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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8. 8. 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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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보다 더한 교통지옥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상 최악이다. 물론 더 한 곳도 있겠지만, 내가 다녀본 곳 중에서. 방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교통체증이니. 시내에 한 번 나갔다 오면 몸이 고될 정도다. 시간에 상관없이 정말....... 카오산로드에서 어슬렁거리는 게 사실 제일 편하지만, 여행자의 천국이라 불리는 그 동네만 오면 나는 이상하게 여행할 맛도 안 날 뿐더러 지나칠 정도로 화려해서(특히 밤과 새벽시간이) 이곳을 기피하는 장소로 꼽아 버린다. 그렇지만, 나는 다음 여행때 '타이항공'을 이용은 할 거다. 그 이유는.... 레게머리를 하기 위해서다 푸핫. 지금 죽어라고 긴 머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다소곳 용이 아닌 레게 머리를 한 번은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마음에서.... 레게 머리를 왠지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무모한 자신감이 들고 있단다. 머리 가려운 걱정은 물없이도 감을 수 있는 샴푸가 있으니 상관없고. 아무튼 그리하여 나는 태국이란 곳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레게머리때문에 다음 한 번만 들를 거고 이후에는 절대 절대 여기를 들렀다 가는 일은 없을 거다. 내 발목을 톡톡히 잡은 악몽같은 기억으로 남아있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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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으로 보이죠? 교복 맞아요. 고등학생 같죠? 아니오, 대학생이에요. 태국에 와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 사람들은 대학교에서도 교복을 입고 다니더라고요. 여자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몸에 딱 붙게. 얘네들 체형은 정말 작고 아담한데도 나올 곳은 확실하게 나와주고 들어갈 곳은 확실히 들어간 몸을 갖고 있다 보니 이것참... 한국인 체형으로서 어쩐지 억울하단 말입니다. 시내 백화점에 가면 정말 얘네 체구가 너무 작아서 한국에서는 55-66을 입는 제가 여성 사이즈 XL를 입어야 하는 형편이라 맘 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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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산로드에서 나름 제일 저렴한 여행사죠. 그리고 뒷모습의 남성은 나와 시리아 여행을 일주일 정도 함께 했었던 오라버니. 지금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 있어요. 러시아어도 뛰어난 데다 사진 실력도 수준급이라 같이 다니는 내내 얼마나 구박을 많이 들었던지.. 미운정이 톡톡히 들었다지요. 4년 전 시리아에서 함께 만나 여행을 같이 한 다음 한국에서는 한 번도 못 만나다가 일 년 뒤 서로 여행을 각자 하고 있다가 태국에서 깜짝 만남을 했다는 거 아니겠어요? 한국에선 있을 때는 못 만났는데 어찌 여행하다가는 이렇게 만나지는지... 반나절 정도밖에 함께 하지 못 했지만, 무지 반가웠던 인연 중의 하나. 카작 근처에 갈 일이 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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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 아니라고 이렇게 막 올려도 되는 건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훼로 가는 야간 버스 안에서 우연히 옆좌석에 앉게 된 인연으로 태국에 들르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했던 대만친구. 방콕의 국제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어서 덕분에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그래서 여행 떠나면 '대만'을 경유하는 노선을 언제나 고려중이다. 또 이 친구가 워낙에 영어를 잘 구사하는 터라 내 영어실력부터 일단은 키워야 하고. 대만 들른다고 메일 보내면 언제라도 반가워해줄 친구니까. 이 친구덕분에 '대만 남자'들의 이미지가 마구 업업업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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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떨어져가는 스포츠샌들에 왜 핑크 테이프를 덕지덕지 바르냐 하면..... 캄보디아에서 흥정과는 거리 먼 내가 흥정까지 해가면서 산건데......... 세상에... 앙코르왓을 너무 열심히 돌아다닌 덕분인지.. 며칠 신지도 않았는데.... 이 친구와 시내 데이트를 즐기고 있을 무렵 밑창이 덜덜덜.... 걸을 때마다 요란하게 소리가 난다. 보다 못 한 이 친구가 편의점으로 달려가 앙증맞은 분홍 테이프로 길가에 앉아 열심히, 세심하게 붙여주는데... 이 때 사실.. 꽤 감동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친구였지만, 이 친구의 매너는 상상초월이라.... 왜 그런 기분 있잖아요. 그 매너가 부담스러운 게 아니라.. 나를 소중히 생각하고 아껴준다는 그 느낌... 내가 캄보디아에서 막 넘어온 날, 다른 국경으로 온 바람에 대여섯 시간 정도가 더 초과돼서 이 친구가 꽤 많이 기다렸다. 그런데도 화는 커녕 택시로 이동하면서 피곤을 못 이겨 잠이 들었는데.... 그래도 기억나는 건 차가 커브를 돌 때마다 이 친구는 내가 잠이 깨지 않도록, 내 몸이 조금이라도 움직이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배려해주는 거다. 그래서 잠에서 살짝 깼음에도 그런 배려가 좋아서 계속 곤히 자는 척을 했었다,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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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방콕에 있었던 무렵이 '방콕 국제 영화제' 기간이라 이 친구와 영화제 영화를 하나 보자고 했는데..... 