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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8. 8. 8. 06:34
순두부씨께서 모처럼 새벽녘의 적적함 코드가 나와 맞아 떨어진 덕분에 새벽에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미난 여행 책 한 권을 추천해주더라. 사실 나는 읽고 있던 여행책을 손을 놔 버렸지만, 이 친구가 '재밌어 죽겠다'고 하면 닥치고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미노의 별 볼 일 있는 유럽숙소여행을 권해주면서 너는 기억에 남는, 특이한 숙소 없느냐고 묻는데...... 숙소 사진을 찍어 놓은게 거의 없....... 더라, 애석하게도. 그래서 몇 년 간의 내 여행 사진을 살펴봤지만, 어쩜 이리 허섭할 수가 있는지... 순두부양... 비록 양질의 포스팅은 아니다만, 짜고 짜낸 녀석들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길. 무궁무진한 중동 사진을 스캔해서 만약에 또 나오면 그때 또 '숙소 최종판'이라는 이름으로 포스팅 할게. 당연히 그렇듯 숙소의 모습보다는 지저분하고 어질러놓은 침대를 기념차 찍은 것들이지 않을까 한다만은 몇 개 나올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네. 그러니 기다려달라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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쿤밍에서 베트남으로 넘어가려면 야간 침대 버스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10시간을 넘게 침대에 시체처럼 누워서 오다보니 나중에는 얼굴이 붓기 시작하면서 폐인 몰골로 처참하게 바뀌더라. 정말 이럴 때는 키라도 작은 거에 감사하기까지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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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박하'에서 야간버스의 괴로움을 달랬던 곳이다. 먼지 투성이었지만, 모처럼 이틀 만에 편하게 잔 곳이라 기분이 뽀송뽀송해져서 찍은 게 아닐까 싶다. 숙소 사진을 안 찍는 내가  이러한 기록을 남겼다는 건 아마도 고마운 마음에서 비롯된 거겠지. 얼마나 버스에서 고생했으면 이 침대를 다 찍었을까? 덕분에 잠은 아주 잘 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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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숙소였고 뭐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저 역시 저렇게 지저분하게 침대를 씁니다. 잘 때는 저걸 한쪽에 싹 밀어버리고 남은 공간에서 잠을 청하지요. 그래서 싱글룸보다는 침대 두 개인 트윈룸이 참 좋아요. 그럼 한 쪽 침대에는 모든 짐을 마구 너저분하게 해놔도 전혀 상관이 없기 때문에. 각 나라별로 우유 맛이 참으로 미묘하게 달라서 우유 사먹는 거 좋아하긴 해요. 베트남에서도 열심히 우유 사먹고 다녔다는. 숙소에서 일하는 여자아이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대단해서 서로 선생님이 되어가면서 베트남어와 한국어 교류를 했다지요. 하노이에서 쫌 열심히 베트남어 익혔다는.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지만 쿨럭. 그리고 이때 '그날'까지 함께 걸려준 바람에 컨디션이 뭐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이었지요......... 그러니 더 어질러 놓은 거라는. 나 까칠해 이런 심사를 드러내기 위한. 굳이 어질러놓은 걸 찍어놓은 걸 해석하자면 말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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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숙소를 찍었어야 했는데..... 바쁜 일정 속에 정신이 없었나보다. 미얀마의 양곤에 있었던 화이트 하우스인데.... 정말 저렴한 값을 톡톡히 하는....... 말로 설명해보자면, 학창시절 교실 서 너개를 이어붙인 공간에 침대를 '다닥다닥' 붙여두어서 피난민 숙소를 방불케한다. 