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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der 2008. 9. 25. 02:48






터키에서 흑해다운 흑해를 원없이 볼 수 있었던 곳이다. 작은 어촌 마을이라 론리에 지도도 딱히 없지만, 사프란볼루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흑해의 중소마을 돌아보는 여정속에 함께 넣어두었다. 여기 오기 전, 상상속에서 왠지 아기자기한 느낌이 가득할 거 같은 기대가 있었으니 지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 거 아니겠는가. 사실 지도 없으면 숙소는 어떻게 찾으며.. 정말 물어 물어 숙소를 가야하는데... 나중에 나에게 도움을 준 어떤 한 분의 스토리를 쓰게될 테지만, 그분 도움 덕분에 밤에 도착했는데도 고생하지 않고 쉽게 머무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여기는 터키인들 사이에서도 휴가 받으면 많이들 오는 곳이라고 하네. 그리 크지 않으면서 반나절 동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기에 적당한.... 그야말로 '산책'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게다가... 론리에서 소개된 정말 맛있는 피데(피자)집... 터키 있는 내내 여기만큼 맛있는 피자집은 본 적이 없다. 피데 = 아마스라, 이렇게 떠오르니까....


터키 오고 나서 처음으로 혼자 다닌 곳이기도 하고 두 번의 여행 중에 정말 실질적으로 처음 혼자 다닌 곳이 바로 아마스라, 이 도시인 거다. 그래서 처음에는 얼마나 적응이 안 되었는지 모른다. 다른 생김새때문에 나를 쳐다보는 게 쉽사리 적응하기 힘들었다, 처음으로 혼자였으니까. 그래도 씩씩하게 붐비는 식당가서 혼자 우걱우걱 맛있게 밥 먹은 거 보면 용하다, 지금 생각해봐도!









이 자그마한 도시에는 큰 항구, 작은 항구... 이렇게 둘로 나뉘어져있다.





배회하기 좋은 곳이라 등대끝까지 가보기도 하고....







정처없이 걷다가 보니..... 정말 발길닿는 대로 걷기만 했을 뿐인데... 골목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저기 언덕이 보인다... 언덕? 아, 그럼 흑해가 한 눈에 보이는 거잖아...... 세상에... 혼자 감격해하며, 보물찾기에서 보물이라도 찾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언덕을 손쉽게 찾을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니 더 좋았을 수밖에 없잖아.. 언덕으로 가는 길은 이러했다. 벤치가 정말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혼자 마음껏, 원없이 흑해를 볼 수 있더라. 아, 흑해여~











흑해가 보이는 언덕... 사진에서는 느껴지지 않지만, 정말 바람은 매서웠다. 여위지 않은 내가 꼿꼿하게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오들오들 떨었다.. 하지만, 그때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그 기분은... 그리고 내 아래에는 흑해가 펼쳐져 있다. 새파란 흑해의 빛깔.... 언덕에서 바라보는 흑해의 모습이 생생하려면 나는 동영상으로 남겼어야 했는데..... 그러면 그 바람의 위력까지도 충분히 느껴졌을 테고 사방을 다 구석구석 훑어줘야 했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내게는 생생한 기억과 사진 몇 장이 있으니까 그걸로 됐다. 이 언덕 위에서 내가 생각한 건 고작..... 이거 였다. '왜 이렇게 아주 아주 보고싶은 사람이 없을까' 하는 거... 혼자 보기에 아까운 경관들이라 누군가와 함께 보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렇다할 사람이 내게는 없었던 게지. 첫사랑 잊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지라 그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었고.... 이때 만큼은 바람의 딸이 된 마냥 나의 마음은 가볍고 행복했었다.




그러고 보면 여행쟁이 친구의 말이 맞았다. 내 이미지는 산보다는 '바다'의 느낌이라고 했었지... 정말 나는 산보다는 바다에 가야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편안해진다.. 그리고 한적한 바다 풍경은 더없이 좋고.... 이러니 산을 벗삼는 배낭여행은 못하지 싶다. 아니면 지금처럼 바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언덕이나 산 정상 정도라면 기꺼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지만 말이야. 




posted by 딸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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