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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8. 9. 7. 18:03

어딜가나 커플은..... 원래 하려던 소리는 이게 아닌데 어이쿠... 즈질 체력이라 왕복 5시간 여의 기차놀이를 했더니 집에 오자마자 잠깐 실신해서는 엎어져 잠들었다가 깨고 자정부터 다시 잠이 들기 시작했는데 결국 10시간 여를 푹 자고 일어났는데도 이놈의 피로가 당최 가실 생각을 안 하고 있으니 어쩌면 좋냐. 여기 저기 안 쑤신 곳이 없다. 공장들로만 늘어선 '구미'에 연고가 없음에도 친구와 '식도락 나들이'를 택한 건 오로지 친구의 안목있는 미각만을 믿고 따라나선 길이었다. 그 결과는 퍼펙트! 비록 몸은 피곤하되, 마음만은 행복하다. 뭐 휴유증이 있다면.. 그때 기차역에서 돌아오는 표를 구입한 뒤, 귀찮더라도 다시 왔던 길을 몇 분만 더 걸어 올라가 '북어물찜'을 포장해서 2-3인분 넉넉히 사서 왔어야 한다는 점. 자꾸 생각난다. 분기 별로 가줘야지, 자주 가기에는 너무나 머나먼 구미... KTX로 가려면 동대구에서 환승하거나 아예 무궁화호로 내달려야만 도착하는 곳이라... 쉬이 마음먹지 않고는 가기 힘들다. 정말 먹기 위한 목적, 하나만으로 갔다. 우리는 오전 10시 30분에 만나 순전히 밥먹고 커피 마시는 스케줄 외에 딴 것은 일절 하지 않았음에도 집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저녁 9시가 넘었더구나. 친구야, 북어물찜 생각난다, 어떡하느냐고....... 택배 서비스도 한다 했나? 찾아볼까? 북어물찜...... -_-



1. 북어물찜



쿄쿄 여기에서 반전인데.... 저것은 감자가 아니라 달달한 '고구마'입니다. 그래서 더욱 더 반했다는....



나처럼 생선 구이는 좋아하되 조림은 느글느글해서 딱히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 딱인 음식이다. 원래도 조림을 좋아하면 더할나위 없고. 또 가시발림에 약한 나에게는 북어 특성상 그럴 필요가 전혀 없기에 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음식 아니겠는가. 찜갈비 종류를 매콤하게 해주는 건 먹어봤어도 나는 북어를 가지고 아구찜처럼 해주는 곳은 처음 봤다. 친구가 한 번 다녀와서는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음시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에 말만 들었을 때도 먹고 싶다고 난리였는데 직접 먹어본 결과..... 왜 이렇게 좋은 걸 이제서야 먹었을까 싶더라. 왜 내가 사는 곳에는 이 녀석을 판매하지 않는 게냐. 게다가 가격도 착하다. 1인분에 6천원, 물론 공기밥 추가하면 7천원인 셈이지만.... 미리 다 조리되어 나오니 먹기도 편하고 너무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고... 마지막 마무리는 뜨끈뜨끈한 숭늉이 나오니 어찌 아니 고마우리.... 어제 정말 배불리 먹고 왔는데도 왜 자꾸 이 맛이 그리운지.. 요새 먹는 것마다 속이 느끼해서 입맛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북어물찜 앞에서는 그런 말따위 통하질 않는다. 맛있어를 연발하며 정신없이 먹다보니 배는 거하게 불러오고 " 친구왈 사이다가 '소화 촉진제'로 쓰이니 사이다 마셔가며 먹어" 이런다 털썩. 고맙다 친구야, 덕분에 사이다의 힘까지 빌려 배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먹어댔다. 효험이 있더구나 푸핫..



2. 메이 레스토랑



이것이 그 유명한 '달마이어 커피' 라네요.




