 도대체 감독이 어떤 의도로 영화를 만들었는지, 그 감독의 변이란 걸 꼭 내 눈으로 확인을 해야겠다고, 그래야 당신이란 감독을 내가 이해해줄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이때까지만 해도 이해해주리라 노력하겠다고 생각했다) 인터뷰를 읽어보니 정말 두 눈 뜨고는 차마 못 보겠다. 당신의 그 변에 난 도저히 수긍할 수도 없고 억지로 갖다붙인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코웃음부터 나오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님은 먼곳에>는 한 여성을 통해 남성성과 대비되는 여성성의 위대함을 쫓아간 영화다. 남자는 세상의 일부일 수 있지만 그 세상을 담아낼 수 있는 건 여성성밖에 없다.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이 영화는 남성성, 마초성의 폐해를 통해 여성성을 고찰한 영화다. 여성중심적 시선에서 보여지는 남성의 세계가 궁금했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점점 더 힘을 키우는 남성들의 비겁함을 보고 싶었다. - 이준익의 변

경악을 금치 못 하겠군요. 여성의 위대함, 위대함, 위대함..... 지나치리만큼 참 많이 강조하시고요. 극 중 어디에서, 어느 부분에서 그 위대함이란 걸 느끼면 되는 건가요? 정말 당신은 '여성중심적 시선'으로 영화를 찍은 것이 맞긴 맞나요? 나는 이전까지는 이준익이라는 이름에 호의적인 관객이라는 걸 미리 말한다. 아무리 영화를 떠올리고 떠올려도 당신의 그 말은 모순 그자체다. 말 한 번 끝장나게 거창합니다. 내가 본 영화와 당신이 그려낸 영화가 같은 영화가 맞는지 되묻고 싶어지네요. '그'의 시선을 통해 '그녀'의 성장을 다뤘지 그이상도 그이하도 아니다. 딱 이 수준의 영화를 '위대함'으로 자신이 포장을 너무도 그럴싸하게 하니 영화를 본 후 보다 지금이 더 기가 막힌다. 불쾌함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게 그려낸 데에는 뭔가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내가 아무래도 그동안 그의 좋은 점만을 봐왔나 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작품을 '걸작'으로 절대 절대 절대, 결단코 인정할 수가 없다. 짜맞혀진 감동 종합선물세트도 너무 식상하다못해 억지스러웠고 김추자의 노래에 귀를 멀게 했고 순이의 멋진 몸매와 춤이 곁들여진 위문공연에 눈을 멀게했으며 마지막 그 장면 하나로 마치 이 영화를 대단한 영화로 느끼게끔 만드는 일종의 세뇌까지 시키고야 마는 형상이니 내가 어찌 욕먹을 걸 각오하고 이런 글을 안 쓸 수가 있겠느냐고. 당신의 그 재주(?)하나만큼은 높이 사고 말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마지막 장면때문에(제아무리 대단한 연출력의 끝을 보여준다 해도) 영화 보는 내내 가졌던 의문이 깡그리 씻기지가 않는다. 월남전을 좀 더 다른 시각에서 봤고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을 그려내면서 또, 여성의 시각으로 온전히 바라보고 싶었더라면 좀 더 '섬세함 심리'를 드러내는 연출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건 많은 설명을 하는 방식과는 다른 어떤 장치가 더 있어야 한다는 거. 그런 최소한의 맥락도 없이 마지막 장면 하나만 무책임하게 던져버리고서 본인 입으로 이야기하는 건 '위대함'이라 하니 내가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난 그래서 당신의 그 대단한(?) 마지막 씬이 너무너무너무 싫은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여성성 고찰이라니.... 차라리 솔직해지십시오.

+ 난 이 영화가 불쾌했소. 거듭 당부하오. 너무너무너무 불쾌하오. 내 글에 반감이 있다면 트랙백으로 보내시오. 그럼 기꺼이 보겠소.



posted by 딸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