도저히 영어 자막을 완벽하게 소화할 자신도 없고 영화를 보고 나면 일종의 감상평이란 것도 나눠야 하는데 서바이벌 영어는 거기까지 소화를 할 수가 없기에.... 상영작 목록을 보는데 웬 걸...... 박찬욱 감독의 '올드 보이'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 잘 됐구나 싶었다. 그 영화를 아직 못 본 상태이기도 하고 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이 친구에게 한국에서 알아주는 정말 좋은 영화라고 추천까지 해가며 흔쾌히 같이 봤었다. 한국 영화라는 이유로 나는 그 친구의 질문에 하나 하나 대답해줄 수가 있어서 아주 뿌듯했던 시간..... 방콕의 좋았던 기억은 대부분 이 친구와 연관되어 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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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친구의 집에 있었던 냐옹이. 처음부터 나를 경계하지 않고 애교를 피웠던 귀여운 녀석이었는데. 그러고보니 이 아이는 어찌 되었나 못 물어봤네. 일 년 동안만 태국에 온 거라 대만에 돌아갈 때는 냐옹이를 다른 집에 주고 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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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다리 생과일 주스 아저씨. 카오산로드의 유명인이랄까.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봉다리 생과일 주스를 정말 맛있게 만들어주는 '장인 정신'이 투철한 아저씨라고 해도 되겠다. 묵묵히, 미소없이 과일 주스를 뚝딱 만들어주는 멋쟁이 아저씨. 카오산로드를 샅샅이 뒤지고 다녀봐도 여기만한 생과일 주스 집이 없기 때문에 일부러 여기까지 온다. 아저씨의 저 은근한 포스때문에 함께 사진찍자는 말 못 했는데, 수줍게 포토 포토 하니 아저씨가 사진 찍을 때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시는데 감동 먹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저씨표 생과일 주스가 나는 너무너무 먹고 싶습니다. 나는 파파야주스를 사랑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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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팔았던 '볶음 국수' 하나만큼은 다시 먹고 싶다.... 일회용 접시에 담아주면서 아주 듬뿍, 무조건 테이크 아웃이라 길거리의 아무 곳에 퍼질러 앉아 저 국수를 먹는 낭만은 다시금 느껴보고 싶다고요. 꽤 맛있고 달달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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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설날이 되면 며칠간 차이나 타운에서 축제를 벌이더라고요. 저 아슬아슬한.. 보는 내내 혼났네요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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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 아주 정신이 홀라당 빠져 있었지요... 다음 날 출국 예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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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악몽의 시작. 해가 질때까지도, 어두 컴컴해질때까지도 나는 여행사에 오후 6시까지 표 찾으러 가야 한다는 걸 기억하지 못 했다. 아니, 잊어버렸다 흠.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니까 긴장의 끈을 마구 놔버린 모양이다. 사원에서 사람들이 누구를 기다리느냐 하면... 태국은 왕족의 나라(?)다 보니 프린세스가 이 절에 온다고 그런다. 그래서 도로에 경찰이 교통 정비를 하기에 이르렀고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간다. 처음에는 안 기다리려고 했는데 프린세스를 본다는 말에... 기다리자고 일행들과 담합을 했고(안 기다렸으면 나는 여행사에 들러 표를 받아 다음 날 태국을 떴다 쿨럭) 몇 시간을 계속 기다렸나보다. 결국 프린세스를 봤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젊고 이쁜 공주가 아닌 거다. 불혹이 뭐냐 쉰은 훨씬 넘은 켁켁켁.... 우아하긴 하시더라. 몰래라도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생김새는 비슷하지만(왜? 동남아삘이니까) 경찰관 아저씨가 눈도장을 찍은 외국인은 우리들 뿐이었으므로 주시하고 있으니 몰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아깝다. 기다린 보람도 없이................. 그래도 프린세스를 본 여행객은 우리 뿐이겠지 하면서 뿌듯한 마음에 숙소를 향했고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열 시가 훨씬 넘었다.

갑자기.... 아뿔싸........... 맞다, 나 내일 여기 떠나지? 비행기 티켓은 오- 마이-갓! 여행사는 문을 닫았잖아.......... 완전 당황해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없기 때문에(논다고 정신 팔려서 티켓 받으러 가는 걸 까먹는 게 어디 흔하랴 쩝) 숙소 언니에게 어떡하냐고 거의 울상이 되어 난리가 나니... 그 티켓은 이미 놓친 거고.. 아마 페널티 무는 거 없이 여행사에 잘 이야기하면 비는 스케줄 잡아서 갈 수 있을 거라고 다독여줘서 겨우 진정됐고 아침에 여행사 문 열자마자 가니....... 어휴........ 다행히 사흘 뒤였나. 그때 항공권이 있더라. 쌩돈을 다 내야하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이다. 그러나 문제는 거의 돈이 다 떨어져가고 있었기때문에 완전히 거지상태에서 몇 날 며칠을 버텨냈다는 거.............. 돈도 빌리면서............... 프린세스 하나때문에 항공권 날려버리다니 나도 참..... 이렇게 첫 악몽이 시작됐는데 이듬해 카메라 고장으로 발이 묶였으니 내가 태국을 가고 싶겠어? -_- 그래서 내년에 '레게머리'를 핑계로 가는데 악몽이 재현될까봐 심히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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