개인적으로 먹을 거리들의 동선이 짧은 것을 선호하는데 북어물찜 먹고 천천히 5분만 걸어서 가면 바로 '메이' 레스토랑이 나온다. 1층과 2층(2층은 인기 만점이라 사람들로 북적북적, 2층에 자리가 없더라도 1층에 앉아 있으면서 미리 직원에게 2층 자리 나면 말해주세요 하면 친히 그리 해준다)으로 되어 있고 2층 끝에는 명당 자리 두 좌석이 있다. 이곳은 인기 만점이라 쉽게 Get 하기 어려운데 우연찮게 이자리를 앉게 되었네. 다른 곳과 분리된 구조라 은밀하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한... 구조는 직접 가서 겪어보길 바라요. 달마이어 커피란 걸 여기에서 알게 됐다. 친구가 이집 커피도 진짜 특별하다고 칭찬을 무수히 한 터라 기대치가 컸음에도 주문한 커피의 맛은 정말 최상이었다. 저기에 소개된 문구가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최상의 커피맛, 즐겨 보셨나요?' 달마이어 커피 최고... 나중에 에스프레소라도 주문할 일이 있으면 달마이어 주문해볼까 싶고. 가격이 비싸려나? 아무튼 내가 주문한 것은, 새로운 것을 먹어보자 싶어 내게 생소한 '보르지아'를 택했다. 비엔나 커피의 한 부류. 절대 미각이 아니라 뭐라 자세히 형언할 수는 없지만, 정말 특별했고 깊은 맛이 좋았다. 너무 좋은 걸 좋다고 밖에 표현 못하는 표현의 한게다, 별 수 없다. 다들 직접 가서 맛 봐라, 이 말 외에는 딱히 드릴 말이 없다. 300년 전통의 달마이어 커피를 이태리에서 직접 가서 배우고 오셨나 보더라, 친구 말에 의하면... 역시나 이곳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지는 조용조용한 음악들이 흘러 나오고.... 아이스에도 저렇코롬 아트를 보여주시니, 나 감격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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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고 나오는 길에 친구와 기념 셀프샷 찍는 걸 까먹어버렸다. 아니 커피의 향취에 기분이 보들보들해진 터라 사진찍는 것도 잊어버린... 달마이어.. 요 커피도 계속 생각날 거 같은데- 나중에라도 내가 뭘 주문했는지 까먹을 걸 대비해 '보르지아' 잊지 않아야지. 달마이어 커피라고 적힌 곳을 혹시 이웃분 중에 발견한다면.. 꼭 '보르지아' 를 맛보시길... 그게 아니라도 혹 주문할 때 커피 종류에 '보르지아'가 있으면 드셔 보셔요. 특별함을 선사해줄 거랍니다. 단, 그 커피가 달마이어 산이 아니라면 장담은 못 하지만요. 모카라떼에만 열광했는데.. 이렇게 요즘처럼 느끼함에 예민한 내게 이런 기쁨을 선사해주시다니.. 허나 달마이어 커피를 맛 보려면... 주변에는 없단 말이지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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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끝 좌석 두 개만 따로 분리되어 있다고 했는데 안의 분위기는 대충 이렇대요. 사람들로 꽉 차서 내부를 어떻게 찍을 수가 없더라는.. 그리고 런치 메뉴를 대부분이 주문하더라. 오늘의 스테이크와 더불어 와인을 곁들일 수가 있으니.. 그래서 처음에는 북어물찜 먹고 금오산을 올랐다가(금오서원도 있다하니) 배 좀 꺼뜨린다음 스파게티와 커피를 마셔줄랬는데 귀차니즘이 슬슬 발동해서 별 수 없이 커피만 마셨다. 그리하야 다음에 여기를 또 오게 되면 런치 메뉴를 먹은 다음 북어물찜은 넉넉히 포장주문해서 사갖고 갈 예정이다. 구미는 정말 공단 위주라 딱히 가볼 만한 곳이 없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아무튼 요 두 곳은 너무너무너무 좋았다는....


가는 법은 간단해서 지도 올릴 필요도 없어요. 경북 구미 역에 내리면(동대구에서는 30분도 안 걸릴 거리) 앞쪽이 아닌 뒤쪽 길로 나가요. 뒤쪽 길이라는 설명이 난해하다 하시면.. 금오산 방면이 어디에요 물어보면 되고 아, 그것도 어렵다 하면... '관리공단'을 물어보면 돼요. 한 군데 밖에 없거든요. 금오산 방면 1차선 도로를 쭉 걷습니다. 언제까지 걷느냐고요? 관리공단 나올 때까지...(사람들 왈: 큰도로 나올 때까지) 왼쪽, 오른쪽 길이 갈리는데.. 왼쪽으로 100미터만 가면 북어물찜 파는 '사랑방'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100미터쯤 가면(구미여중을 지나서) 빨간글씨로 한글로 적힌 '메이'가 보여요. 그러니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죠 뭐. 아무쪼록 시간 내어 구미에 들러 이 두가지 음식을 꼭 맛보길... 오로지 다른 건 안하고 먹기 위해 떠난 반나절 식도락 나들이 너무너무 좋았어요.


북어물찜과 달마이어 커피가 있기에 구미에 한번쯤은 꼭 방문해줘야 합니다, 아무렴요. 분기별로 갈 거여요 으하하. 기차역과 가까워서 교통수단때문에 불편함을 겪지도 않으니 이것 역시 얼마나 좋으냐고요. 역시 식도락 나들이는 즐거워요!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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