뭐, 숙소가 꽉 차면 여느 도미토리가 그렇듯 혼숙은 기본이지만, 여기는 함께 잔다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_- 다행히 내가 갔을 때에는 꽉 차진 않아서 천만다행이었지. 그래도 여기를 추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행정보 공유도 공유지만, 아침 식사를 뷔페식으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재미가 쏠쏠. 음식도 잘 나오고 말이다. 그래서 굳이 다른 숙소를 놔두고 여기로 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얀마는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다닐 때는 여행하는 나이층이 너무 높았다. 20대 중반이 너무도 어린 나이였으니.. 연령대만 낮춰도 이 숙소에서 좋은 추억 많이 남기겠는데 말이야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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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흑해를 둘러싸고 있는 'Sinop'의 해변에 자리하고 있던 '별장'이었지. 내가 결코 머무른 곳이 아니랍니다. 그네들이 휴가 시즌이 되면 시놉에 와서 다들 여름 휴가를 요런 곳에서 즐기는 거 같더라고요. 겨울철에 들르니 휑하고 썰렁했지만, 사람이 북적대면 더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요런 분위기 좋았어요....... 가난한 배낭 여행자가 이 곳에 머무르기란 불가능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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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이름을 모르겠다. 아주 널찍해서 마음에 든 곳이었는데.. '이스말리아'는 엘리베이터가 고풍스러워서 기억나는데, 많은 추억을 만들었던 이 숙소 이름은 왜 기억이 안 나는지. 취사가 가능하고 한국인들이 즐겨 찾았던 카이로의 어느 숙소죠. 이름 아는 분 좀 가르쳐줘봐요. 사진에서도 느껴지겠지만, 넓은 방 하나에 침대를 서너개 배치해 두었는데 정말 널찍해서 숙소 느낌이 아닌 넓은 거실에 침대 몇 개 갖다놓은 느낌이 난다 해야 하나. 여기는 취사도 되다 보니 막판에 한국 사람들과 쿵짝이 맞아서 한국식 밥을 열심히 해먹었다. 저 아이에게 이 사진을 못 건네줬는데..... 기억하시려나? 제주도에서 혼자 빠져나왔다는..... 사진이라도 다 건네주고 안녕할 걸 그랬나보다. 그리고 카키 색의 조그마한 가방은 3개월 용 내 배낭이다. 다들 배낭이 왜 그렇게 작냐고 한번씩은 물어보는 통에.... 겨울이었지만, 딱히 많이 챙길 게 없어서 작은 배낭을 갖고 나왔을 뿐인데... 크기가 작다보니 매번 짐 쌀때 불편하긴 하더라. 그래서 그 이후부터는 55L를 매고 다닌다는... 그리고 하나 더 언급하자면 저 아이의 스카프 보이죠. 요즘은 저 아랍스타일의 저 스카프가 한때 유행이 되었지만, 분명 5년 전에는 절대 아니었다는 말이지요. 아마 저 유행을 중동여행객들이 하나둘씩 퍼트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까만색 저 문양은 확실히 멋지긴 했어요. 멋지게 예쁘게 잘 매는 법을 배웠음에도 저주받은 이 손으로는 당최 어떻게 잘 할 수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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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마구 어질러진 침대 공개. 여기가 '반'에서 머물렀던 숙소인데.... 이전에 시놉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정말 1평의 협소한 공간이라 없던 병까지 겹쳐 온 바람에 감기때문에 식겁을 했었다. 정말 감옥이 따로 없었다. 나중에 사진 있으면 꼭 올리겠나이다. 정말 그 공간에서 잠을 청하면 죄수가 된 기분이 느껴진다니까요. 그런 반면 반 숙소는 널찍한데다 욕실까지 딸려 있는데 가격까지 착하니 어찌 내가 감동받지 않겠느냐고. 그래서 가격 흥정할 것도 없이 좋아요 좋아요를 연방 외쳐댔었다. 그래서 반에 가려는 사람이 있으면 여기를 무조건 추천해줬다는. 따끈따끈한 물도 어찌나 잘 나오는지..... 물론 여성 여행객에게 집적거리는 '하룬'이라는 남자애를 빼면.... 