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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2008. 9. 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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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피플



영화 본래의 핀트와는 살짝 어긋난 지극히 주관적인.. 이런 영화 아니에요, 나만 극성스럽게 현실적인 데 초점을 맞춰버렸..

영화를 보다 보다, '이 교제 반대일세'를 외치게 되는 것도 극히 드문데, 영화가 종반부로 치닫을 수록 '안돼, 절대 안 돼' 이렇게 무수히 외치고 또 외쳤다. 뭐랄까, 여자의 고생문이 훤할 게 눈에 보여 이건 아니지, 똑똑한 양반이 왜 이러는 겐가 싶더라. 뭐, 어디 사랑이 밥 먹여 준다더냐. 안락함을 어느 누가 제공해준다더냐. 혼자 잘 먹고 잘 살지, 왜 그 흙탕물 속으로 자신을 던져넣으려고 하는지...

내가 미쳤군 미쳤어, 저 인간이 변할 거 같어? 하고 혀를 내두른 것도... 당신이 아이 가졌다 했을 때, 그 놈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가관이었다고. 'why would you have a baby with me?' 내 리스닝이 제대로 됐다면 이 말인즉슨, 왜 너는 나랑 아이를 가지려고 하지? 이거잖아..... 당신이 그놈을 먼저 떠났었기에 그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지만, 감정 표출 능력의 저능아이기에 당신의 마음을 돌리려 온 거잖아. 그런데 당신이 임신했다 하니 내뱉는 말이 저따위야.... 저 말의 기준이 철저히 '자신에게' 맞춰져있잖아. 정나미가 떨어져 그놈을 떠났다면서? 저 말이 더 역겹지 않아? 당신은 안중에도 없어. 저 말이 실수로 나온 말 같아? 아니잖아... 저 인간은 저것밖에 안 되는 인간이라고. 오 마이 갓.... 이런 상황에서 여자는 '당신의 결점이 있지만, 협력하면 된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니까' 여보세요......... 왜 이러세요? 사람이 변할 거 같아? 아니, 절대 안 변해. 그 사람의 천성은 바뀌지 않아. '자기 몰두형 인간, 사회성 저능아' 따위의 나르시시즘도 모자라 이기적이기까지한 사람이 잠깐의 깨달음으로 바뀐 척을 할 뿐, 본성으로의 회귀는 정해진 수순.. 그걸 당신이 모르는 거야? 알잖아........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온통 모든 화제가 자신에게 맞춰져있고 그녀가 자신을 떠나고 나서야 자신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동생과 대화를 나누던 중....(자신의 딸래미가 스탠포드 대에 조기입학하게 된다는 사실)  '왜 자신에게 말을 안 했을까?' 하고 묻자 동생이 의미심장한 대답을 한다. '왜 걔가 말을 해야해?  왜 먼저 안 물어보는 거지?' 명망높은 문학사 교수양반께서 최소 50년을 이렇게 살아오셨을 텐데 그게 쉽사리 바뀔까 과연? 저 대화에서 여지없이 드러나는 소통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는 분이 잠시, 아주 잠깐 노력하면 똑똑한 양반이니 습득 능력이 빨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에 모두가 기뻐하면서 행복해하겠지. 그러나 그 행복은 잠깐이라는 것.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애써 포장하지만, 내 눈에는 그들의 가까운 혹은 먼 미래의 모습이 마냥 밝게만 보이지 않는다.

사실 '소통'이라는 문제가 그리 간단한 명제는 아니다. 적당히 맞추면 되지가 아니란 말씀. 사랑의 힘으로 극복하기에는 힘이 부치고 한계가 따른다. 소통하는 감정 센서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지지고 볶는 연애를 해야 한다. 보통 이렇게들 이야기하잖아. '말을 해야 알지' 천만의 말씀. 한 번 말해주기 시작하면 계속 말해줘야 한다. 감정 센서가 불일치 하면 말해준다한들 상대는 이해불가라는 신호를 내게 보낸다. 그것이 재차 반복되면 어느 쪽이 먼저 지치게 될까? 말이 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섬세하고도 미묘한 감정 체계의 구조가 유사한 이들끼리 만나야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그나마 덜해진다. 척하면 척하고 알아차리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우리는 감정 체계가 비슷한 인간이니까... 친구끼리도 서로 어떤 부연 설명 없이도 그저 생각이 '통하는' 사람이 있잖아. 이건 노력해서 될 일도 아니고 친하다고 해서 무조건 통하게 되는 것도 아닌, 처음부터 그 감정 체계가 비슷하게 생겨먹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영화 속의 저 두 사람은 감정 체계가 완벽하게 다르게 생긴, 여자는 평균적이되 남자는 뻘뻘거리며 노력이랍시고 하는 비정상적인 인간인데 그들의 만남에 내가 어찌 박수를 보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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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페이지만 사랑스럽고 귀엽더라...... :D



너무 흥분하셨다. 유쾌한 이 영화에 더 발끈하는 건 아마도 저 둘의 사랑이 이뤄지는 과정이 너무 갑작스러운 점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지독하리만치 자기만 아는 남자들에 대해 적잖은 '환멸'을 느끼는 지라 영화를 보면서 감정 투영이 너무 된 점 인정한다. 교수가 좋은 사람이란 건 알겠는데, 저 마지막 대사에....... 나라면 즐!을 날렸을 게다, 하긴 또 내가 당사자라면, 바보같이 굴고도 남았겠지. 그러고보면 너무 자기만 아는 남자도 즐!이지만, 남을 너무 생각하고 배려하는 남자도 즐!이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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