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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8. 9. 5. 21:10
컬러냐 흑백이냐 묻는다면 두말 않고 '흑백'이다. 흑백처럼 사진찍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녀석이 따로 없을 뿐더러 흑백으로 찍을 때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진찍는 것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색은 없애되 흑백이라는 공간 속에서 사진 찍는 이와의 소통을 더욱 긴밀하고 끈끈하게 해주는 것이 흑백의 매력이니까. 물론 필카로 촬영할 때에는 결과물이 바로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에 카메라 속에 들어있는 것이 '흑백필름'이다 라고 머리 속에 입력한 다음, 그래, 원없이 내가 좋아하는 느낌을 담아보자 하는 마음이 되니 무척이나 즐겁다. 카메라 앵글 속에 내가 포착한 풍경,  물론 변함 없는 자연이 아닌, 일상의 한 단면, 시시각각 변하지만, 나는 그 순간의 찰나를 흑백 속에 담아 놓으니 나중에 결과물을 보면... 그저 흐뭇할 뿐이다. 나는 일상 속에 엿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는 게 좋고 흑백의 색감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2년 전, 이스탄불에서 잠깐 만난 동생들, 지금은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보통 이런 식으로 동행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열심히 다른 걸 찍고 있다가 쟤네들 저 배경으로 찍어주면 예쁘겠는데 이러면서 얘들아 한번 부르고 바로 찰칵... 찍는다 하고 찰칵 하는 것보다야 훨씬 자연스러우니까. 그리고 갈라타 다리에서 찍는 저 뒷배경은 정말 너무 예쁘다. 나도 한 번 이렇게 찍히고 싶단 말이지.





여기까지는 디카의 흑백모드. 디카는 뭔가 흑백 특유의 느낌이 조금 옅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아쉬우면 아쉬운대로. 이런 느낌이 내가 선호하는 분위기다. 사람들은 다들 자기 할 일을 하고 있고 나는 그런 순간을 흑백으로 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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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들키지 않는데, 찍고 있는 걸 들켜버렸다. 아마도 앞에서 같이 이야기 하고 있는 아저씨가 알려준 모양이다. 뭐, 그래도 좋다. 들키면 들킨 대로 꼬맹이의 표정을 포착했으니까. 찍혀줘서 고맙단다, 얘야.....




여기서부터는 FM2로 찍은 흑백 사진이다. 주로 이 카메라의 용도는 흑백 사진을 찍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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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에서 함께 동행했던 오라버니 머리 깎던 날. 남자들이 한 가지 부러운 건, 어차피 짧게 깎으면 되니까 어떻게 잘 cut 해줄까 하는 두려움 없이 그저 맡기면 되는데 여자들은 초큼 다르다. 잘못 깎으면 정말 바보 되는 건 시간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서 여행다니다 머리가 그렇게 지저분했음에도 '미용실'을 현지에서 간 적은 없는데 오라버니덕분에 따라가서 깎는 모습을 찍었는데.. 자기 카메라에는 자신이 흡족할 만큼 담아주지 않았다고 꽤 징징거렸다. 쳇- 남의 카메라에 익숙할 리 없잖수. 뭐, 내 걸로 보니 나쁘지는 않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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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걷고 있는데, 높이가 상당한 저 위까지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를 정도로 혼자 앉아 있는 거다. 녀석, 슥슥삭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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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는 길거리의 풍경을 원없이 찍었는데 어우, 시리아로 오니 이야기가 달라진다. 조심조심스럽게 찍게 되고 정말 찍고 싶으면 정중하게 여쭤 봐야 한다. 몰카 전문이 물어볼 새가 어딨겠니. 그래서 조심스럽게 찰칵 찍었지뭐, 소심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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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되어 있는 사진은 일단 여기까지. 필그레이님이 흑백사진 예찬을 해놓으셨기에 오랜만에 흑백 사진 꺼내어 나도 덩달아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흑백 사진에 대해 이야기 보따리를 한 번 풀어봤다. 난 흑백 사진에서 '인물' 없는 사진은 절대 찍을 수 없다. 일상이라는 배경 속에 인물이 있어야만 사진 찍는 것이 즐겁기에. 그 즐거움은 흑백과 함께 해야 더 흥이 난다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 내가 흑백을 사랑하는 이유고 흑백만 앞으로도 계속 '즐촬' 하고 싶기에.... 내 나름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말로 설명하라하면 저멀리서든 가까이에서든 어떤 사람의 모습을 봤을 때, 저 사람을 둘러싼 주변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느낌이 올 때라는 게 가장 가깝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이 우선이다, 흑백 사진에 있어서는. 사람이 없으면 나도 없다...

FM2는 완전 기계식 카메라라 셔터 스피드에 조리개까지 일일이 맞춰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불편한 걸 못 느낀다. 그 불편함덕분에 오히려 내가 찍는 사진에 더 '애정'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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