숙소에서 일하는 남자는 아니고 숙소를 얼쩡대는 사람인데... 반에 도착하고 포근한 숙소에서 간만에 단잠을 청하느라 12시까지도 계속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똑똑 하는 소리가 들린다. 대충 갖춰입고 문을 열어보니 낯선 남자가 자기 소개를 하더니 숙소 명부에서 봤는데.... 늦은 시간까지 아직 호텔 안에 있다고 하기에 어디 몸이라도 불편한 건가 싶어 걱정되어 왔단다. 오마이갓! 반에 가면 이 숙소에서는 얘를 조심하세요. 나쁜 사람은 아니었기에 심심하기도 했고(여행자를 만날 수가 있어야지) 저는 하룬을 불러서 맛난 거 사달라고 하면서 잘 놀았어요. 쓸데없는 말을 얘가 많이 하기는 했지만.... 도움도 많이 받았으니. 얘 덕분에 'Derya'라는 터키식 이름도 생겼는걸요. 아무튼 오지랖과 느끼함으로 철저히 무장된 녀석임은 분명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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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프란볼루의 숙소들은 대부분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바이람 축제 기간이라 숙소 잡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더군다나 밤 10시가 넘어 이곳에 떨어진지라 길도 헤맸고....... 혼자가 아니라 천만다행이었지. 사프란볼루는 숙박비가 다른 곳에 비해 좀 센데다 방도 없다 그러니 길거리에서 노숙하게 생겼는데 숙소 주인이 다락방을 하나 소개해주고선 가격까지 쓰잘데기 없이 높게 부르는 게 아닌가. 피곤함을 무릅쓰고 흥정을 해서 가격을 깎았다. 이건 뭐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는 본능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음 날 방이 생겼다고 해서 내려가니 세상에.... 트윈룸이 아닌 '더블룸'을 주는 게 아닌가. 헉, 당황하면서... 우린 커플이 아니에요 하고 말하기도 뭐해서 일단 그곳에 짐을 풀었다만.... 나는 편하게 잤는데, 그 오라버니가 불편하게 잔 바람에 감기가 더 심해진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다락방에 잘 때부터 감기 기운이 있어 보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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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커스에서 가봤던 극장.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극장 분위기가 쫌 묘했었다. 왜냐면 한창 영화를 보고 있는데(미안, 무슨 영화였는지는 도통 기억에 없다) 남자 한 명이 음료가 들어있는 컵을 주는 게 아니겠는가. 아직 개봉하지 않은 음료라면 감사히 잘 먹겠다며 받았겠지만, 어디서, 어떻게 제조했는 지도 모를 음료를 먹을리 만무하지요. 그래서 정중히 안 먹겠다는 제스추어를 취하니 그 다음부터는 더이상 권하지는 않더라. 이곳에서도 영화 보는 중간에 '쉬는 시간'이란게 있었다. 깐느 60주년 기념으로 만든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중동 모습의 극장을 볼 때 새삼 더 반가웠던 것도 이러한 이유. 1층에 앉으신 아랍 아저씨의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리고 1층은 되도록이면 권하고 싶지 않은 게 이사람들, 해바라기씨 까먹는 거 너무 좋아해서 까먹고 아무데나 버리기 일쑤니 자칫 쓰레기가 위에서 날라올 수도 있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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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스커스에서 웬만한 여행자는 다 여기로 모인다. 찍는 이의 마음이 사진에는 전-혀 반영이 되어있지 않구나. 난 개인적으로 이 숙소를 정말 정말 싫어한답니다. 그런데 저녁에 숙소로 들어오다 입구가 예뻐서 잠시 찍었던 건데 이렇게 운치있게 나오다니. 이 숙소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여기 숙소 리셉션에 있는 애가 인종 차별이 워낙에 심한 애라서 동양인은 거의 개무시한다 해야 하나? 대놓고 그러니 이건 뭐......... 그래서 싫다 싫다 하지만, 다마스커스에 여기가 제일 나은 터라.... 인종 차별은 알고 왔지만, 정말 가관이었다. 서양인에게는 알랑방귀를 어찌나 잘 하시는지 단 동양인이 물으면 짧고 간략하게....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여길 거쳐갔던 여행객들이 하나같이 그렇게들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이 입구 사진 볼 때마다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구나. 인종 차별 분위기 물씬 나는 곳은 정말 가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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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시와 사막의 어느 지점에서 노숙한 이 공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는데 괜히 기분까지 묘해진다. 오랜만에 숙소 아닌 숙소 에피소드 올리면서 시와 사막 사진을 보니 이집트도 또 마구 그리워지네. 정말 저 천막에서 잘 만해. 강력 추천. 말했다시피 백사막과 흑사막을 못 가보기도 했고 알렉산드리아도 못 둘러봐서 이집트는 꼭 한 번 다시 가야하는 곳임에는 틀림없어. 다시 사막 투어해도 재밌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캠프 파이어 하듯이 서로 노래 불러가며 재밌게 놀았던 것도 재밌었고. 사람이 10명 정도 되다 보니 이런 저런 일로 웃을 일이 참 많았다. 주변의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새벽무렵 사막에 누워서 누군가와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는 기분은 상대가 누구라도 정말 낭만이 뚝뚝 흐르더라. 그래서 그 기분은 다시금 느껴보고싶긴 하오. 그리운 시와사막이여......


생각해보면 숙소라는 아이템도 꽤 재미난 게 될 수가 있는데 기록으로 많이 못 남겨둔 게 생각해보니 아쉽긴 하다. 특이한 숙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악 VS 최고 이런 식의 비교도 재밌을 테고 같은 가격을 두고 넓은 방 VS 좁은 방도 많은데.... 사진으로 남겨뒀으면 한층 더 좋았을 걸. 친구덕분에 이번 기회에 재미난 비교 거리를 알게 됐으니 다음 번에는 한 번 제대로 보여드리지요. 여행 자체는 당연히 재밌지만, 시간이 길어지다보면 '일상'이 되어버리니 사진 찍는 것 자체가 게을러진다. 그래서 한 도시에 여러 날을 머물러야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다. 첫째날은 정신없이 디카로 사진 찍고 놀고 둘째날은 눈으로 좀 즐기면서 마음에 드는 곳에서 친구들에게 엽서도 쓰고(물론 필카 대동하고) 셋째날은 발길 닿는대로 한 번 걸어다녀 보고............ 넷째날은 기억하고 싶은 공간, 내 기억속의 한 자락을 차지할 거리 구석구석을 또다른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아보고......... 다섯째날까지는 보통 있진 않지만(중소 도시에 주로 머물기 때문에) 머문다면 익숙한 것들에 대해 한 번 찍어보기 시작한다는 거......... 익숙해서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한 마을에서 일주일 이상 머무르게 된다면.... 내가 좋아하는 흑백 사진들로 그들의 일상을 좇아가며 마음껏 담는 기쁨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흑백필름 속에 담을 때가 됐다고 느끼는 건 이 곳에 대한 내 애정이 충만한 순간에 더욱 빛을 발할 터.... 그렇기에 오래도록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사람과 배경이 어우러진 일상의 풍경을 사랑하고 좋아하니까..... 여행은 정말 느릿느릿할수록 더욱 진국일 수밖에 없더라고. 그래서 휴가를 일주일치라도 얻게 되면 나는 일 년에 한 번씩 유럽을 공략할 텐데.... 동유럽, 북유럽, 남유럽.... 이 순서가 될 텐데..... 한 도시에서 일주일치를 보내면 그 기분... 아 어떨까...... 아무튼 순두부씨의 '숙소 아이템' 정보 고마워. 꼭꼭 기억해놓을게. 진작에 포스팅 해놓고서 오늘 생각난김에 발행하는 거랍니다 :D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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